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소통이 다시 중요해지는 이유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역설

by 너부리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 『듄(Dune)』은 오늘날 정보사회가 직면한 상황에 대한 독특한 비유를 제시한다. 이 소설 속 세계에서는 첨단 방어막 기술로 인해 총기나 레이저 같은 원거리 무기가 효력을 상실한다. 결국, 싸움은 다시 근접 전투로 돌아가며, 승패는 정확성, 인내, 직접적인 격투 능력에 달려 있다.



이와 유사하게,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급속히 발전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소통 환경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다. AI가 만들어낸 텍스트가 디지털 공간을 넘쳐나면서, 과거 진리와 정보의 매개체로 여겨지던 텍스트는 신뢰성과 가치 측면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소통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마치 『듄』의 전사들이 방어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근접 전투로 돌아갔듯이, 현대의 소통 환경 역시 신뢰와 공감, 진정한 이해를 형성하기 위해 대면 상호작용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신뢰성을 약화시키면서, 진정한 의미와 설득력을 가진 소통은 점점 더 인간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술적 연구들도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한다. 매체 풍부성 이론(Media Richness Theory)에 따르면, 복잡한 인간 소통에는 텍스트만으로 전달되지 않는 비언어적 정보가 필수적이다. 얼굴 표정, 몸짓, 음성 톤과 같은 비언어적 단서는 소통에서 전달되는 정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텍스트 소통만으로는 미묘한 감정과 의도를 전달하기 어렵다.


또한 AI가 대량 생산하는 정보는 정보 과부하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인간의 인지적 한계로 인해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질수록 그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처리하는 능력은 오히려 떨어진다. 결국, 정보의 양적 증가가 정보의 질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다.


인간이 가진 본연의 인지적 특성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인간은 신념 지속성(belief perseverance),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과 같은 인지적 편향을 가지고 있어, 아무리 많은 증거가 있어도 쉽게 생각과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특히, AI가 생성한 무수한 텍스트 기반 증거는 인간의 깊숙한 신념이나 행동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 진정한 설득과 이해는 텍스트만으로는 어렵고, 직접적인 인간 간의 소통과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공감 능력 역시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AI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지적 공감을 흉내 낼 수 있지만, 주관적인 경험과 진정한 감정적 공감을 구현하기는 어렵다. 연구들은 같은 메시지를 받을 때도 인간이 전달한 메시지를 더 신뢰하고 높이 평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개인 간 관계뿐 아니라 비즈니스, 학술,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직접적인 인간 간 소통이 신뢰와 협력, 깊이 있는 이해를 형성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며, 비언어적 단서와 즉각적 피드백을 통해 미묘한 감정과 의도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우리는 다시 인간적 소통 방식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텍스트가 여전히 중요한 소통 수단이긴 하지만, 의미 있는 설득과 이해를 위해서는 대면 소통이 필수적이다. 『듄』의 전사들이 기술적 방어막을 돌파하기 위해 다시 칼을 잡았듯이, 우리 역시 디지털 잡음을 뚫고 진정한 소통과 이해를 이루기 위해 대면 소통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



나아가 앞으로의 시대는 대면 소통을 통해 특별한 공감과 설득력을 지닌 이들이 더욱 가치 있는 존재로 부상할 것이다. 이들은 마치 게임 『데스 스트랜딩(Death Stranding)』의 배달부들과 같다. 이 게임에서 배달부는 단순한 물품 운송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들은 단절되고 고립된 사람들 사이에서 삶의 필수적인 물자를 전달하며, 끊어진 사회적 연결을 복구하고 신뢰와 희망을 되살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바로 이처럼, 인간적이고 직접적인 소통 능력을 지닌 이들이 기술의 과부하와 소통의 단절이 만연한 현대 사회를 다시 연결하고 회복시키는 특별한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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