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넝쿨 이야기

요나 4장 11절

by 리오라
“사십일 뒤면 니느웨가 무너질 거예요!
와르르 무너질 거라고요!”

요나는 하나님이 시키신 대로 니느웨 성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힘껏 외쳤어요.

하지만 요나는 왠지 심통 난 얼굴이었죠. 마치 하기 싫은 숙제를 억지로 하는 아이처럼 말이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나의 말을 들은 니느웨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그 자리에서 바로 회개하기 시작했어요. 모두가 굵은 베옷을 입고 금식하며 울며 기도했지요. 심지어 왕도 옷을 갈아입고 재 위에 앉아 회개했답니다.


그러자 요나는 오히려 몹시 화가 났어요.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요!” 요나는 하나님께 투덜대며 성을 빠져나갔지요. 그리고는 성 동쪽 언덕 위에 작은 초막을 짓고 앉아 니느웨 성을 내려다보았어요. 날은 뜨겁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었지만, 다행히 옆에 있는 커다란 박넝쿨 덕분에 시원한 그늘에 앉을 수 있었어요.

“휴, 이제 좀 살 것 같다.” 요나는 박넝쿨 그늘에 기대앉아 겨우 숨을 돌렸죠.


그런데 다음 날 새벽, 요나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멀쩡하던 박넝쿨이 시들어 버린 게 아니겠어요? 게다가 그 위에는 조그마한 벌레 하나가 뚱뚱한 배를 안고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었어요.

“어머나!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잎사귀를 이렇게나 많이 갉아먹으면 어떻게 해! 내 밑에 요나 아저씨 있는 거 못 봤어?” 박넝쿨은 화가 나서 벌레를 째려보며 소리쳤어요.

“미안해…. 나도 내가 왜 너한테 왔는지, 왜 이렇게 너를 갉아먹었는지 잘 모르겠어. 배가 많이 고팠던 것도 아닌데….” 작은 벌레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볼록한 배를 움켜쥐며 웅얼거렸어요.

“모르긴 뭘 몰라! 요나 아저씨가 내 그늘 덕분에 얼마나 좋아했는데!” 박넝쿨은 화가 나서 더욱 씩씩댔어요.

“아, 저 화내는 아저씨 이름은 요나구나… 미안하긴 한데, 나도 요나 아저씨가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너무 깜짝 놀랐다고.” 작은 벌레는 풀이 죽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어요.

“당연하지! 갑자기 뜨거운 바람이 쌩쌩 불고, 햇볕까지 머리 위에서 쨍쨍 내리쬐는데 누가 안 힘들겠어.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눈앞이 흐릿해졌었는데.”


“그런데 요나 아저씨는 왜 여기 와서 이러고 있는 거야?” 벌레는 박넝쿨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음...니느웨 성을 지켜보고 있대.”

“왜? 성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박넝쿨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어요. “사람들이 하나님 말씀을 듣고 모두 회개하기 시작했대. 덕분에 아무 재앙도 일어나지 않았지. 아저씨는 그게 못마땅한 거야.”

“근데 아저씨는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야? 하나님께 돌아오는 건 좋은 일 아니야?” 벌레는 여전히 박넝쿨의 눈치를 살짝 보며 물었어요.

그러자 조용히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작은 초막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니느웨 사람들은 옛날에 요나 아저씨 고향인 이스라엘 사람들을 많이 괴롭혔거든. 그러니까 요나 아저씨는 그 사람들이 혼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겠지. 그런데 하나님이 저 사람들에게 가서 회개하라고 말하라고 시키신 거야.”

“화가 날 만도 하네. 그냥 놔두면 스스로 망했을 텐데…. 그런데 하나님은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들도 다 사랑하시는 걸까?” 벌레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그런가 봐. 그나저나 아저씨가 내가 머리 위에 있어서 얼마나 좋아했는데, 네가 나를 이렇게 갉아먹어서 다시 화가 많이 났잖아!” 박넝쿨은 요나의 잔뜩 찌푸린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벌레에게 쏘아붙였어요.


“얘들아, 그만 싸워. 방금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잖아.” 초막은 둘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어요.

“뭐라고 하셨는데? 나는 저 못된 벌레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 박넝쿨은 여전히 씩씩거리며 큰 소리로 물었어요.

“나는 배가 너무 불러서 아무 말도 못 들…” 벌레도 멋쩍은 듯 말을 흐렸어요.

“하나님께서 요나에게 박넝쿨 때문에 그렇게 화내는 게 옳은 일이냐고.”

“어? 요나 아저씨 좀 풀이 죽었겠다?” 박넝쿨도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니, 죽어도 자기가 옳다고 빽빽 우기더라.”

“와, 정말 고집이 세구나. 그래서 하나님이 뭐라고 하셨어?”

“아무 노력 없이 얻었다가 하룻밤 사이에 시들어 버린 박넝쿨도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저 니느웨 성에 사는 착한 마음을 가진 십이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그 많은 동물은 얼마나 더 소중하겠냐고….” 초막은 차분하게 대답했어요.

박넝쿨과 벌레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어요.


“하나님은 이스라엘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구나.
그래서 모두가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바라시는 거고.”

박넝쿨은 커다란 깨달음을 얻은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 요나 아저씨가 소중한 만큼, 저 사람들도 다 소중한 존재야.”

“그런데, 그렇게 소중한 나를 넌 왜 갉아먹은 거야!!” 또다시 박넝쿨은 벌레에게 따지듯이 물었어요.

“정말로 모르겠다니까… 뭔가에 홀린 것처럼…” 벌레는 배를 살짝 문지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요나 4장 11절]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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