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이야기

요한복음 20장 27절

by 리오라

“딸깍, 찌익!”

며칠 전부터 창고 구석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마치 차가운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딘가 아프게 울부짖는 소리 같기도 했지요. 그 창고 안엔 크고 작은 못들이 가득 모여 있었어요. 짧은 못, 굵은 못, 반짝이는 못, 녹슨 못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위풍당당한 건 바로 15cm가 넘는 대못들이었어요.


조용하던 어느 날, 한쪽 구석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못 하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어요.

“저기… 너희 혹시, 골고다 언덕에서 돌아가신 그분이 다시 살아나셨다는 이야기 들었어?”

그 말에 창고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바람 소리만 살랑살랑 지나갔어요.

“뭐라구?! 그그그게 말이 돼? 나, 분명히 그날 다 보고 내려왔는데! 확실히… 죽었단 말이야!”

옆에 있던 대못이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지더니, 말까지 더듬으며 소리쳤어요.

“근데 어제 사람들이 그러던데… 그 세 사람 중의 한 명이 살아났대. 혹시 마지막 숨소리 확인 안 하고 내려온 거 아니야…?”


못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못 하나가, 깊은숨을 내쉬며 그날의 이야기를 꺼냈어요.

“나는 왼쪽 강도를 박았어. 아무도 울지 않았지. 보통 한 사람쯤은 울어주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서 얼마나 민망하던지. 그 와중에 그 강도는 옆 사람을 향해 막 뭐라고 하더라고. ‘당신이 그리스도면, 우릴 좀 구해보라지!’ 그렇게 빈정대면서… 그 소리를 들이니 불쌍한 마음도 싹 달아나더라고.”


다른 못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나는 오른쪽 강도를 박았어. 근데 그 강도는 좀 달랐어. 죽기 직전에 갑자기 착해진 건지 ‘이분은 죄가 없다’며 옆 사람을 감쌌지. 그리고는 조용히 말했어. ‘당신의 나라에 들어갈 때 저를 기억해 주세요.’ 그랬더니 그 옆에 있던 분이 ‘오늘 너는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라고 했어. 난 그 말이 지금도 잊히질 않아… 죽으면 끝 아닌가? 그런데… 낙원이라니. 어쨌든 이 강도도 죽었어. 확실해.”


그리고 마침내,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가장 길고 날카로운 못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요.

“나는… 가운데 있던 그분을 박았어. 사실, 그날 해골 언덕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어. 마음이 이상했거든. 그리고 정말… 그는 달랐어. 어떤 사람들은 울고, 어떤 사람들은 침을 뱉고, 욕을 했지. 그런데도 그는 계속 기도했어.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세요. 저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을 자세히 보니 신비한 힘이 느껴졌어.”


못들은 모두 잠시 말을 멈췄어요. 그날, 낮이 되자 갑자기 온 하늘이 깜깜해졌고, 세 시간 동안이나 빛이 사라졌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그분은 마지막으로 ‘다 이루었다’고 외치고, 조용히 숨을 멈췄어. 분명히… 분명히 죽은 게 맞아. 또 어떤 사람이 와서 그를 베옷으로 싸면서 돌무덤으로 데리고 갈 거라고 했어.”

못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어요.

“그런데… 그게 어떻게… 다시 살아났다는 거야?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게 말이 돼? 그간 십자가에서 살아 내려온 사람이 있었나?”


그들은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지만, 끝내 그것은 헛소문일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창고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지요.

그러던 어느 날, 오후 햇살이 따스하게 비칠 무렵. 한 남자가 창고 안으로 들어왔어요. 그는 주위를 살피더니 가장 크고 예리한 못 하나를 꺼내 손에 들었어요. 다른 못들은 그 모습을 보고 사색이 되었어요.

“저 못… 곧 다시 형장으로 가는 건가 봐…”

“마음의 준비도 안 했을 텐데…”

그 못은 주인의 손에 들려 작고 떨리는 몸으로 끌려 나갔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못을 들고 작은 집으로 들어갔어요. 그곳엔 몇몇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지요.

그때 그 사람이 사람들에게 못을 들어 보이며 말했어요.

“예수님이 이런 못에 박히셨다면서, 어떻게 다시 살아나셨다는 거요? 아직도 이렇게 선명하게 핏자국이 남아 있는데…”

모두 그 말에 말을 잇지 못하고, 못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어요.

그런데 그때였어요. 갑자기, 아무도 열지 않은 문 사이로 누군가 조용히 들어왔어요. 그러더니 못을 든 사람 앞에 다가가 말했어요.

“도마야, 내 손을 만져보아라. 그리고 부족하다면 내 옆구리도 만져보아라.”

그 말에 놀란 도마는 손에 들고 있던 못을 떨어뜨렸어요. 딸깍! 못은 바닥에 떨어졌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순간, 온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지요.


그 사람이었어요!
십자가에, 그날, 자신이 직접 박았던 바로 그분이…
살아 계셨던 거예요!

못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저 놀라움과 떨림 속에서, 조용히 그분의 눈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날 이후, 창고 안의 못들은 더는 예전처럼 살지 않았어요. 그들은 하나같이 기억했어요. 죽음을 이기고, 사랑으로 돌아온 그분의 손길을요.

[요한복음 20:27]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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