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여행의 야심작이었던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가는 날.
호텔을 나서며 하늘을 보고는 '하늘에서 떨어지기 딱 좋은 날씨'라고 혼잣말을 했다. 스카이다이빙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내가 뭘 알겠냐마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서 진짜 뛰어내릴 장소는 만남의 장소로부터 차로 한두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이어폰을 낀 다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반대차선과 우리 차선을 달리는 차 몇 대를 제외하고는, 허허벌판과 하늘이라는 두 가지 정적인 배경뿐이었는데 갑자기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드니 이전의 수많은 여행지에서 좋다고 생각한 적은 많았어도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나였다.
드디어 대망의 다이빙장에 도착해서 일대일 매칭 된 파트너 강사님으로부터 다이빙 옷을 입는 법, 안전장비 착용법, 다이빙하는 방법 및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들었다. 강사님의 인상은 자상한 아빠상이었고 역시 친절하셨다.
다이빙 순서가 되어 호명이 되면 이름 불린 몇 명이 한 조가 되어 경비행기를 타고 14,000피트 상공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내내) 무식하면 확실히 용감할 수 있구나, 높이에 대한 감이 하나도 없어서 내 이것을 신청할 수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들이 양 떼처럼 밀려왔다.
내가 탄 경비행기에는 강사와 한 팀이 되어 뛰어내리는 나 같은 참가자 말고 프로 내음 물씬 풍기는 5명의 다이버들도 함께 였다. 그들이 먼저 주저함 없이 착착 뛰어내리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놀랄 새도 없었다. 그중 유일한 여성 다이버 한 분이 계셨는데,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포트 같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도전의 완결성은 역시 '혼자'하는 것에서 발견된다.
마침내 스카이다이빙 첫 경험자들이 뛰어내리기 시작했고, 내 차례가 되었다. 막상 순서가 다가오자, 여태껏 의연했던 내 모습은 사라졌다. 내가 과연 뛰어내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만 몰아쳤다. 스탠바이를 위해 경비행기 문 앞에 탁 걸터앉는데 마음이 마구 요동쳤다.
'아 못 뛸 것 같아, 못...' 하는 순간. 하나로 묶인 파트너 강사님이 (얘 가르친데로 왜 안 뛰니 하는 느낌으로) 뒤에서 나를 그냥 밀어버렸다. 떠밀려서 하는데도 기분 좋은 게 있구나 하면서 으아아악 소리를 질러 댔다.
속도 때문인지 일정 고도의 기온 탓인지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쓰라릴 정도로 차가웠다. 스카이다이빙 하는 동안 내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걸 신청해놓았기 때문에 항시 카메라를 의식했어야 했는데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진과 동영상이 담긴 USB부터 열어봤는데 입 벌 린 얼굴의 볼살 펄럭임이 가관이었다.) 의식은 커녕 입을 하도 벌리고 있어 콧물인지 침인지 모를 분비물을 자아내기도 했던 것 같다.
한창 정신 못 차리고 맹렬한 속도로 내려오다가 점점 그 속도가 줄면서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개인적으로 스카이다이빙의 하이라이트는 여기라고 주장하고 싶다.
I don't need a parachute, baby if I've got you
-Cheryl Cole, Parachute
강사님이 낙하산을 쫘악 펴고 완만한 속도로 내려오면서 내가 딛고 있던 땅을 내려다보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하고 싶어도 이제는 할 수 없는 그 말을, 기어코 공중에서 내뱉었다. 어차피 강사님은 몇 개의 한국 단어만 아시니 상관없었다.
강사님의 지시하에 안전하게 착지하고 그렇게 나의 첫 스카이다이빙이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같이 버스를 타고 갔던 다른 참여자들이 전부 뛰어내리고 우리 모두는 하늘에서 뛰어내렸음을 증명하는 수료증을 받았다. 그깟 종이 한 장이 뭐라고, 증명해준다니까 그리도 뿌듯하고 소중했다. 역시 남는 건 사진과 증명서다.
어떤 활동이 진짜 재밌었나, 진짜 좋았나를 스스로 판단하는 기준이 하나 있다. 이런 마음이 들면 그 활동에 대한 나의 만족도가 100에 가까웠다고 단호히 결론 내리는데 그건 바로 '또 하고 싶다'이다.
ㅡ 나는 스카이다이빙을 꼭, 다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