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마

풍선초 이야기(22)

by 리오라

“엄마, 이 사진 좀 봐. 여긴 벌써 열매가 몇 개나 달렸대…… 우린 아직도 아무 소식 없는데.”

“햇빛이 부족한 거 아닐까…… 열매는 빛이 정말 중요하거든.”


…지금, 내 얘기하는 건가요? 도대체 뭘 보고 하는 말이지요? 풍선 열매 얘기 같기도 하고…… 왠지 점점 불길해져요. 가만히 들어보니, 다른 집에 있는 친구는 벌써 풍선을 맺기 시작했나 봐요.


갑자기 비교가 되니까 질투심이 스멀스멀 올라와요. 그 친구는 누구일까요? 어디에 사는 애일까요?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요? 풍선은 몇 개쯤 달렸을까요?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나는, 뭔가 잘못된 걸까요? 심오가 나를 미워하면 어쩌죠? 순식간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그리고 갑작스러운 절망감까지...


설명할 땐 비교가 참 편하고 좋은데, 내가 그 대상이 되고 보니 기분이 참 별로예요.

어떤 작가가 모든 비교가 나쁘다고 강조했다죠. 사람들끼리 비교해선 안 된다고요.

아, 나는 사람이 아니니까 가능한 걸까요?...

탈무드라는 책에서도 모든 갈등의 시작은 비교라고 했대요. 비교하는 순간 자유는 사라져요. 나름대로 리듬을 지키며 살다가도, 갑자기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거죠. 지금 나처럼 말이죠. 내가 지금 빠른 건지 느린 건지, 생각이 멍해지고 어떻게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꼭 풍선이 달리지 않아도, 이렇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해. 더 큰 나무가 옆에 있었으면 좀 편했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기다려보자.”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마치 커다란 빗방울에 세차게 맞은 듯했어요.

맞아요, 나 지금 이렇게 자라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예요. 저 친구는 저기서 열심히 크고 있고, 나는 여기서 나대로 지내면 되는 거죠. 풍선이 달리면 좋겠지만, 안 달려도 나는 소중해요. 생각해 보니, 예전에 어떤 친구는 싹도 틔우지 못하고 메말라 죽었잖아요. 그걸 생각하면 난 정말 기특한 거예요.

…근데 이번엔, 나보다 약한 친구랑 비교하니 괜히 잘난 척을 하고 싶어 지네요. 순식간에 절망과 교만, 극과 극을 오가는 내가 너무 부끄러워요. 나는 나를 참 많이 사랑하는데, 비교 앞에서는 바로 흔들려버렸어요.


사람들도 이런 기분을 느끼며 살까요?

사람들은 비교가 습관처럼 몸에 밴 것 같아요. 비교하다 싸우는 모습을 자주 봤거든요. 전에 포도 농장에 살 때는, 주인아저씨가 옆집 포도알이 더 크다고 불쾌해하며 싸운 적도 있고, 뒷집 소가 더 잘 먹는 이유를 따지며 여물 주는 할아버지를 탓하는 할머니도 봤어요. 특히 도시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건 집집마다 엄마들의 목소리예요. 처음엔 그저 아이들과 하는 평범한 대화인 줄 알았는데, 밤마다 적어도 한 집에서는 꼭 싸우는 소리가 났어요.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인간들보다 귀가 아주 발달해 있거든요. (심오는 예외긴 하지만요…)


항상 처음에는 좋은 얘기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목청이 높아지는 지점이 있어요. 그 순간이 오면, 꼭 클라이맥스로 올라가는 노래처럼 내 손도 살짝 떨려요. 그런데 잘 들어보면, 그 전조는 늘 ‘비교’에서 시작돼요. 평화롭던 대화 속에 “누구네는 어땠고”가 끼어드는 순간, 꼭 일이 커져요. 혹시 엄마 친구 아들은 슈퍼맨이 아닐까요? 나도 너무 궁금해요. 그래서 이제는 그 지점이 왔다 싶으면 귀를 닫아요. 처음엔 궁금해서 들었지만, 듣다 보면 상관없는 나까지 기분이 나빠지거든요.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만큼 감정을 흔드는 일도 없는 것 같아요.


“오늘 기분 안 좋아? 힘이 없어 보여. 힘내, 장마철이라 좀 눅눅하긴 하지.”

심오는 내 마음을 기가 막히게 읽어요. 굳이 아닌 척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때였어요.

빗방울이 유리창을 세게 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중 가장 큰 물방울 하나가 내게 또렷이 말했어요.


“비교하지 마. 넌 정말 멋져……

오늘은 너를 위해 연주해 줄게. 조금 소리가 크더라도 이해해 줘. 곧 번개 친구도 올 거야.

나타나면 번쩍이는 멋진 신호를 보낼 테니까, 꼭 인사해.

우리 모두 널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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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들 사이로 카리스마로 무장한 번개가 지휘봉을 들고 나에게 찡긋하며 인사했어요. 그러자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져 마치 수많은 바이올린 활이 현을 긁는 듯한 격정적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바람이 좌우로 세게 내 몸을 흔들자, 천둥이 곧장 발을 굴렀어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번개는 하늘을 하얗게 수놓았어요. 베토벤 교향곡보다 더 센 응원을 받고 나니, 어느새 마음속에 비교를 견딜 용기가 가득 차올랐어요.


남들보다 좀 늦으면 어때요?

나는 나! 내 속도대로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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