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초 이야기(15)
“너, 혹시 네 꽃 이름에 무슨 뜻이 있는지 알아?”
갑작스레 던져진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어요. 심오는 가끔 이렇게 훅 들어와서 내 입을 막곤 해요. 평소 같으면 그냥 흘려들었을 텐데, ‘내 이름에 뜻이 있다’는 말에는 괜히 귀가 솔깃해졌어요.
사람들은 그걸 ‘꽃말’이라고 부른다지요.
하긴, 나도 꽃님을 모시고 있으니 그 뜻이 하나쯤은 있을 법도 해요. 나는 못 이기는 척 심오를 바라보며 살짝 궁금하다는 눈빛을 보냈어요.
“알고 싶어 할 줄 알았어… 나도 들었는데, 정확하진 않아. 어린 시절 추억이나 재미를 뜻한다고 했던 것 같아. 예전엔 시골 담벼락에 네가 참 많았대. 근데 요즘은 여러 가지 풍선들이 많아져서 그런가, 잘 안 보이더라.”
풍선들 때문에 내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은 억지스럽지만, ‘추억’이라는 뜻은 마음에 들었어요. 그 단어는 들을 때마다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해요. 지나간 일에만 매달리는 건 내 성격이 아니지만, 가끔은 그런 기억 하나가 하루를 버티게 해주기도 하니까요.
내가 누군가에게 ‘재미’였고,
누군가의 추억 속 사진 한 장에 남아 있다는 것,
그건 꽤나 행복한 일이에요.
문득, 예전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던 청개구리가 떠올랐어요. 사람들은 청개구리를 두고 말을 안 듣니, 불효니 하며 말이 많았지만, 내가 아는 그 아이는 전혀 그런 애가 아니었어요.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 곁에 와서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놀던 아이였지요. 처음엔 너무 작고 귀여워서 나와 참 잘 어울렸는데, 조금 커지자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점점 뜸해졌어요. 그래도 아직도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초록 등을 가진 친구가 그리워요. 정말 귀여운 녀석이었는데…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그 시절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져요.
기억 하나만으로도 따뜻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선물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 선물을 제대로 주고받을 줄 모르는 것 같아요. 꼭 ‘좋은 기억’만이 행복을 주는 건 아닌데 말이에요.
나는 모든 일이 다 이유가 있다고 믿어요.
아뽀야가 이 집에 오게 된 것도 그래요. 내가 아뽀야를 만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러다 내가 또 다른 집으로 가게 될지, 아니면 시골로 돌아가게 될지, 내일 일은 정말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나는 지금, ‘미래의 추억’을 만드는 중이에요.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날이 온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모두가 떠나도 하늘 아저씨만은 늘 저를 보고, 기억해 주시니까요.
하늘 아저씨가 안 계신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정말… 아저씨는 얼마나 넓고 깊은 분일까요? 나도 언젠가 저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까요?
예전엔 ‘잭과 콩나무’ 이야기가 우리 사이에서 꽤나 인기였어요. 저처럼 하늘을 동경하는 이들이 많아서였을까요, 숨죽이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요. 언젠가는 나도 하늘로 자라 올라가 구름 아줌마를 직접 만나고, 하늘 아저씨의 집도 구경해 보는 게 나 같은 덩굴들의 소원이에요.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도 내 머리 위에는 늘 하늘 아저씨가 계세요. 힘들다고 땅으로 내려오지도 않으시고, 문을 닫지도 않으시죠. 항상 창문을 열어두고 나에게 조용히 아침 인사를 건네주세요.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은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해요.
물론 아주 짧고 단순한 말이지만, “잘 지낸다”는 말 한마디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래서 저는 하늘 아저씨를 늘 바라봐요.
아저씨는 눈이 좋으셔서 우리를 모두 보고 계세요.
그게 참… 다행이고,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