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초 이야기(17)
모두가 잠든 밤, 가끔 나를 찾아오는 친구가 있어요.
올빼미는 친구들과 놀다가 재미있는 일이 있었거나, 갑자기 웃긴 이야기가 생기면 꼭 나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찾아와요. 사실 처음에는 좀 무서웠지만, 그 큰 눈으로 웃어줄 때면 이보다 순박한 친구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깜깜한 밤에 혼자 다니면 외롭지 않으냐고 했더니, 번잡한 건 질색이라 오히려 밤이 더 좋다네요. 그 말이 맞긴 해요. 밤에는 왠지 모르게 차분하고 포근해지는 기운이 가득하거든요. 그리고 생각보다 그렇게 심심하지도 않아요. 밤에도 오랫동안 불이 켜있는 집을 보면 우리 같은 사람들도 많은 것 같긴 해요.
언젠가 하늘 아저씨가 별 모양 퍼즐 조각들을 하늘에 뿌린 적이 있는데, 그걸 맞추느라 밤을 꼬박 새운 적이 있어요. 마지막 전갈자리를 찾느라 한참을 헤매서, 다음 날 하루 종일 꾸벅꾸벅, 고생을 좀 했죠.
가끔은 하늘 아저씨가 퍼즐 조각들을 땅에도 흩뿌려 놓아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르지만, 땅 위에도 별 조각처럼 생긴 것들이 정말 많아요. 사람들은 그걸 별을 닮은 꽃이라고 하며 사진도 찍고 예쁘다며 좋아하지만, 사실은 아저씨의 재미있는 선물이에요. 사람들이 놀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아저씨는 너무 뿌듯해하거든요. 근데, 그걸 알아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분명 땅을 보며 많이 걷는 것 같은데, 다른 생각들로 가득한 것 같아요.
난 민들레를 보면 괜히 마음이 설레요. 특히 여행 준비를 할 때면 내 마음이 너무 반짝여요. 흰머리를 동그랗게 부풀리고 바람을 타고 떠날 준비를 할 때, 그 안에 흰 별들이 가득 들어 있거든요. 마치 하늘의 은하수를 보는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어떤 사람들은 그걸 꺾어 들고 입으로 ‘후—’ 하고 불기도 하던데, 혹시 나처럼 그 은하수를 보았을까요? 정말, 너무 아름답고 황홀해요.
갑자기 생텍쥐페리 아저씨가 보고 싶네요.
큰 비행기를 몰고 다니며, 친척들 소식도 전해 주고, 편지도 종종 건네주던 분이에요. 참, 글도 쓰셨는데, 편지나 글 끝에는 꼭 별꽃을 그려 넣으시곤 했죠. 그래서 나는 별꽃을 보면 늘 아저씨가 생각나요.
아무튼, 나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이 그리 외롭거나 무섭지 않아요. 오늘따라 낮보다 밤에 더 짙고 깊은 향기가 감도는 것 같아요. 낮에는 오렌지자스민이 워낙 멋을 부리니 그러려니 했는데, 밤에는 더 멋진 누군가가 있는 걸까요? 오렌지자스민은 내 옆에서 이렇게 곤히 자고 있는데…
이 향기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사람들이 요즘 많이 쓴다는 방향제 같은 걸까요? 솔직히 그런 건 진짜 꽃 향기랑은 너무 달라요. 꽃과 한 번이라도 이야기해 봤다면 진짜 향이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향을 만들고는 멋대로 이름을 붙이죠. 진짜 오렌지자스민 향을 맡아본 사람이라면, 그런 걸 사긴 힘들 거예요. 진짜를 맛보면 가짜를 가까이 하기는 힘들어지니까요.
아까는 올빼미랑 수다 떨느라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고 밤이 깊어지자 이 은은한 향이 점점 더 내 코끝을 간지럽히네요. 내가 자는 동안, 매일 밤 이런 향기가 집 안을 채우고 있었던 걸까요……
“거기 누구 없어요?”
아주 작게 속삭이듯 물었어요. 밤에 큰 소리를 내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요. 설마 낮에 오렌지자스민 향기를 너무 많이 맡아서 착각하는 걸까요? 내가 너무 예민해진 건 아니겠죠……
“호호…… 혹시 나를 부른 거니?”
저쪽 구석에서 말갛고 우아한 얼굴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어요.
“너도 이 향기를 맡고 있는 거야? 내 코가 이상한 건지, 낮과는 전혀 다른 향이 퍼지고 있는 것 같아.”
내가 묻자, 미소를 담은 맑은 웃음소리가 짙은 향기를 타고 내게까지 번져왔어요.
“밤에는 다들 자니까 좀 심심했는데, 너는 왜 안 자고 있는 거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 향! 이 향이 너도 맡고 있냐고!?”
“후후, 참 성격 급하네. 이 향을 못 맡는다면 정말 큰일이지. 그 주인이 바로 나거든.”
“너라고?! 넌 누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