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대로

풍선초 이야기(13)

by 리오라

비밀을 알게 된 뒤, 아뽀야도 그렇지만 나도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아뽀야는 숲에 사는 게 맞는지 늘 고민했다고 했어요. 그러던 중 갑자기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했어요. 아뽀야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기대는 순간 편안해졌다고 했는데, 그게 이름의 의미와도 이어지는 게 아닐까, 나도 자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집 아이가 비밀을 풀어준 날, 아뽀야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어요.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일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고 처음으로 느낀 것 같았어요. 그러고 보면, 결국 나 때문이 이런 변화가 생긴 거네요.


아뽀야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졌다면, 그건 내 덕분 아닐까요.

나는 그런 존재였던 거예요. 후훗.


그건 그렇고,

이 집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을 하나 알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졌어요.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을 전할 수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에요.


나는 물을 마시고, 태양이를 만나고, 바람 아줌마와 수다 떠는 것만이 가장 큰 행복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집에서 아이의 놀라운 반응들, 그래요, ‘사랑’이라고 할게요. 그 감정들 덕분에 나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아뽀야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다니, 정말 놀라운 변화예요. 결국, 나는 그걸 해냈어요.


어제 아이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올라요.

아뽀야에게 이름의 뜻을 하나하나 알려준 뒤, 아이는 이렇게 말했어요.

“풍선이의 진심이 통했네.”


진심’이라니…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맴돌아요. 사람들은 평소에 진짜가 아닌 가짜 심장을 달고 다니는 걸까요?

사람들은 우리에겐 심장이 없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있어요. 색깔만 다를 뿐이죠. 나는 정말 내 물을 마시지 않더라도 아뽀야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게 내 진심이었어요. 내가 그렇게 착한 존재는 아닐지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아뽀야를 외면할 수 없었어요.


내 것을 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물을 포기한다는 건 목숨을 내놓는 일일 수도 있어요. 정말 목이 말라 견딜 수 없을 때는 누구에게도 물을 줄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나는 내 물을 나눴고, 아뽀야의 마음은 다시 살아났어요. 나는 뭔가를 잃은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더 기뻤어요. 이 집 아이는 정말 눈치가 빨라요. 내 속마음을 알아챘는지 더 예쁘다며 나에게 물을 듬뿍 주었어요.


결국,

결국, 내 마음속에 모든 해답이 있었어요.

진짜 심장, 아니 마음의 힘, 그건 참 대단해요.


이 집 아이는 그 ‘진심’을 읽어내는 특별한 눈과 귀를 가졌어요. 이 낯선 집에서의 생활도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든든한 아뽀야가 곁에 있으니, 더 바랄 것도 없어요. 아뽀야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어요.


“다 너 덕분이야. 뭔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기분이 들어.
복잡하게 얽혀 있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는 것 같아.
예전엔 여기 있는 게 어색하고 잘못된 자리 같았는데, 이제는 이곳 역시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
내 이름처럼, 나는 누구든 내 곁에 기대게 하려고 태어난 것 같아. 내 모양부터가 벌써 그렇잖아…
사실, 네가 기대었을 때 난 전혀 싫지 않았어. 이렇게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말이야.
그러고 보면, 나는 내 이름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마음이 정말 한결 편해졌어. 다 너 덕분이야. 고마워.”


진심,

희생,

이름 그대로 살아가는 삶...

그 말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아요.

아뽀야 덕분에 나 역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을 처음 하게 됐어요. 그런데 이 고민은 왠지 기분 좋은 고민이에요. 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조금 더 아뽀야에게 기대었어요. 긴장이 스르르 풀리면서, 오늘 밤은 왠지 좋은 꿈을 꿀 것 같아요.


아, 참. 이 비밀을 알아내다가, 뜻밖에 이 집 아이의 이름도 알게 되었어요.

오! 하고 감탄만 했을 뿐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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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나 부른 거야?”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어요. 그러자 아이는 깜짝 놀라면서도 행복한 얼굴로 내게 대답을 자꾸 강요했어요. 몇 번이나 넘어갈 뻔했지만, 다행히 나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어요.


“내 이름은 ‘오’야. 성은… 심.

심오...


넌 정말 천잰가 봐, 내 이름까지 알아내다니. ‘늘 감탄하며 살라’고 지어주신 이름이야.

감탄 없는 삶은 심심하잖아. 그래서 나는 물음표보다 느낌표를 더 좋아해.”


그러고 보니, 나는 이 아이의 이름을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쨌든 ‘이 집 아이’보다는, ‘오’가 훨씬 더 느낌이 있어요. 앞으로는 이름을 불러줘야겠어요.


오!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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