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이 모래썰매를 타고 캥거루를 만났을 때
그 세 번째 이야기
내가 머무는 곳에서 쉽게 보거나 체험할 수 있다면, 굳이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 여행지의 이국적이라 함은 당연히 내가 못 보고 못해본 것에서 폭발한다. (무섭지만 신비감 있는 황량함 때문에) 사막에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마침 시드니에 모래가 쌓여 사막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 하여 이곳은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이 모래 언덕에서 샌드 보딩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썰매 타는 재미야 두말할 것도 없는 것이었고, 그와 더불어 맨 발로 모래를 밟는 느낌이 참 좋았다. 포트스테판의 모래언덕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모래뿐이라 그런 건지 하늘도 정말 가깝게 느껴졌다.
(30초 정도 되는 짜릿함을 위해) 푹푹 꺼지는 모래를 밟아가면서 저벅저벅 걸어 올라가니 야트막한 언덕에 불과했는데도 알량한 성취감이 들었다.
일정량의 육체적 움직임, 곧바로 주어지는 재미라는 대가. 이 얼마나 신속하고 클리어한 인과관계인가.
어렸을 때의 놀이 같은 익숙한 포맷. 그래서인지 나이와 기타 등등의 성가셨던 많은 것을 잊고 그때 그 시절처럼 신나게 놀았다.
물로 몇 번을 헹구고도 입안에서는 모래가 씹혔지만, 4WD 자동차를 타고 떠나오는 길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사막의 미장센인 낙타를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창 썰매를 타서 배가 고팠던 건지 우연한 햄버거 맛집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핀크루즈를 타고 돌고래를 보러 갔다. 선장이 돌고래들이 잘 보이는 포인트로 안내한다고는 했으나 결국은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고 했다.
여행지에서는 제법 운이 따르는 편이라 엄청 기대했으나 돌고래를 봤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의 움직임만 보고 돌아와야 했다. 다만 돌고래 대신 날씨를 선물로 받았는데 호주 하늘의 레벨을 확실히 느낀 시간이었다.
이 날 데이투어는 캥거루를 가까이서 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내 힘으로 돈을 벌고는 있지만 아직도 부모님 옆에 빌붙어있는 캥거루족으로서 캥거루를 볼 때마다 괜히 제 발이 저리었다.
그러다 가이드님을 통해 캥거루에 대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캥거루는 신체구조상 뒷걸음질을 치지 못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쭉쭉 나아가고 승승장구하라는 의미로 (귀한 손님에게) 캥거루 가죽으로 만든 벨트나 가방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이 말에 혹해, 나는 나에게 캥거루 인형을 선물했다.
ㅡ 뒷걸음질은 이제 그만 좀 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