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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Aug 31. 2019

오미자 맥주, 문경을 마시다

가나다라 브루어리


 경제에 관해 심각한 문외한인 내가  주말마다 실천하는 게 있는데 바로 신문 몰아 읽기다.  시작한 지 한 달 좀 넘었는데, 경제면을 펼쳤을 때 아는 것보다 모르는 내용이 훨씬 많은 딱 그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도 개중 흥미 있는 기사를 중심으로 끝까지 읽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경제 관련 신문이라고 해서 다 경제기사만 있는 것은 아닌데, (돈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자 펼친 신문에서) 나는 참 매번 문화, 여행,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서 유독 눈이 반짝거리고 손이 바빠진다.



그런 어느 주말, 수제 맥주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보리 대신 쌀이나 과일을 이용해 맥주를 만드는,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한 맥주가 등장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에 관한 이야기! 숨 가쁘게 기사를 읽어 내려가다가 내가 딱 멈춘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문경을 대표하는 수제 맥주 '오미자 에일'이 소개되는 부분이었다.  신맛, 단맛, 매운맛, 쓴맛, 짠맛 등 이미 맛의 부자인 오미자가 맥주 맛과 섞이면 어떤 맛을 자아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더위에 지쳐 무기력했던 일상에 어서 빨리 이 맥주 한 모금 투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오미자 에일을 찾아 떠났다.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 내가 처음 든 생각은 브루어리부터 맥주까지 '이름'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었다.

가나다라 브루어리의 맥주 이름들을 나열하자면 이렇다.

점촌 IPA, 문경새재 페일 에일, 은하수 스타우트, 주흘 바이젠, 오미자 에일, 소나기 헬레스, 북극성 라거

 은하수, 소나기, 북극성은 감성을 자극하고,

 점촌, 문경새재, 주흘, 오미자는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참 좋은 이름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하시는 분이 반갑게 맞이하며 건네 주신 웰컴 드링크, (문경사과가 들어간 탄산주) '사과 한잔'을 마시자 사과 특유의 달콤함이 주(酒) 욕을 돋우었다.

그리고 이어서 여러 맥주를 시음해 본 결과, 오미자 에일과 북극성 라거가 내 입에 맞았다.





 친한 지인과 마주 앉아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는 일은 언제나 즐겁지만, 지역특산물을 평소 나의 기호와 접목시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재밌고 인상적이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인데, 여행을 떠나면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음식,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나로 하여금 여행을 가게 만들고, 그걸 실제로 체험했을 때 여행이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해지는 것을 느낀다.

 물론 맥도널드나 스타벅스같이 너무 잘 아는 익숙한 맛이 때때로 낯선 여행지에서 안정감을 줄 때도 있다.
 하지만 (설사 실패했을지라도) 내가 오래오래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결국 그 여행지에서만 느꼈던 고유한 맛과 경험이었다.



 맥주를 좋아하는 것도 집안 내력인 건지 나만큼이나 맥주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동생도 맛보게 해 주려고 종류별로 한 캔씩 사다 보니 한 박스를 들고 나와 버렸다.

 요즘 주말마다 한 캔씩 야금야금 마시고  있는데,

 다행히도 추석 연휴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오미자 에일은 특별히 인천의 음식을 곁들여 즐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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