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초 이야기(10)
아뽀야가 정말로 이름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요? 오색방울새는 또 무슨 이야기를 해준 걸까요? 나는 자꾸만 궁금해져요. 하지만 한참 말을 이어가던 아뽀야는 이내 처음처럼 조용해졌고, 다시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그 모습은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본, 수백 년은 족히 넘어 보이던 고목 같았어요. 그저 존재만으로도 시간의 결이 만들어내는 것 같았죠.
가끔 창가에 까치 선생님이 날아와 아뽀야의 속을 읽어보려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였지만, 도무지 알 수 없다며 실망스러운 얼굴로 돌아가곤 했어요. 보통 까치 선생님 앞에서는 누구든 마음을 여는데, 아뽀야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어요. 그건 단지 이곳이 낯설어서만은 아니었어요. 오래도록 품어온 고민이 여전히 이곳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곁에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고, 꼭 무언가 답을 찾아내길 바랐어요.
그래서 나는 덩굴손을 뻗어 아뽀야의 팔과 다리에 살며시 기대었어요. 다행히도 불편해하지는 않는 눈치였어요. 그렇게 하루를 함께 보내자,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밀려왔어요. 기분이 들뜨고, 세상이 한층 밝아졌어요. 사방에서 아름다운 소리와 노래가 한꺼번에 제 마음속으로 스며들었죠.
이런 기분이 드는 걸 보면, 늘 그렇듯 그때가 다가오고 있는 거예요. 나는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이런 마음을 느껴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고 소중하며, 모두가 나를 사랑해 줄 것만 같은 착각.
바로, 님이 올 시간이에요.
내일이면 오려나요. 가슴이 쿵쾅거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어요. 해마다 맞이하는 순간인데도 이 시기가 오면 늘 설레어 마음이 들썩여요. 혹여 지금의 내 모습에 님이 놀라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곳이 누구보다도 안전한 자리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안심시켰어요.
님을 떠올리자, 내 친구이자 가족이자 가장 소중한 존재를 떠올리자, 온몸이 저절로 떨렸어요. 잎사귀들까지 살짝 긴장한 듯 떨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다짐했어요. 너무 들뜬 얼굴로 맞이하지 말자고요. 우연히 스치듯 마주하는 만남이 더 오래 향기롭고 깊게 남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 새벽 무렵 겨우 잠이 들었어요. 꿈속에서도 나는 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어요. 그런데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지요. 이 집 아이의 호들갑 섞인 소리에 결국 잠이 깨고 말았어요.
“와아아, 꽃이 피었어!
귀여운 풍선이 꽃을 피우다니, 진짜 멋지다!”
님이 온 걸까요? 정말일까요?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어요. 그렇죠. 님은 이미 와 있었어요. 나를 깨우고 싶지 않아 조심조심 오느라 살짝 피곤하다고 했지만, 여전히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셨어요. 해마다 이맘때, 나를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님은 제 삶의 윤활유예요. 어디로 어떻게 더 나아가야 할지, 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때 언제나 잊지 않고 찾아와 다시 시작할 힘을 주는 분이죠.
하얀 옷에 노란 핀을 꽂은 님의 모습은 여전히 싱그럽고 포근했어요.
사람들도 이런 느낌을 알까요? 그래서 중요한 날이면 꽃을 선물하는 걸까요?
나에게 님은 그 어떤 꽃보다도 소중한 존재예요.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쁨과 희망을 주니까요.
그래서 나도 언젠가 님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침부터 내가 싱글벙글하자, 옆에 있던 오렌지자스민이 힐끔힐끔 나를 쳐다봤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님을 보고 있었어요.
크기만 다를 뿐, 둘은 정말 많이 닮았더라고요. 자스민은 동생이 생겼다며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누가 누구 동생이란 말인가요... 말도 안 되죠!
이 집 아이는 아까부터 계속 떠들고 있어요. 가족들을 하나둘 불러 모아 꽃을 보여주면서, 마치 자기가 피운 것처럼 자랑이 끊이질 않네요. 듣다 보면 싫지는 않지만, 저렇게까지 말이 많으면 가끔은 좀 피곤하기도 해요.
그래도 오늘은 괜찮아요. 님이 왔으니까요. 나는 이제 더는 지치지 않아요.
님은 나에게 찬란한 ‘다음’을 알려주는 존재예요.
모든 끝은 끝이 아니며, 반드시 이어지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죠.
아뽀야도 님을 보면 마음 한켠의 걱정이 조금은 덜어질 거예요.
님에겐 그런 힘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