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 드러누워 멍을 때리는데, 갑자기 시선이 책장과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에 머물게 되었다.
만약 지금 길을 걷고 있는 아무나 붙잡고 내 책장을 보여주면서, 이 책장의 주인이 어떤 사람일지 묻는다면 좋게는 다방면에 참 관심이 많네요. 나쁘게는 참 잡다한 사람이네요.라는 대답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나의 관심은 여러 군데로 퍼져있는 편이다.
여기저기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올 때도 그 말에 그저 시큰둥했었다.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게 많은데 왜 굳이 하나를 선택하고 집중하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한 편, 한 곳에 지나치게 집중했을 때 잃게 될 기회비용이 두려웠다. 다른 사람들 눈에 외골수로만 비추어지는 것은 아닌지 그렇고 그런 사회적인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이렇게 이것저것 따지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그렇게 살아왔다. 두루두루 관심을 가진 덕에 좋은 점도 많았고, 어차피 이게 곧 나였기에 이런 내 모습에 대해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지내왔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나에게 없는 ‘깊이’에 대한 고민과 갈증이 심해진 탓인지, 요즘 이 세상 모든 덕후들이 자꾸만 멋져 보인다. 무언가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꾸준히 몰입한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덕후가 된다는 것 자체가 곧 재능이자 능력으로 여겨진다.
시간과 에너지가 예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데 지금부터라도 한 가지를 선택해서 파고들어도 괜찮은 건지 (덕후가 되기도 전에) 근심부터 쏟아진다.
너무 늦지 않은 거였으면 좋겠다. 이렇게 작정하는 것부터덕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건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