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게 비밀이었어!

풍선초 이야기(12)

by 리오라
며칠째, 고민에 빠져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집 아이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아뽀야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그 이름에 담긴 뜻을 알려주는 일뿐이에요. 나는 이 집 아이가 예전에 내 말을 어떻게 들어줬는지 떠올려 보았어요. 그런데 특별한 방법은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그저 목이 말랐을 때, 너무 더울 때, 기대고 싶을 때…… 아주 단순한 마음을 간절히 바라기만 했을 뿐이에요. 뭔가를 해주면 대신 나도 뭘 주겠다든지, 꼭 해줘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운 적도 없어요. 안 해주면 안 된다는 협박이나 회유도 하지 않았어요. 좋은 말이나 멋진 표현을 고른 적도 없고, 까치 아줌마가 들려주는 위인의 명언을 빌린 적도 없어요. 나는 그저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다급함을 그대로 전했을 뿐이에요.


그게 열쇠일까요? 그렇게 단순하고 간절히 바라는 것이,

이 집 아이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까요?

더 이상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어요.


아뽀야의 마음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무엇이든 시작해야 했어요.

그래서 아뽀야가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어요. 차례대로, 시간의 흐름대로 마음속에 그려보았지요.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아이가 더 잘 알아들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아뽀야의 마음보다는 내 욕심이 앞서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긴 말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오직 ‘이름을 알면 덜 힘들 거야’라는 그 처음의 마음만 품은 채, 아이의 응답을 기다리기로 했어요.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지났어요.

아이의 일상은 늘 같았어요. 아침이면 내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물을 주고, 가끔은 태양이와 나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거나, 문을 열어 바람 아줌마와 만나게 해 주었지요. 하지만 정작 나는, 그 아이가 내 마음을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어요. 혹시 나와 관련된 말이나 단순한 소원만 알아차리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ChatGPT Image 2025년 9월 25일 오후 09_45_12.png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처음엔 생기를 되찾던 아뽀야도 점점 지쳐가는 것 같았어요. 예전의 그 무거운 얼굴로 돌아가는 듯 보였어요. 결국 나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속으로 크게 소리를 질렀어요.

‘나 좋자고 이러는 것도 아니고,
아뽀야 이름 뜻 좀 알려달라고!
물은 안 줘도 되니까, 제발 아뽀야 좀 도와줘!’

그 말을 내뱉으면서,

나는 물이 몹시 고팠을 때처럼,

또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던 그때처럼 간절한 마음이 솟아올랐어요.


그 순간,

돌아서던 아이가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어요.

혹시… 내 마음을 들은 걸까요? 드디어, 그 비밀을 알 수 있는 걸까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내 가지와 잎사귀, 뿌리까지도 떨리는 것 같았어요. 나는 몸을 곧게 세우고, 아이의 입에서 나올 그 한 마디를 기다렸어요.


“아뽀야, 넌 이 집에 온 게 정말 다행이야. 네 이름은 너무 멋지지 않니? 풍선이가 그 시원한 물도 제쳐두고 네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걸 보면 말이야. 얘가 얼마나 새침한데, 너 때문에 이러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해.”


칭찬인지 뭐인지 잘 모르겠는 말들이 쏟아졌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름의 뜻은 도대체 뭐냐고…!

KakaoTalk_20200524_184931713.jpg


“‘아뽀야’는 말이야…
기대다,
세우다,
지원하다,
후원하다,
원조하다,
지지하다,
힘이 되다,
의지가 되다
…….”

한 단어씩 아이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아뽀야의 몸이 조금씩 움찔거렸어요.

그리고 나 또한 전율 같은 것을 느꼈어요.

단단히 묶여 있던 고민의 끈이 조금씩 풀리는 듯한 예감이 들었어요.

나는 그 뜻에 감동했고, 우리 상황과 꼭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그렇게 좋은 의미가 담긴 이름이라니, 나는 새삼 아뽀야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아뽀야는 여전히 아이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고 있었어요.


그럼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준 건가요?

그렇지, 해준 거예요. 받기만 한 게 아니라, 나도 아뽀야를 위해 좋은 일을 한 거예요. 맞아요.


그런데,

혹시, ‘물은 안 줘도 되니까, 아뽀야를 도와달라’는 그 간절한 마음이 아이의 마음을 움직인 건 아닐까요?

누군가를 위해 내 것을 내어줄 수 있을 때,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

바로 그게, 진짜 말보다 더 강한 ‘전달’의 힘일지도 몰라요.


오, 그게 비밀이었어!




...........................

+아뽀야(Apoya): 스페인어 동사 ‘apoyar’의 변형으로

기대다, 세우다, 지지하다, 지원하다, 후원하다, 힘이 되다 등의 뜻이 있다.

이전 11화내가 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