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예쁜 얼굴은 축복 같지만 의외로 꽤나 불편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겪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일들을 많이 겪었다.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이런 일은 내가 사는 동안 내내 지겹게도 많이 일어났다. 어딜 가도 주목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허구헌 날 그놈의 고백에 시달려야 했다. 자랑하는 게 아니냐며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협을 당하다보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 거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사건은 유치원에 들어간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어났다.
그날 놀이 시간에는 나를 좋아한다는 같은 초록반 남자애의 고백이 귀찮아 그 애를 따돌리고 혼자서 유치원 현관에 나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유치원 울타리 안에서 바깥의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은 꽤 재미있었다. 어떤 사람은 예쁜 치마를 입고 가면서 핸드폰에 커다란 목소리로 꽥 소리를 질렀고, 어떤 아저씨는 시커먼 물이 잔뜩 든 연한 회색 바지를 입고 빠르게 걸었다. 무거워보이는 마트 비닐봉지를 든 아주머니는 다른 손으로 잡은 아이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아이만 쳐다보면서 걸었다.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애들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아저씨가 나타났다.
“꼬마야, 거기서 뭐 하니?”
그 아저씨는 파란색 트럭을 유치원 앞에 세우고 차에서 내려 울타리 쪽으로 다가왔다. 우리 아빠보다 키가 작고 광대뼈가 툭 튀어나올만큼 마른 아저씨였다. 까칠해보이는 짧은 수염때문인지 얼굴이 거뭇거뭇해 보였다.
“짜증나는 애가 있어서 밖에 구경해요. 아저씨는 누구예요?”
그 아저씨는 내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미간을 찡그리며 울상을 지어보였다.
“아저씨는……. 음. 아저씨는 지금 아저씨 딸을 찾으러 가는 중이야. 너 되게 예쁘게 생겼구나.”
“네? 딸을요? 잃어버렸어요? 왜요?”
딸을 잃어버렸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에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아저씨가 불쌍해졌다. 본 적도 없는 아저씨 딸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조급해졌다.
“그게……. 아저씨 딸을 나쁜 사람들이 데려갔거든.”
나는 전날 티비 만화에서 본 악당을 떠올렸다. 싫다는 주인공을 데려간 악당은 주인공을 괴롭히면서 크게 웃었다. 잠자리처럼 생긴 악당이 기분나쁘게 웃는 모습을 떠올린 나는 금세 정의감에 불타기 시작했다.
“아저씨, 빨리 구하러 가야죠!”
“그럼 네가 같이 가서 좀 도와줄래?”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아저씨의 딸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덮어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울타리를 넘어 들어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얼른 그 손을 잡았다. 한시라도 빨리 아저씨의 딸을 구해야만 한다.
울타리 밖 아저씨의 파란 트럭에 막 올라타려는 나를 부른 것은 초록반 선생님이었다.
“아름아!”
아직 아저씨의 손을 잡은 내가 뒤를 돌아보자 놀란 표정의 선생님이 얼른 이쪽으로 달려왔다. 선생님의 손에 붙잡힌 아저씨는 몇 번이나 자기 차에 밀쳐져 쿵쿵 소리를 냈다. 나는 아저씨의 딸을 구하러 가야 한다며 선생님에게 설명했지만 선생님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큰 소리가 나자 유치원에서 선생님 몇 명이 더 나왔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경찰차가 빨간불 파란불을 번쩍이며 도착했다. 아저씨는 쇠로 된 수갑을 차고 경찰차 뒷자리에 탔다. 나는 아저씨의 딸을 구해야 된다고 말했지만 경찰아저씨는 그건 다 거짓말이라고, 저 아저씨에게는 아이가 없다고 말해주었다. 20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어린이 약취 유인 미수의 끔찍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