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뽀야의 고백

풍선초 이야기(9)

by 리오라

며칠째, 이름만 알려준 아뽀야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나도 내 이름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별로 궁금하지 않았나 봐요. 이름이 무슨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뜻이 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저렇게 입도 뻥긋 안 하니 괜히 먼저 묻기가 뻘쭘해졌어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누가 지어줬는지, 본인은 마음에 드는지, 무슨 뜻이 숨어 있는지 궁금한 게 많았거든요. 지금 아뽀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 집에 온 뒤로 아뽀야를 보고 격하게 반기는 건 이 집 아이 하나뿐이었어요. 뭐가 그리 좋은지, 볼 때마다 감탄하며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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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내 키보다 작은 꼬마 손님이 찾아와 아뽀야를 보고 놀라 “사슴뿔 같네!”라고 외쳤어요. 그러자 이 집 아이는 자기가 사슴뿔을 단 것처럼 좋아하며 우쭐거렸죠. 물론 내 눈에도 멋지긴 했어요. 하지만 아뽀야의 기분은 전혀 살피지 않고, 이제 내가 잘 자랄 거라며 좋아하기만 하니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어요. 그 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었지만, 나는 자꾸만 미안해졌어요. 생각해 보면 내가 아뽀야를 데려온 것도, 붙잡은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눈치를 보게 되는 걸까요.


오후가 되자, 물 줄 시간이 아닌데도 이 집 아이가 옆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아주 또렷하게 불렀어요.

“아뽀야~”

나는 그 입에서 나온 소리를 분명히 들었어요. …어떻게 이 이름을 알았을까요? 내가 들었을 땐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누가 엿들을 상황도 아니었는데요. 진심으로 의심스러웠어요. 혹시 이 집 애가 내 말만 듣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듣는 건 아닐까요? 그 순간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던 아뽀야도 깜짝 놀라며 가지를 흔들었어요. 마치 자다 들킨 학생처럼 온몸이 뻣뻣해졌죠.


‘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던 거지?

밤새 내 몸에 붙어 있던 게 가서 말해준 걸까?

내 이름의 뜻도 알고 있는 걸까……’


아뽀야는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겠지만, 나는 친구들의 속마음쯤은 다 읽을 수 있어요. 놀라고 있는 게 눈에 보였어요.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어요.


“나 아니야…… 난 그런 애 아니거든.

이 집 아이가 원래 좀 이상하긴 해. 내가 하는 말도, 생각도 전부 다 들을 줄 알거든. 네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건, 너에 대해서 뭔가 더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 아닐까?”

“누가 뭐래?”

아뽀야는 내 말에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나는 솔직히 좀 실망했어요. 괜찮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반응하니 넝쿨손을 내밀기도 망설여졌어요. 물론 나는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기대야 하지만…… 그래도 말은 퉁명스러워도, 내가 조심스레 손을 내밀면 꼭 밀어내지만은 않았어요.


그러다 갑자기, 아뽀야가 입을 열었어요.


“나, 몇 해 전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

'정말로 내가 숲에서 사는 게 맞을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친구들은 그런 거 고민하지 말라고 하지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떡해……”

갑작스러운 고백에, 나는 순간 말없이 바라봤어요. 너무 반가워서, 마치 순한 양처럼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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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친구들이랑 왁자지껄 떠드는 시간보다, 누군가 조용히 내게 기대는 시간이 더 좋아. 내게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도, 그저 가만히 기대기만 해도……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거든. 그래서 아무도 오지 않는 날이면 괜히 마음이 허전해져. 물론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친구들이 없는 건 아니야. 그런데도 난, 누군가가 늘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 왜 그런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 말이 끝나자 잠시 침묵이 흘렀어요. 그리고 아뽀야가 조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어요.

“밤나무 할아버지께 물어봤더니, 혹시 내가 열매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하시더라고. 그래서 나도 매일 밤 기도했어.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나도 뭔가 열매를 맺고 싶다고. 밤나무처럼 뾰족한 건 자신 없지만, 그래도 뭔가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있었으면 했거든.


그런데 어느 날, 오색방울새가 내 이름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얼마 전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점심때마다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거든.”

나는 순간 숨을 죽였어요.


마침내, 그 이름의 비밀이 드러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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