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4장 13-14절
해가 뉘엿뉘엿 지는 따뜻한 저녁, 어느덧 하루가 끝나가던 시간이었어요.
그때였어요. 낯선 남자가 조심스레 다가와 제 곁에 걸터앉았지요. 그는 먼 곳에서 온 나그네처럼 보였어요. 말씨를 들어보니 분명 유대인이었어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유대인들은 잘 오지 않는 이 사마리아 땅까지 온 거였지요.
그와 함께 온 일행들은 마을로 먹을 것을 구하러 들어가고, 남자는 홀로 저와 함께 남게 되었어요. 그의 얼굴에는 먼 길을 걸어온 듯 피곤이 잔뜩 묻어있었지요.
“이제 곧 그 여인이 올 시간이네…”
저는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매일 이 무렵이면, 다른 여인들과는 달리 혼자 조용히 물을 길러 오는 여자가 있었거든요. 대개 사람들은 낮에 삼삼오오 몰려와 수다를 떨며 제 곁을 떠들썩하게 지나가지만, 그 여자는 언제나 말없이 물만 길었어요. 그래서 이 동네 소식통인 저도 그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어요. 저는 그녀가 조금 안쓰러웠어요.
기대했던 대로, 멀리서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그런데 그녀는 낯선 남자를 보더니 잠시 멈칫했어요. 그래도 물이 필요했기에, 조심조심 다가왔지요.
그때였어요.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답니다.
“나에게 물을 좀 주시겠소?”
여자는 깜짝 놀랐어요. 유대인이 사마리아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그러고는 조심스레 물었어요.
“어떻게 유대인이 나 같은 사마리아 여자에게 물을 달라고 하시나요?”
저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어요. 그런데, 그다음에 남자가 꺼낸 이야기에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만약 네가 하나님의 선물을 알았더라면, 네게 물을 좀 달라고 하는 이가 누구인 줄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생수를 구했을 것이오.”
생수? 자기가 주는 물을 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고, 심지어 마시는 사람 속에서 영생할 수 있게 솟아나는 샘물이 된다고? 이곳엔 저밖에 없는데, 어디서 또 다른 물이 계속 솟는단 말인가요?
여자도 놀랐는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제발 그 물을 주세요. 그러면 다시는 목마르지도 않고, 물을 길으러 이곳에 오지도 않을 테니까요!”
순간, 저는 몹시 서운했어요. 그동안 말없이 그녀에게 물을 주고, 가끔 떨어지는 눈물도 받아주었는데, 그렇게 저에게 오는 게 싫었던 걸까 싶었지요.
하지만 남자의 다음 말에, 제 마음은 눈처럼 녹아버렸어요.
“가서 네 남편을 불러오너라.”
여자는 머뭇거리며 대답했어요.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조용히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모두 말해주었지요. 다섯 번이나 남편을 두었고, 지금 함께 사는 사람도 남편이 아니라는 걸요. 그제야 저는 깨달았어요. 왜 그녀가 늘 혼자였는지, 왜 그렇게 기운이 없었는지를요.
하지만 놀랍게도, 여자는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당신은 선지자이십니다!”
그러더니 진지하게 물었어요.
“예배는 꼭 예루살렘에서 드려야 하나요? 이 산에서도 드릴 수는 없나요?”
그러자 남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하나님은 영이시니,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자를 찾으신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수줍게 고백했어요.
“저는 그리스도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오시면 모든 것을 알려주실 테니까요.”
그러자 남자는 빛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바로 내가 그다!”
저는 귀를 의심했어요! 그리스도라니!
여자는 깜짝 놀라더니, 들고 온 물동이를 제 옆에 두고는 한달음에 마을로 달려갔어요.
그녀의 얼굴은 처음 보는 햇살 같은 웃음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동네 사람들을 이끌고 다시 왔어요. 그들은 모두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지요. 야곱 때부터 이곳에 있던 저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건 처음 보는 일이었어요. 그리고는 그를 마을로 모시고 갔죠. 그리고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어요. 예수!
그날 이후,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확 달라졌어요. 늘 서로를 헐뜯던 이들은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하며 눈을 반짝였고, 다른 동네로 달려가 예수님을 알리려는 이들도 생겼어요.
온 동네가 들썩이고 사람들은 좋다고 난리였지만, 저는 좀 서운했어요.
“내가 아무리 물을 줘도 목마르다더니, 예수님이 주는 물은 정말 다른가?”
그래도 솔직히 궁금했답니다.
예수님이 주신다는 그 영원히 솟아나는 생수, 그건 과연 어떤 맛일까요? 정말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까요?
*당시 로마 시간 기준
[요한복음 4장 13-14절]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