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이야기

누가복음 22장 61-62절

by 리오라

나는 대제사장 집 마당 한가운데에서 온종일 따끈따끈한 온기를 나눠주는 모닥불이에요. 사람들은 내가 단지 추위를 녹여주는 불쏘시개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사람들 마음속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죄를 숨긴 사람들은 나를 살짝 피하려고 해요. 아무리 꽁꽁 숨겨 놓은 비밀도, 내 앞에서는 훤히 드러나거든요.


며칠 전부터 예루살렘 골목마다 한 소문이 돌았어요. 바로 베드로라는 사람이 자기 스승을 배신했다는 이야기였죠. 어떤 사람은 그가 스승에게 욕을 퍼부었다 하고, 어떤 사람은 스승을 때렸다고도 했어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죠. 하지만 그날 일을 가장 잘 아는 건 바로 나랍니다.

왜냐고요? 내가 그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거든요!


그날 밤, 예수님이 붙잡혀 이곳으로 끌려왔어요. 나는 늘 하던 것처럼 조용히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런데… 참 이상했어요. 죄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정말 단 하나도! 보통 사람이라면 작은 거라도 있는 법인데, 이분은 맑고 투명한 샘물처럼 깨끗했어요.


예수님이 오자 사람들은 그를 둘러싸고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봤어요.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졌죠. 그런데 저 멀리… 한 남자가 조심조심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는 마치 돌덩이처럼 굳은 얼굴로, 내 불빛을 피해 숨어 있었어요. 결국은 너무 추워서 내 곁으로 다가왔지만, 몸은 웅크리고 고개는 푹 숙이고 있었답니다.

그 사람은 바로... 베드로였어요!


한쪽에선 예수님이 거짓 심문을 받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없는 죄를 만들어내려고 안간힘을 썼고, 그 누구도 예수님 편을 들어주지 않았죠. 심지어 침을 뱉고, 얼굴을 때리고, 하인들까지 나서서 괴롭혔어요.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던 베드로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고, 눈빛은 흔들렸어요. 나는 그가 예수님과 무척 가까운 사이라는 걸 금세 알아챘지만, 모르는 척하기로 했죠.


시간이 좀 지나자, 내 불빛 덕분에 베드로의 얼굴이 점점 드러났어요. 그때 한 여종이 그를 가리키며 말했죠.

“당신도 예수와 함께 있었지요?”

그러자 베드로는 깜짝 놀라며 얼른 대답하더라고요.

“아니에요! 나는 저 사람을 몰라요.”

나는 깜짝 놀랐지만, 혹시 놀라서 그런가 보다 했어요. 너무 당황하면 이상한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곧 또 다른 사람이 다가와 똑같이 말했어요.

“당신,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 맞잖아요!”

베드로는 다시 고개를 세차게 저었어요.

“아니라고요! 절대 아니에요!”

시간이 흐르고, 세 번째 사람이 나타났어요. 그 사람은 베드로를 지켜보다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죠.

“내가 봤어요! 이 사람, 분명히 예수랑 같이 있었어요. 그리고 내 친척 귀를 자른 사람도 바로 이 사람이에요!”

이번엔 베드로가 더 크게 소리쳤어요.

“아니라고 했잖아요!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고요!”


그순간 그의 얼굴엔 내가 아무리 환하게 비춰도 밝힐 수 없는 깊은 어둠이 깃들어 있었어요. 그리고…

“꼬끼오!”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그 순간, 예수님이 심문받던 자리에서 고개를 돌렸고, 베드로와 눈이 마주쳤어요. 아주 짧은, 하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눈 맞춤이었죠.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속엔 모든 마음이 담겨 있었어요. 베드로는 무언가 떠오른 듯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내 곁을 벗어나 마당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그리고 곧… 밖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크고, 뜨겁고, 멈출 줄 모르는 울음이었죠. 그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깨달았어요. 그 둘은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고, 예수님의 눈은 베드로의 마음을 다 알고 있었다는 걸요. 마치 나보다도 더 깊이, 더 따뜻하게 말이죠.

나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의 울음을 들어봤지만, 베드로의 울음은 정말 특별했어요. 마음속 비밀이 다 들킨 듯한 울음, 후회와 사랑, 죄책감이 뒤섞인… 그런 울음은 처음이었죠.


그제야 나는 그 사람이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가장 앞장섰던 베드로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솔직히 내가 그날 밤에 그렇게 밝게 불빛을 비추지만 않았어도, 그가 그렇게나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는 않았을 텐데 싶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어쨌든 사람들은 그를 비난했지만, 내가 본 바로는 베드로는 그순간 너무 두려워서 스승을 외면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그는 곧 후회했고, 예수님은 그 연약한 마음까지도 다 감싸 안아주시는 것 같았어요. 모욕을 당하고 있던 예수님의 마음은 분명히 밖에서 통곡하고 있는 연약한 제자 베드로를 향하고 있었거든요.

그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어요. 나는, 마음을 비추는 모닥불이니까요.

[누가복음 22장 61-62절] 주께서 돌이켜 베드로를 보시니 베드로가 주의 말씀 곧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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