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문 이야기

사도행전 12장 11절

by 리오라

“드르렁~ 드르렁~”

밤이 깊어지자 감옥 안은 군인들의 코 고는 소리로 가득 찼어요. 사방이 조용하고 캄캄했지만, 감옥 속엔 아주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요.


유월절 기간 동안, 헤롯 왕은 베드로를 붙잡아 감옥에 가두었어요. 머지않아 그를 사람들 앞에 끌어내서 야고보처럼 죽이려는 속셈이었지요. 베드로는 두 손이 단단한 쇠사슬에 묶인 채 며칠을 감옥 안에서 지냈어요. 죽음을 앞두고 있던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어요.

푸른 갈릴릴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던 시절,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날, 병든 사람들이 낫고 기뻐하던 모습, 귀신 들린 사람들을 자유롭게 춤을 추던 모습, 그리고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모습까지 모두가 마치 영화처럼 떠올랐지요. 마가의 다락방에서 성령이 불처럼 임하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했어요. 그 감격에, 베드로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때였어요!

툭! 누군가 그의 옆구리를 톡 치더니, “일어나!” 하고 말했어요. 동시에 찰칵 쇠사슬이 풀려나가며 땅에 떨어졌어요! 베드로는 눈을 떴고, 환한 빛 속에서 누군가가 그를 이끌었지요. 놀라울 만큼 유유히 걸어 나온 그는 감옥 문을 지나 밖으로 향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고 있었던 건 따로 있었어요. 바로... 감옥 문들이었답니다!

첫 번째 문이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렸어요.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야... 군인들이 나를 열려고 손을 대도 내가 싫으면 한참이나 버티잖아? 그런데 이번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그냥 스르륵~ 하고 내가 저절로 열렸지 뭐야. 그것도 한밤중에 말이야!”

“나도! 나도 그랬어!”

멀리서 우르렁대던 철문이 크게 외쳤어요.

“나는 그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내 앞을 걸어가길래, 누군가 열어준 줄 알았지. 그런데 아무도 없더라고!”

“대체 그 사람 누구야?”

다른 문들이 웅성웅성 수군거리기 시작했어요.

가장 안쪽에 있던 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요.

“유월절이라 그런지, 어떤 남자가 내 안에 들어왔어. 그런데 군인이 몇 명이나 따라왔는 줄 알아? 무려 열여섯 명! 네 명씩 교대로 지킨대나 뭐래나. 게다가 양옆에는 군인 둘이 딱 붙어서 그 사람 손목엔 쇠사슬까지 채웠지.”

“흠, 뭔가 큰 죄를 지었나 보군.”

“그런 줄 알았지. 근데… 그 남자, 어찌나 잘 자던지! 곧 죽게 생겼는데도 아주 평안한 얼굴로 자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방 안에 환한 빛이 번쩍! 그 빛 속에서 누가 나타나더니 그 남자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어. ‘일어나!’ 그러자 쇠사슬이 찰칵, 하고 풀렸지 뭐야!”

“그럴 리가 없잖아. 쇠사슬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진짜야!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그 빛나는 사람이 ‘허리띠 매고, 신발 신고, 겉옷 입고 따라오라’고 했고, 그 남자는 멍하니 따라나섰지. 군인들은 그대로 쿨쿨 자고 있었고 말이야.”

“정말... 꿈 아니야?”

다른 문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어요.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그 사람이 내 앞을 지나가더라고. 군인도 없고, 빛나는 사람만 함께 있었지. 난 위에서 명령이 내려온 줄 알았어!”

그러자 감옥의 마지막 문이 조용히 속삭였어요.

“사실... 나, 잠깐 졸았거든. 혹시 내가 깜빡해서 일이 벌어진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내가 열리는 날이 많지 않아서 신중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손을 안 댔는데도 스르르 열려버렸어. 그리고 그 사람이 시내 쪽으로 멀어져 갈 때, 옆에 있던 빛도 어느 순간 사라졌지.”

감옥 문들 사이엔 다시 조용한 정적이 흘렀어요. 그러다 누군가 조용히 말했어요.

“이제 곧 난리가 나겠지. 군인들은 얼마나 당황할까. 아무리 찾아도 그 사람은 없을 텐데...”


“헤롯왕은 분명 화낼 거야. 하지만...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그때 내 안을 가득 채웠던 빛 말이야. 쇠사슬이 끊어지고, 내가 스르륵 열리던 그 순간... 이상하게, 무섭기보다 마음이 편했어. 뭔가 아주 따뜻하고, 부드럽고, 저항할 수 없는... 그런 힘이었어.”

모든 감옥 문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들은 모두, 그 어둡고 차가운 곳에 잠시 다녀간 환한 빛과 그 남자를 잊지 못했답니다.


“그 빛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문 하나가 조용히 중얼거렸어요.

“다시, 그 빛을... 만나고 싶다.”


[사도행전 12장 11절] 이에 베드로가 정신이 들어 이르되 내가 이제야 참으로 주께서 그의 천사를 보내어 나를 헤롯의 손과 유대 백성의 모든 기대에서 벗어나게 하신 줄 알겠노라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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