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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Sep 09. 2023

빙하 타고 내려와 치키치키차카차카

마흔의 마음


마흔의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주저 없이 마음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굳이 타인의 마음까지 운운할 필요가 없는 것이 누가 뭐래도 내 것임이 확실한 나의 마음일 때조차 마음이라는 것은 늘 어렵고 또 어려웠다.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어'라는

이 모순적이고 무책임한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 건 나이가 들고나서부터였다.


마음이 관장하기로 작정한 영역에서 나란 존재는 매번 무능했고, 항상 패배했다.


상황과 국면이 변한 마당에도 움직이지 않겠다 고집부리는 마음을 기다리는 건 일상다반사가 되었고, 그 세월이 길어져 애를 먹고 있는 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경험이 누적된 덕분일까. 거품 물며 질색했던 우유부단함, 애매모호함, 회색 지대에 대한 눈초리가 예전보다는 좀 더 너그러워졌다.






안 그래도 난이도 최상인데 여기에 마흔이라는 수식어까지 보태지니 마흔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참 감당이 안 된다.


40이란 숫자가 주는 중년어른의  무게감은  나를 묘하게 짓누르는 경향이 있다. 미완성을 변명 삼기엔 왠지 자존심이 상하고, 미숙함을 무기 삼자니 도무지 귀여운 구석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당황 묻고 환장 더블로 가는 건 여전히 내가 말도 못 하게 미완성이고 미숙하다는 것이다.



간간히 수양을 하면서도 마흔의 미완성과 미숙함이 어때서 하는 반작용으로 요즘 나는 그렇게 옛것을 찾아보고 듣는다.

우선 매일 출퇴근하는 차 안에서 1983년 인순이와 리듬터치의 댄서로 활동을 시작한 김완선 언니의 5집 '가장무도회''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무한반복하고 있다.


진실은 회색빌딩 사이로 숨어버렸나
아무도 마음 깊은 곳을 보여주려 하지 않네

모두들 검은 넥타이 아무 말도 못 하는 걸
술 마시며 사랑 찾는 시간 속에 우리는 진실을 잊고 살잖아


 뭔 소리인지도 모르고 따라 불렀던 국민학교 때의 나는 어느덧 마흔이 되어 그 가사를 사무치게 느끼는 '마음'을 갖고 있음을 깨닫는다. 난 차라리 슬픔 아는 삐에로가 좋아 예예예예. 가히 명곡이다.


또 얼마 전에는 고길동 아저씨의 편지를 뒤늦게 찾아 읽는데 찔끔 눈물이 났다. 1983년생 아기공룡 둘리 40주년을 맞아 만화 영화 배급사가 공개한 편지였다.

내가 참 좋아했던 에피소드, 둘리 소인국과 꼴뚜기별의 왕자님을 추억하려다가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 나이가 들어가며 얻는 혜안은 거부하기엔 값진 것입니다.

둘리야, 네가 이제 마흔이라니. 철 좀 들었는지 모르겠구나 껄껄. 철들지 말 거라. 네 모습 그대로 그립고 아름다웠다고 말해주고 싶다. 건강해라.


하다 하다 아기공룡 둘리 속 못된 캐릭터였던 고길동의 말에 이렇게 뭉클할 일인가 싶었지만, 

그 어떤 말보다 내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지금 다시 읽는데도 눈물 맺히는 주책)


방금 TV를 켰는데 구리뱅뱅 양동근 배우가  '치키치키차카차카'를 부른다.

곧바로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를 따라 부르는 나. 나쁜 짓을 하면 우리에게 들키지


동시성의 장난 제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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