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이야기

다니엘 6장 10절

by 리오라

그때 내가 얼마나 맘을 조리며 걱정했는지, 지금 이렇게 멀쩡히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에요. 나는 우리 주인을 참 좋아하지만… 솔직히, 그땐 너무했어요.


우리 주인을 잠깐 소개하자면,

그는 겨우 열다섯 살쯤 되었을 때 이스라엘에서 바벨론으로 포로로 끌려왔어요. 그런데 얼마나 똑똑했던지,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꿈을 해석해 준 그를 보고 감탄해서 절까지 하고 예물과 향품을 한가득 안겨줬어요. 마음도 얼마나 굳건한지, 절대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겠다며 왕이 주는 맛있는 음식과 달콤한 포도주를 단칼에 거절하고, 고향에서 늘 먹던 대로 싱싱한 채소만 고집스럽게 먹겠다고 한 거죠. 그런데도 오히려 얼굴빛이 더 좋아졌지 뭐예요.


그런 그도 어느 날 밤엔 엉엉 울었어요. 이름이 다니엘에서 바벨론식 이름인 ‘벨드사살’로 바뀌었거든요. 다니엘은 ‘하나님은 나의 정의로운 심판자’라는 뜻인데, 새 이름은 '바벨론 신 벨에게 생명을 지켜달라'는 뜻이래요. 자기 이름이 불릴 때마다 바알이 영광을 받는다며 너무 속상해했어요. 그날 그의 눈물 맺힌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요. 처음에는 몇 년만 지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시드기야 왕까지 잡혀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희망을 내려놓은 것 같았어요. 참 마음 아픈 날들이었죠.


그런데 내가 그와 금방 친해진 이유가 뭔지 알아요? 매일 나를 보러 오기 때문이에요. 참, 내 소개가 늦었네요. 나는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다락방 창문이에요. 그는 하루에 세 번씩 꼭 올라와서, 날 열고 내 옆에 무릎 꿇고 기도했어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때론 조용히 속삭이기도 했죠. 그래서 난 그가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던 건 다리오 왕 때였어요. 놀랍게도 왕이 몇 번 바뀌어도 우리 주인은 계속 인정을 받았어요. 전국 도지사가 무려 120명이나 있었는데, 그들을 관리할 총리 셋 중 한 명으로 뽑혔으니까요. 왕은 그를 특히 좋아해서 나라 전체를 맡기려고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다른 총리들과 관리들이 질투에 눈이 멀어, 흠잡을 데를 찾으려고 온갖 수를 다 썼어요. 하지만 그래도 소용없었어요. 우리 주인은 워낙 흠이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어느 날 그들이 떼를 지어 왕에게 몰려갔어요. “왕이시여, 앞으로 30일 동안 왕 말고 다른 신이나 사람에게 기도하는 자는 사자 굴에 던지게 해주세요!” 그렇게 소리치며 왕의 도장을 받아낸 거예요. 난 높은 곳에 있어서 동네 소문을 잘 듣는데, 그날은 정말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 주인은… 여느 때처럼 똑같이 내 옆에 와서 조용히 무릎을 꿇었어요.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하나님께 감사했죠. 난 그 소식을 알려줬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았어요. 그래도 평소처럼 똑같이 기도했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나는 속이 타들어 갔어요. ‘이러다가 정말 사자 밥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어요.


결국, 그들은 왕에게 달려가서 고자질했어요. “다니엘이 왕의 명령을 어기고 하루에 세 번씩 기도하고 있어요!” 왕은 그 말을 듣고 너무 마음 아파했어요. 밤이 될 때까지 그를 살릴 방법을 찾아보려 애썼지만, 결국은 사자 굴로 보내질 수밖에 없었죠.

그날 밤… 나는 한숨도 못 잤어요. 왕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잤대요. 마지막으로 기도하던 그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굴에 들어가자마자… 사자들이 덥석 물 테니까요….


그런데, 이럴 수가! 아침이 되자 다락방으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그였어요! 우리 주인이요! 나는 눈을 비비고 또 비볐어요. 꿈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나는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왈칵 눈물을 쏟았어요. 물론 그는 날 열고 평소처럼 조용히 무릎을 꿇고 기도했고요.


그의 기도를 들으니,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 사자들의 입을 막으셨대요! 정말 엄청난 기적 아닌가요? 사자들은 무섭기로 유명한데, 그 앞에서 아무 상처 없이 돌아온 거예요. 나는 그의 옷과 얼굴을 샅샅이 살펴봤어요. 정말 찢긴 곳 하나 없이 멀쩡했어요. 오히려 얼굴은 더 빛났죠.

왕도 그 기적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어요. “다니엘의 하나님은 참 하나님이시다!” 그렇게 말했죠. 아마 우리 주인은 매일 기도하면서 이 모든 걸 미리 하나님께 들었을 지도 몰라요.


고레스 왕이 즉위한 뒤에도 사람들은 우리 주인은 왜 이렇게 성공만 하냐고 궁금해했어요. 대부분은 “똑똑하니까 그렇지”라고 말했지만, 나는 진짜 이유를 알아요.

비결이 뭐냐고요?

그건 바로… 날 매일 찾아오기 때문이에요! 아니, 하나님께 기도하러 매일 이곳에 오기 때문이에요. 바로 그게, 그를 사자 굴에서도, 바벨론에서도 지켜준 진짜 비결이랍니다.


[다니엘 6장 10절] 다니엘이 이 조서에 왕의 도장이 찍힌 것을 알고도 자기 집에 돌아가서는 윗방에 올라가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전에 하던 대로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그의 하나님께 감사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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