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롭게 12] 사람들이 날 존경해요.
능력이 탁월하거나, 공공선을 추구하거나, 어려운 상황을 용기 있게 극복한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상황이 극적일수록 그 칭호는 더 빛난다. 하지만 이 영화처럼 우연한 상황 속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아슬아슬한 영웅도 있다.
여기 남의 시선이 중요하고, 명예가 유일한 자산인 가난한 남자가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빚을 못 갚아 불명예스러운 감옥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애인이 우연히 발견한 금화로 빚을 갚기 위해 잠시 귀휴를 신청해 나온다. 그렇게 남의 돈으로 빚을 갚으려고 했지만, 출처를 묻는 누나의 압박과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는 그것을 주인에게 찾아 주기로 한다. 영웅 탄생 직전!
당신 마음은 참 순수해.
애인은 그에게 가슴 아픈 경멸의 말을 던진다. 남들 눈에는 영웅일지 몰라도, 그녀의 눈에는 그저 바보 같은 선택일 뿐이다. 결국(혹은 다행히) 주인이 나타났고, 돌려준 동시에 영웅 탄생의 신호탄이 울린다. 교도소에서는 자살 사건을 덮기 위해, 자선단체는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모두 저만의 이유로 영웅 만들기 돌입!
텔레비전과 신문에선 온통 영웅을 탄생을 알리며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웅 스토리가 시작된다! 가족들과 이웃, 말더듬이 아들도 그를 자랑스러워하며, 그렇게 무능한 골칫거리였던 그는 순식간에 영웅으로 등극!
그에게 찬물을 끼얹는 건 채권자뿐. 하지만 그를 누가 욕하겠는가. 과연 누가 영웅이고 누가 악당인가? 남의 재산에 해를 끼친 그가 영웅이 되는 순간, 채권자와 그 딸이 악당이 되어버리는 게 순리는 아닐 것이다. 사람들에게 용서를 강요당하고 억지로 빚까지 탕감해줘야 한다니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는 건 쉽지 않은 법. 결국 그의 불쌍한 아들을 보고 일부 후원금만으로 일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여기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떠밀려 한 용서는 문제를 낳기 마련이다. 결국 사달이 난다. 소셜 미디어에 나도는 거짓 소문으로 그는 모든 과정에 대한 검증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사건의 열쇠인 금화 주인은 자취를 감추었고, 조작된 거짓말로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고자 진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인다. 진실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게 된 사람들은 굴욕을 당하고, 위협까지 받는다. 또, 천사라며 기부금을 모아주던 자선단체는 등을 돌리고, 교도소 관리들도 앞다투어 발을 빼고, 코앞까지 온 일자리도 사라진다. 영웅 몰락 직전!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지만, 헛수고일 뿐이다. 하다못해 아들까지 이용해 동정심으로 해결해보려 했지만, 결국은 마음을 되돌린다. 명예를 되찾기 위해 그나마 하나 남은 아버지의 품위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모든 의심 더불어 그렇게 원하던 존경까지 내려놓고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뒤늦게 진짜 영웅적 면모가 엿보인다. 결국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감옥으로 돌아간다. 영웅 몰락!
하지만 머리를 밀고 감옥으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은 밖에서 우는 애인과 아들과 달리 홀가분해 보인다. 그리고 들어가는 순간 형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과 교차하면서 희망마저 엿보인다.
또한 언뜻 보면 단순한 도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소한 선택이 얽히고설킨 사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즉, 사건의 표면 아래에 숨겨진 복잡한 심리와 사회적인 문제를 탐구한다. 그리고 더불어 얼마나 빨리 영웅이 악당이 될 수 있는지 소셜 미디어와 거짓 뉴스, 여론의 영향력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언론 보도에 휩쓸리지 않고, 제대로 사법 절차를 거쳤다면 그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란 사회의 현실, 특히 가족 관계, 사회적 불평등, 도덕적 딜레마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진지하면서도 깊이와 반전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작인 <누구나 아는 비밀>이나 <세일즈맨>을 봤다면 그의 영화에 계속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그의 영화는 매우 현실적이고 과장하지 않아서 더 와닿는다. 사건을 자세히 파헤치며 그 속의 인간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데, 그는 충격적인 사건보다는 그것이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사회에 던지는 질문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더불어, 역동적인 연출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 영화는 거짓과 진실이 교차한다. 주인공은 처음에 분명 진실을 말했지만, 그것은 외부 압력으로 더 나은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으로 변했고, 결국 동조한 그는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진실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모두를 위한 거짓이 탄생한다. 그리고 그 거짓은 오히려 착한 거짓말처럼 보인다. 이렇게 진실은 단순하게 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계속 변하고 재해석되기 때문에 다층적이고 복잡하다.
뒤늦게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뭔가 뚜렷하게 밝히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진실인 듯 하지만, 결국 거짓이 되고, 영웅인 듯했지만 결국 영웅이 아닌, 뭔가가 뚜렷하지 않은 여러 이야기가 읽히고 설킨 ‘어떤’ 영웅 이야기, 간단한 제목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그 누군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Zoom in]
- 친절하시네요.
- 고귀한 행동이었어.
- 세상은 원래 불공평해요.
- 왜 잊혀야 하죠?
- 돈은 필요 없어요, 명예가 중요하죠.
- 삭제해요.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m59tmaxnC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