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항아리 이야기

요한복음 2장 11절

by 리오라

가나 마을에 커다란 혼인 잔치가 열렸어요. 사람들은 신랑 신부를 축하하러 모였지만, 잔치가 끝난 다음 날, 마을은 온통 다른 이야기로 들썩였답니다. 신랑 신부 얘기는 온데간데없고, 모두 입을 모아 “그 사람” 이야기를 했거든요.


해 질 녘, 붉은 노을이 서쪽 하늘을 물들이던 어제저녁이었어요. 언덕 너머로 사람들이 하나둘 잔치 장소에 모여들었어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도 바쁘게 오가며 준비를 도왔어요. 연회장은 주방을 오가며 음식과 포도주를 점검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포도주는 충분히 준비됐지?”

“네, 항아리 여섯 개에 가득 채워놨어요!”

주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분주하기만 했어요.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도 잔치에 초대되어 한쪽에 자리를 잡았지요. 모두 웃고 떠들며 잔치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방 쪽이 조용해졌어요. 웅성거리는 소리, 놀란 얼굴들, 그리고 급히 뛰어가는 하인들. 곧이어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답니다.


“여기서 무슨 엄청난 일이 있었다던데? 그런데 이건 무슨 냄새지? 물 냄새는 아닌 것 같은데….”

오늘 아침 처음 이 집에 온 물동이가 코를 킁킁거리며 물었어요.

“어제 왔으면 너도 깜짝 놀랐을 거야!”

옆에 있던 오래된 물동이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어요.

"무슨 일인데 그래?"

새로 온 물동이는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죠.


그때 물항아리 하나가 환하게 웃으며 끼어들었어요.

“내가 직접 들려줄게! 어제 있었던 일 말이야.”

“어제는 특별한 날이었어. 혼인 잔치를 위해 우리 육 남매, 물항아리들이 모두 불려 나왔거든. 보통은 셋 정도면 충분한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이 오던지! 그런데 문제가 생긴 거야.” 물항아리가 숨을 죽였어요.

“포도주가 다 떨어진 거야!”

“세상에! 잔치에 포도주가 없으면 큰일 아니야?” 신입 물동이가 깜짝 놀라 외쳤어요.

“맞아. 우리도 덩달아 긴장했지. 잔치가 그대로 끝나 버릴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 그런데 그때,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다가가 뭔가 말씀하셨어. 예수님은 처음엔 고개를 저었지만, 결국 하인들에게 이렇게 말했어.”

“뭐라고?”

“‘그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그 말이 떨어지자, 하인들이 우리 항아리들에게 다가왔어. 쉬고 있던 우리를 깨우더니, 물을 가득 채우는 거야. 그것도 넘치도록!”


“그럼 손 씻는 용도로 또 쓰려는 거였어?” 신입 물동이가 물었어요.

“아니, 이상하게도 그게 아니었어. 예수님은 하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 ‘이제 물을 떠서 연회장에게 가져다드리라.’”

“물 떠서? 포도주 대신?” 신입 물동이는 눈을 휘둥그레 떴어요.

“우리도 어이가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하인들이 그대로 따랐어. 그리고 바로 그때, 내 안에서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퍼져 나왔어. 분명 물이었는데, 포도주 향기가 나는 거야!”

“진짜 포도주였어?” 신입 물동이가 숨을 삼켰어요.

“응, 진짜 포도주였어. 연회장이 맛을 보고는 깜짝 놀라면서 신랑을 칭찬했어. ‘어떻게 잔치 끝에 이렇게 좋은 포도주를 내놓느냐’고 말이야!”

물항아리는 빙그레 웃으며 덧붙였어요.

“그 순간 나는 알았어. 내 안에 있던 물이, 예수님의 손길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포도주가 된 거야.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았지.”

신입 물동이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어요.

“그 예수님은 도대체 누구야?”


물항아리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어요.

“그분은, 우리 모두를 새롭게 하시는 분이야.”


[요한복음 2장 11절]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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