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9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겨울에 이렇다할 연휴가 없는 한국에서 추석은 사실상 올해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구월에는 내 생일이 있는데, 운이 안좋으면 이렇게 추석연휴와 딱 겹치곤 한다.
언젠가 한번은 제사상과 함께 생일 아침을 맞이한 적도 있다.
주변 친구들 중 제사를 지내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우리집은 고집스레, 혹은 자연스레 이번에도 제사를 지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고모까지 식사를 대접할 사람이 유독 많기 때문일 것이다.
맛있는 음식, 여러 종류의 전, 고기와 생선, 커다란 과일. 풍성한 상과 풍덩한 기름, 기름내에 절여지는 옷, 바닥, 벽지. 지글지글 전부치는 소리에 바쁘게 둥글리는 동그랑땡 반죽.
노동으로 치부하기엔 구석구석에 명절 느낌과 추억과 정이 묻어나 결국엔 진심이 돼버리는 일들.
오랫동안 소란한 마음과 제어할 수 없는 나른함, 제멋대로 삐죽이는 하루, 덩그러니 남은 기억 반죽, 동그랗게, 동그랗게 뭉쳐 몸속을 굴러다니는 기억, 가라앉는 숨소리, 걱정, 걱정, 질려버린 나.
내게서 벗어나려 발버둥쳐봐도 결국 다시 잡혀오는 폭력, 폭력을 소비하는 것에 경고하는 영화, 무거운 체중으로 침잠하는 번듯한 하루들. 숨쉴틈도 없이 세워지는 계획, 말투, 인상, 분위기, 몸가짐, 습관, 걸음걸이, 식사, 내 세상, 내 전부를 바꾸려는 계획들. 당연하게도 무너지는 침대는 그대로 잠수한다.
하고싶은 것은 마음 속에서 점점 몸집을 키워가는데 해낼 나는 꽁무니를 빼버려 아무렇게나 굴러가는 것들. 동그랗게. 동그랗게 뭉쳐져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버리는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