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이야기

마가복음 1장 17-18절

by 리오라

갈릴리 호수 한쪽, 조용한 물가에 낡은 그물이 하나 버려져 있었어요. 며칠 전부터 거기 홀로 누워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이웃집 어부가 그 그물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다가왔어요.

그 어부의 작은 배가 그물을 향해 조용히 물었어요.


“정말 널 버리고 간 거야?”

그물은 슬프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응… 서운하긴 해. 하지만 마지막에 주인의 얼굴이 너무 밝았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작은 배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어요.

“혹시 너보다 더 좋은 새 그물을 산 건 아닐까?”

그물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어요.

“그런 표정이 아니었어. 뭔가 더 크고, 더 깊은 걸 찾은 얼굴이었지.”

작은 배는 고개를 갸웃했어요.

“그게 뭔데?”

그물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말했어요.

“사실 나도 몰라. 그래서 주인과 함께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리는 중이야.”

호수 위로 태양이 반짝였고, 그물은 눈을 감고 조용히 지난날을 떠올리기 시작했어요.


“주인은 예전에 동생이랑 함께 세례 요한을 따라다녔어. 그러다가 더 대단한 예수님을 만났지. 그러면서 이름도 바꿨어. 시몬에서 베드로로.”

작은 배가 깜짝 놀라며 말했어요.

“아, 맞아! 갑자기 이름이 바뀌어서 놀랐지.”

그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이야기했어요.

“어느 날 예수님이 우리 배에 타셨거든. 그리고는 바다 한가운데서 날 던지라고 하셨어. 밤새 고기 한 마리도 못 잡았던 날이었는데… 바다는 우리 주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고. 그런데 믿기 어렵지만, 말 한마디에 고기 떼가 몰려왔어. 그때 찢어졌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어.”

그물은 조심스럽게 꿰맨 자리를 가리켰어요. 작은 배도 조용히 그 자국을 바라보았죠.


“근데 그때도 널 놓고 갔잖아. 그래서 네가 너무 힘들어했지.”

“응, 예수님이 사람을 낚으라고 하시자 주인은 망설임 없이 날 두고 떠났어. 하지만 그땐 주인아주머니가 날 보러 와서 그나마 위로가 됐지. 그때 아주머니 어머니가 아주 아팠는데 예수님이 고쳐줬고, 주인이 그의 제자가 되어서 큰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 후에 예수님이 기적을 많이 일으켰잖아?”

“맞아. 그런데 예수님이 돌아가셨을 땐… 주인이 너무 슬퍼했어. 예수님을 모른 척한 걸 후회하며 매일 울었지.”

작은 배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근데 사흘 후인가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셨다는 소문도 들었어.”

그물은 작게 웃으며 말했어요.

“그래. 주인도 알았지. 그런데도 다시 나를 끌고 고기를 잡으러 나갔어. 그런데…”

그물은 살짝 목소리를 낮췄어요.

“그날 밤, 아무 고기도 안 잡혔어. 새벽이 되어서야 누군가 호숫가에 서 있었지. 바로 예수님이셨어.”

“진짜?” 배가 눈을 크게 띄며 되물었어요.

“응, 난 단번에 알아봤지만, 사람들은 못 알아봤어. 예수님이 다시 나를 던지라고 하시자, 주인은 또 믿고 나를 던졌지. 그리고 또다시 고기 떼가 몰려들었어. 예전처럼 몸이 찢어질까 봐 긴장했는데,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멀쩡했어. 그리고 제자 중 한 사람이 예수님을 알아보고 소리치자, 그제야 우리 주인도 알아채고는 놀라서 물속으로 뛰어들었어. 얼마나 웃기던지. 그날 내가 몇 마리를 모은 줄 알아?”

“글쎄?”

“무려 153마리!

“우와!”


“근데 말이야… 이번엔 뭔가 달랐어. 주인이 예수님과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니, ‘사랑합니다’라고 세 번이나 말했어. 그리고는 예수님의 양을 돌보겠다고 약속했지. 눈빛이 달랐어. 뭔가 큰 결심을 한 것 같았지. 그 순간, 나는 알았어.”

작은 배가 조용히 말했어요.

“이제 주인은 정말 예수님의 사람이 된 거구나…
널 완전히 포기할 정도로.”

그물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응. 나보다 더 소중한 걸 찾은 거야. 그래서 이번엔 정말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작은 배와 그물은 한동안 조용히 호수를 바라보았어요. 잔잔한 물결 위로 햇살이 부서졌고, 바람은 따뜻하게 불었어요.

그물은 마지막으로 속삭였어요.

“그래도 괜찮아. 나보다 더 좋은 걸 찾은 거니까.”


[마가복음 1장 17-18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곧 그물을 버려두고 따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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