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이야기

열왕기하 20장 2~3절

by 리오라

어느 날 히스기야 왕이 병에 걸려 곧 세상을 떠날 거라는 소식이 온 나라에 퍼졌어요. 궁궐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지요. 그런데 이사야 선지자가 왕을 찾아온 뒤부터, 궁 안 깊숙한 침실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어떤 사람은 아기 울음소리 같다고 하고, 또 미쳐서 중얼거리는 소리 같다고 수군댔죠.


신기하게도 얼마 뒤, 이사야가 다시 왕을 찾아왔고, 사흘 만에 히스기야 왕은 건강한 모습으로 성전에 올라갔지 뭐예요! 사람들은 그 비밀이 너무나 궁금했지만, 궁궐 안 그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어요.


“히스기야 왕이 금방이라도 죽을 줄 알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혹시 너는 아니?”

한쪽 벽이 맞은편 벽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물었어요.

“응, 이사야 선지자가 무화과 반죽을 가져오게 해서 왕의 상처에 붙였대. 그랬더니 왕이 감쪽같이 나았대.”

“진짜? 근데 해시계 그림자가 10도나 뒤로 물러났다는 건 또 뭐야? 정말이야?”

“응. 이사야 예언자가 기도하고 나니까 갑자기 해시계 바늘이 거꾸로 가더라. 왕이 하나님 약속의 증거를 보여 달라고 했거든.”

“무슨 약속?”

“하나님이 왕을 고쳐주시고 사흘 뒤에는 성전에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약속하셨대.”


벽들이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러자 다른 벽 하나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어요.

“방금 브로닥발라단이 보낸 편지와 귀한 선물이 도착했다는데?”

“바벨론 왕의 아들이? 그 사람이 왜?”

“왕이 아팠다는 얘기를 듣고 위문하려고 보낸 거래.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그냥 축하만 하러 온 건 아닌 것 같아.”

“근데 히스기야 왕, 아주 반갑게 맞아주는 것 같던데? 그런데 갑자기 궁궐 창고 자랑은 왜 하는 거야? 중요한 물건들을 다 보여주는 것 같은데, 왜 저러는 거지?”

“모르지… 괜히 뽐내고 싶었나 봐. 누가 말려줄 사람 없을까?”

벽들은 서로 속삭이며 걱정했어요.


“그런데 말이지, 처음에 이사야 선지자가 왔을 땐, 죽을 준비를 하라고 했었잖아.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살아난 거야? 왕이 네 앞에서 한참 동안 울었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거 아니야.”

한쪽 벽이 히스기야 왕이 오랫동안 바라보던 벽에게 재촉하며 물었어요.

“왕이 그 말을 듣고, 그냥 조용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어. 난 깜짝 놀랐지. 솔직히 나는 왕이 치료 방법을 찾으려고 신하들을 다 부를 줄 알았거든. 그다음엔 꼼짝도 안 하고 통곡하며 기도했어. 정말, 눈물로 바닥이 다 젖을 뻔했어.”

“와… 그랬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 기도만 했던 거야? 아까 들리던 앓는 듯한 소리가 바로 기도하는 소리였구나. 그래서 뭐라고 기도했는데?"

“마음을 다해서 하나님을 성실하게 섬겼던 것과 주님 앞에서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던 것을 부디 기억해 달라고.”

“맞아, 히스기야 왕은 전에 있던 신당이랑 우상들을 싹 다 없앴잖아. 아주 크게 개혁했으니, 그건 하나님께서 분명히 기억해 주실 거야.”


“그렇게 왕이 기도하고 있는데, 다시 이사야 예언자가 돌아왔잖아.”

“그러니까. 궁궐 뜰 가운데까지 나가지도 못하고 바로 다시 들어왔대. 하나님이 또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다곤.”

“하나님이 히스기야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 눈물을 보셨다는 거지?”

“맞아. 그래서 하나님이 고쳐주시겠다고, 그리고 삼일 뒤에 성전으로 올라가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셨대.”

“그뿐만이 아니래. 15년이나 더 살게 해 주시겠다고!”

“그건 왜?”

“예루살렘 성을 앗수르 왕에게서 지켜주시고, 다윗을 생각해서 이 성을 보호하시겠다고 하셨대.”

그 말을 들은 벽들은 동시에 “와아…” 하며 감탄했어요.


하지만 그 뒤로도 이상한 일이 있었지요. 히스기야 왕이 바벨론 사절단에게 온갖 보물들을 자랑하자, 이사야 선지자가 또 찾아와 말했어요.

“왕이 보여준 모든 것들이 훗날 바벨론으로 옮겨질 것입니다. 심지어 왕자 중 몇 명은 바벨론 궁에서 내시가 될 것입니다.”


“으악, 그럴 줄 알았어. 아까 자랑할 때부터 느낌이 안 좋더라니…”

“그런데도 왕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평화로우니 괜찮다’고 했대.”

“글쎄… 살아 있는 동안은 괜찮을지 몰라도, 그다음이 벌써부터 걱정이네.”

벽들은 서로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답니다.


[열왕기하 20장 2~3절] 히스기야가 낯을 벽으로 향하고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구하오니 내가 진실과 전심으로 주 앞에 행하며 주께서 보시기에 선하게 행한 것을 기억하옵소서 하고 히스기야가 심히 통곡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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