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이야기

사도행전 19장 26절

by 리오라

“위대한 에베소의 여신 아데미여!”
연극장 안은 흥분한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두 시간째 계속 같은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었죠. 그 안에는 바울과 함께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붙잡혀 온 마게도니아 사람 가이오와 아리스다고가 있었고, 사람들은 두 사람을 노려보며 웅성였어요. 한편, 밖에서는 바울이 안으로 들어가려는 걸 제자들이 말리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어요. 마침내 너무 소란스러워지자 서기장이 나와 군중을 진정시켰고, 불법 집회는 해산되었어요. 그래도 도시 이곳저곳에서는 바울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지요.


“아휴, 또 시끄럽네! 오늘도 소란이네. 그나저나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시장에서 팔리던 은으로 만든 아데미 모형의 신상이 시들해진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어요.

“데메드리오 아저씨 화난 거 봤지? 장사 망하게 생겼다고 직공들이랑 장사꾼들 다 모아 놓고 심각하게 회의까지 하던데....” 또 다른 신상이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이 모든 게 바울 때문이야! 자꾸 이상한 말을 해대는 바람에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아. 이러다 정말 먼지 쌓이겠어.” 다른 신상이 찡그린 얼굴로 말했어요.

“우리, 어쩌면 버려질지도 몰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예감이 자꾸 들어.”


“근데 바울이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이 난리야?” 한 신상이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손으로 만든 건 신이 아니래.” 갑자기 조용했던 신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뭐라고? 우리가 신이 아니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정성껏 모셨는데?” 갑자기 화가 난 신상이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정말 인간들 너무해. 예전엔 아데미 신전 보러 올 때마다 우릴 사 갈 때는 언제고, 이제는 쳐다도 안 봐. 아데미 여신이 얼마나 위대한데 말이야.”

“문제는 여기 에베소뿐만이 아니야. 바울이 아시아 곳곳을 돌면서 우리를 비방하고 다닌다잖아.”

“우리가 비록 모형이긴 해도 신이잖아? 사람들이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데. 우리만큼 인기 있는 신이 또 어딨어?”

“데메드리오 아저씨가 바울 때문에 아데미 신전도 무시당할 거라고 하더니, 그래서 도시 전체가 들썩거린 거였잖아. 바울이랑 같이 다니던 가이오랑 아리스다고도 잡혀갔다며?”

“응, 나도 들었어. 사람들이 바울 잡겠다고 난리였대. 서기장이 겨우겨우 사람들 달래서 겨우 상황이 정리됐다나 봐.”

“근데 바울이 신전 물건 훔친 것도 아니고, 아데미 여신을 대놓고 욕한 것도 아니니까, 재판 날에 총독한테 따로 고소하라고 했대.”


“그건 그렇고, 바울 말대로면 아데미가 신이 아니면, 누가 신이라는 거야? 누가 사람들을 잘살게 해 주는데? 아데미가 최고지! 시장에 있는 우리만 봐도 알잖아? 다 손으로 만든 거지만, 사람들은 우리를 믿었단 말이야.”

“바울이 말하길, 우리는 신이 아니라 우상일 뿐이래. 진짜 신은 따로 있고, 그 신은 손으로 만든 게 아니래.”

“손도 까딱 안 하고 만들어진 신이 있다니, 말이 돼? 너무 어이없어서 쓰러질 것 같아!”

“진정해. 그러지 않아도 기운 빠지는데… 바울은 예수라는 분을 전하고 다닌다더라.”

“예수? 처음 들어보는데?”

“하나님의 아들이래. 진짜 신이고, 유일한 분 이래. 그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우릴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 거야.”


“근데 그 예수라는 사람은 우리처럼 팔리는 것도 아니잖아? 시장에서 본 적도 없는데?”

“여긴 없어. 예수는 온 세상 사람들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어. 그리고 지금은 하늘에 있고, 언젠가 다시 오신다고 했대. 그래서 그분을 믿는 사람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산대. 그래서 그분만 따르고 믿어야 한다고 바울이 계속 떠들고 다니나 봐.”

“도대체 그 예수가 우리랑 뭐가 다른데? 우릴 믿으나 그 예수를 믿으나 잘 먹고 잘살면 되는 거 아냐? 차라리 눈에 보이는 우리가 낫지 않아?”


“그게…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좀 달라. 사람들은 우리를 그때그때 자기 마음대로 골라 가잖아? 언제 배신할지 몰라서 늘 불안했어. 우리는 항상 선택받기를 기다려야 했고… 결국 사람의 주인은 못 되는 거잖아. 주인도 아닌데 어떻게 사람들을 잘살게 해 줄 수 있겠어?”

“그럼 예수는 뭐가 다른데?”

“예수는 사람이 고르는 게 아니라, 그 반대래. 예수가 사람들을 선택한 거래. 우리랑 완전히 차원이 다른 거지. 예수가 사람을 만들었고, 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진짜 주인은 예수고, 사람은 그분을 따라야 한다야 거야.”

“에휴, 아무튼 예수 때문에 우린 이제 우상이 되어버렸어. 아, 뭔가 느낌이 안 좋아. 왠지 이 시장도 곧 망할 것 같아. 불길해.”


[사도행전 19장 26절] 이 바울이 에베소뿐 아니라 거의 전 아시아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을 권유하여 말하되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 하니 이는 그대들도 보고 들은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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