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원 이야기

마태복음 21장 33절

by 리오라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포도원 한가운데, 오래된 망대와 즙틀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오늘부터 새 일꾼들이 왔으니, 이번엔 포도원을 잘 돌보고 주인님 말씀도 잘 듣겠지?”

즙틀이 조심스레 말했어요.

“그러게 말이다. 전엔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 주인님 말은 하나도 안 듣고, 나쁜 짓만 골라서 했잖아.”

망대가 기지개를 켜며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땐 정말 실망스러웠지. 주인님이 멀리 떠나시기 전에 울타리도 튼튼하게 둘러주시고, 너랑 나도 정성껏 만들어주셨는데 말이야.”

즙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어요.


“그래도 난 포도가 주렁주렁 열릴 때마다 주인님 생각이 간절했어. 직접 오시면 제일 좋겠지만, 바쁘시다면 종이라도 보내셔서 포도를 좀 가져가셨으면 했지.”

“응, 종이 오긴 왔지. 그런데 그 사람들… 어떻게 그런 짓을 했을까? 종을 마구 때리고, 빈손으로 돌려보냈잖아.”

즙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난 정말 깜짝 놀랐어. 분명 주인님이 보낸 사람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지. 그래도 난 곧 후회하고 사과할 줄 알았어.”


“근데 또 다른 종이 오니까, 더 심하게 굴더라. 때리고, 욕하고… 나, 말리느라 소리를 얼마나 질렀는지 몰라. 목이 다 쉬었어. 포도 짤 때보다 더 많이 짰던 것 같다니까. 그런데도 아무도 안 들었어.”

망대는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그뿐이 아니잖아. 결국엔 또 다른 종은… 죽이기까지 했잖아. 그때 난 너무 놀라서,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심장이 쿵쾅거려.”

즙틀은 포도즙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어요.

“그래서 난 이제 주인님도 더는 아무도 안 보내시겠구나 싶었어. 종이 또 왔다간 똑같이 당할 테니까. 그런데…”

망대가 목소리를 낮췄어요.


“그때였지. 누가 또 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네가 얼마나 크게 소리 질렀는지 알아? 난 무슨 불이라도 난 줄 알았다니까!”

“불보다 더 큰일이었잖아. 그 사람이 왔으니!”

즙틀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어요.

“주인님이… 주인님이 가장 아끼는, 하나뿐인 아들을 보내셨지. 난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어. 그렇게까지 믿어주시는구나 싶었지.”

“그래, 우리도 다 그렇게 생각했어. 아무리 그 사람들이 나빠도, 아들한테만큼은 잘하겠지 싶었지. 아들은 곧 주인님이니까.”

“근데… 속닥속닥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저 사람은 상속자니까, 죽여버리면 우리가 이 포도원을 가질 수 있겠지!’ 이런 말이 들리는 거야. 오싹했어. 주인님의 아들을 얼마나 무섭게 여겨야 할 사람이었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더라고.”

“그래도 난 ‘설마’ 했어. 하지만 결국엔… 정말 그런 짓을 저질렀잖아. 욕심에 눈이 멀면, 마음도 눈도 다 가려지나 봐.”

망대는 눈가를 훔치며 말끝을 흐렸어요.

“그때 그 아들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 너무 처참하고 슬펐어…”

“그러니 주인님이 돌아오셔서 그렇게 화내신 거지.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그런 짓을 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겠어.”


“이번에 새로 온 일꾼들은… 제발 다르길 바랄 뿐이야.”

“그래도 주인님이 이번엔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에게 맡기셨다니까, 걱정하지 말자. 이제야 열매도 제때 바칠 수 있을 거야.”

“그래, 우리도 힘내서 잘 도와주자. 이 포도원이 다시 주인님의 기쁨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둘은 따뜻한 햇살 아래서, 다시 한번 포도원을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마태복음 21장 33절] 다른 한 비유를 들으라 한 집주인이 포도원을 만들어 산울타리로 두르고 거기에 즙 짜는 틀을 만들고 망대를 짓고 농부들에게 세로 주고 타국에 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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