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 규율과 문화 전쟁

군복 속의 이념 전투

by 너부리

그들 얼굴에 면도를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미 육군이 최근 발표한 면도 정책의 개정은 얼핏 보면 피부 관리 또는 복장 규율에 대한 사소한 조정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면도날 아래 숨겨진 것은 더 깊고 복합적인 이야기—미국 문화 전쟁의 군사화된 한 단면이다.



이제 군인들은 의학적 이유로도 면도를 장기적으로 면제받을 수 없고, 종교적 면제 역시 매 3개월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를 "형평성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졌던 질서의 회복"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군의 전투 준비태세를 위한 순수한 조치일까? 아니면 '깨어남(wokeness)'이라는 진보적 유산에 대한 정치적 복수일까?


문화 전쟁의 기원과 전선의 이동


‘문화 전쟁(culture war)’이라는 표현은 1991년, 사회학자 제임스 데이비슨 헌터가 저서 『Culture Wars: The Struggle to Define America』에서 처음 학문적으로 정의했다. 그는 이를 미국 내 “도덕적 진실에 대한 두 개의 상이한 세계관—정통주의(orthodoxy)와 진보주의(progressivism)—간의 화해할 수 없는 충돌”로 설명했다[1].


하지만 그 뿌리는 훨씬 더 깊다. ‘문화 전쟁’이라는 개념은 19세기 독일의 ‘Kulturkampf’에서 유래했다. 이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로마 가톨릭 교회를 국가 권위에 종속시키기 위해 벌인 조직적 정치 전투였다[2]. 오늘날 미국의 문화 전쟁 역시 단순한 이념적 차이를 넘어 국가 정체성을 놓고 벌이는 투쟁이라는 점에서 이 역사적 비유가 타당하다.


1992년, 보수 정치인 패트릭 뷰캐넌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미국의 영혼을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 갈등을 정치 무대로 끌어올렸다. 낙태, 총기 규제, 성적 지향, 학교 기도, 대중문화가 그 전선이 되었다[3].


오늘날 우리는 그 전쟁의 '2.0 버전'을 목격하고 있다. 그 전선은 점점 더 미묘해지고, 더 정체성 중심으로 이동했다—트랜스젠더 권리, 다양성 교육, 기후 행동, 대학 내 ‘캔슬 문화’와 ‘디플랫폼(deplatforming)’에 이르기까지. 이제 진리는 ‘누가 말했는가’에 따라 다르게 여겨지고, 말은 곧 폭력이 되며, 정체성은 토론의 조건이 된다[4].


학계는 이 전쟁의 ‘존재’조차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화 전쟁의 현실성에 대해 학계의 견해는 분분하다. 일부 연구자들, 특히 아이린 태비스 톰슨(Irene Taviss Thomson) 같은 사회학자들은 “대다수 미국인은 중도적이며, 극단적인 분열보다는 혼합된 가치 체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5]. 이 견해에 따르면, 문화 전쟁은 실제 대중 갈등이 아니라 언론과 정치 엘리트가 만들어낸 ‘담론상의 갈등’일 뿐이다.


흥미롭게도, ‘문화 전쟁’이라는 개념을 대중화시킨 헌터 자신도 훗날 “문화 전쟁은 엘리트 담론에서 현실 그 자체(reality sui generis)”라고 인정했다. 그는 그것이 실제 여론보다는 정치 수사에 더 많이 기반한다고 지적했다[1].


이러한 분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깨어남' 어젠다가 단순히 대중의 반응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도하고 조작한 전략적 시도였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전투복을 입은 문화 전사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부터 군대를 진보적 가치의 실험실이 아닌, 전통적 규율의 요새로 되돌리겠다고 공언해왔다. 그의 문화 전쟁은 캠퍼스에서 시작되어 기업, 법원, 이제는 군대까지 진격했다.


복장 규율, 트랜스젠더 군 복무 제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프로그램 폐지 등 일련의 조치는 단순한 행정 개혁이 아니다. 이것은 '전통적인 미국'이라는 이상을 부활시키려는 정치적 서사다. 복장 규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시각적으로 즉각적인 상징물이며, 복종과 정체성의 경계를 재설정하는 도구다.


면도와 인종, 통일이라는 이름의 차별


이 정책은 흑인 남성의 약 60%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성모낭염(Pseudofolliculitis Barbae, PFB)’라는 질환을 고려하지 않는다[6]. 면도를 강요당한 흑인 병사들은 피부 자극, 흉터, 만성 통증을 겪는다. 베트남 전 이후 군대 내 인종 통합의 역사에서, PFB는 단순한 피부 문제가 아닌 인종적 긴장의 매개였다.


지금 이 순간, 복장을 통제함으로써 군은 어떤 외모와 정체성이 '정상'인지를 다시 규정하고 있다. “깨어남”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복장은 메시지다. 전통은 신체에 새겨진다.


군복은 단지 전투복이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과 소속의 표현이며, 특히 다인종 국가에서 ‘무엇이 규범인가’를 말해주는 사회적 메시지다. 면도 정책은 군인의 외모를 다시 표준화함으로써 어떤 종류의 ‘미국인’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말한다. “다양성 징집 메시지가 백인 아이들을 소외시켰다.” 그의 말은 지금의 군 정책이 단순히 ‘규율’이나 ‘통일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문화 전쟁의 최전선이라는 것을 명백히 시사한다[7].


결론: 통일인가 억압인가


미 육군의 면도 정책은 군사 준비태세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그 실질적 영향은 특정 정체성과 피부색을 향한 순응의 요구다. 이 정책은 사소해 보이지만, 정체성, 규율, 미국성의 의미에 대한 광범위한 이념적 갈등의 상징적 전장이다.


군대가 더 이상 전투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을 둘러싼 정치 전투의 장이 되고 있다는 이 서글픈 현실은, 그 면도날보다도 더 날카롭다.


주석 및 참고문헌


[1]: James Davison Hunter, Culture Wars: The Struggle to Define America, Basic Books, 1991.

[2]: Blackbourn, David. The Long Nineteenth Century: A History of Germany, 1780–1918, Oxford University Press, 1998.

[3]: Buchanan, Patrick. 1992 Republican National Convention Speech.

[4]: Pluckrose, Helen and Lindsay, James. Cynical Theories: How Activist Scholarship Made Everything about Race, Gender, and Identity, Pitchstone Publishing, 2020.

[5]: Thomson, Irene Taviss. Culture Wars and Enduring American Dilemmas,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2007.

[6]: Halder, R.M., & Nootheti, P.K. (2003). Ethnic Skin Disorders Overview.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48(6), S143–S148.

[7]: Hegseth, Pete. The War on Warriors, Broadside Book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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