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정말 잠깐동안이었다. 사고 후 반년이 훌쩍 넘어서야 들르게 된 회사에서 내가 머무르기로 한 시간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저 커다란 빌딩 안에 들어가 얼굴을 본 적 없는 막내직원을 만나 내 짐을 받아 들고 나오면 끝나는 일이었으니까. 그게 어려워진 건 자꾸만 나를 아는 체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머리카락까지 모자 속에 꽁꽁 숨겼다고 생각했다. 시커먼 마스크 위로 내 얼굴이 둥둥 떠다니는 것도 아닐텐데 사람들은 나를 용케도 알아보았다. 한쪽 발목을 다쳐서 전과는 걸음걸이가 달라졌을텐데도.
건물 로비를 들어서면서부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음에도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해야 했다. 사람들은 내 안부를 물으며 내 모습을 살폈다. 다리를 절지는 않는지, 보이는 곳에 커다란 흉터가 남지는 않았는지, 장애를 입은 곳은 없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궁금한 것은 아마도 마스크 안쪽 내 얼굴이었을 거다. 크게 다쳤다는 소문이 돌았던 그 얼굴.
“아름씨?”
막내직원을 따라 사무실 안쪽으로 막 들어서는데, 이쪽 사무실에는 무슨 일인지 비서실 조비서가 나를 불러세웠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나는 딱히 반갑지도 않고 할 말도 없어 목례만 꾸벅 했다. 그도 내게 딱히 할 말은 없어보였다. 내가 비서실에 가기만 하면 고까운 얼굴로 투덜댔던 조비서였으니 서로 그럴만도 했다. 딱히 말이 없는 그는 모자와 마스크로 가린 내 얼굴을 투시라도 하는 것처럼 가만히 쳐다보더니 불쑥 그랬다.
“많이 다쳤어요?”
조비서의 얼굴에서는 어떤 대단한 감정이나 의도가 읽히지 않았다. 무슨 속내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대로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먹는다. 재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 선택한 생존전략이었다. 재활이 잘 되지 않아도, 누군가 내 얼굴을 보고 뜨악한 표정을 지어도, 엄마가 우리 딸 인생 망했다며 우는 소리를 할 때도 좋게 생각하면 조금은 버틸 수 있었다. 때로는 억지임을 알면서도 그랬다. 그래야만 숨을 쉴 수가 있었으니까.
“네. 사실 퇴원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몸 잘 챙겨요. 그런 쓰레기 생각도 하지 말고.”
조비서의 입에서 의외로 정말 걱정어린 말이 나와 나는 내심 놀랐다.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전부터 나를 그리 밉게 생각하지 않았던 건지, 이번 사고로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떻게 됐든 잘 지내라는 조비서의 말에 나는 감사를 표했다.
내일 행사가 있다며 바쁘게 자리를 뜬 조비서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정대리였다. 막내직원은 자꾸만 나를 부르는 직원들의 방해에 초조한듯 핸드폰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정대리는 막내직원에게 자신이 짐을 인계하겠다며 그를 자리로 돌려보냈다.
내 옆자리를 꿰찬 정대리는 어딘가 조금 들뜬 느낌이었다.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인지 은은한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2년 남짓 같은 팀이었던 정대리지만 오늘만큼 기분이 좋아보였던 적이 없어서 나는 어리둥절했다. 정말로 특별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얼굴 다쳤다며?”
내 마스크를 쳐다보는 정대리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빛난다. 이 건물 안에서 마주친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직설적인 말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아무래도 정대리의 특별한 좋은 일이라는게 나였던 모양이다. 내 얼굴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고싶었던 거다. 나는 어떻게든 그 궁금증을 시시한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조금요. 거의 다 나았어요.”
“그래?”
역시나 조금은 김빠진 목소리에 나는 통쾌한 기분보다는 끔찍하고 징그러운 느낌이 물밀어 들어온다. 나는 앞으로 영원히 이런 질문에 시달려야 할까. 그리고 영영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되는 걸까. 재건된 어설픈 얼굴 한가운데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커다란 상처를 떠올린다. 이제 막 아물기 시작해 아직도 발갛게 물들어있는 그 처참한 상처의 모양을. 두 눈 앞에 굵고 시뻘건 상처가 팝업북의 한장면처럼 불쑥 밀려올라온다. 나는 빨간 잔상을 어떻게든 떨어내려 고개를 흔든다.
“왜 그래 아름씨?”
“머리가 좀 아파서요. 제 짐은요?”
아닌척 재촉하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정대리는 창고처럼 쓰는 빈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뚜껑 없는 A4용지 박스에 대충 넣어둔 물건들이 비죽 튀어나와있다. 문득 내가 쓰던 자리를 돌아보니 익숙한 위치에 처음 보는 무채색의 물건들이 몇 개 놓여있다. 이제는 내 자리가 아닌 잘 정리된 책상. 이제는 막내직원의 자리가 된 그 책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첫 직장이었다. 이런 식으로 끝나게 될 줄은 상상도 해 본 적 없었던 절실한 취업자리. 처음 취업준비를 하면서부터 내심 찍어두었던 회사였다. 이제 공채가 사라져 언제 채용공고가 날 지 기약이 없던 곳이었다. 여기저기 지원서를 보내고 면접을 보면서도 채용공고가 올라오진 않았을까 매일같이 검색해봤던 회사. 그래서 어떻게든 오래 있고싶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닐까. 내 잘못이 아니라면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상해서 흩어지는 마음이 지나가는 자리로 시뻘건 상처자국이 다시금 떠오른다. 언젠가 흉터를 제거할 수 있을 거에요. 나를 위로하던 의사의 목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뜬다. 눈동자에 붙은 상처 잔상이 미세하게 옅어지는 것 같다.
“참, 왔으니까 부장님한테 인사는 하고 가야지.”
정대리의 말에 문득 정신이 들었다. 부장. 잊고있었다. 이 사무실에는 직원들만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선물을 강요했던 부장도 있었다. 사람 좋은 척은 꽤나 하지만 일을 못해서 늘 뒷담화에 오르내리는 그 부장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못했다. 너무나도 끔찍한 과장이 더이상 없다는 생각에 단순히 가벼운 마음이었을 뿐.
“그냥 갈게요.”
“응?”
잠시 말이 없던 내가 불쑥 거절의 말을 내뱉자 정대리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뒷담화에 열심이기는 해도 정대리는 항상 부장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는 사람이었다. 하늘같은 부장에게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내 말이 순순히 이해될 리 없었다. 어쩌면 시키는대로 잘 하던 내가 자신의 권유를 뿌리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A4용지 박스 안에서 내 물건 몇 가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 상관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나온 걸로 한 고비를 넘긴 거니까.
“아름씨, 그래도…….”
“이제 저한테는 부장님 아니잖아요.”
아마도 정대리는 상상해본 적 없을 당돌한 말을 툭 뱉고 나는 박스를 양 팔로 안아들었다. 정대리는 아직도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다.
조금 어설프고 느린 걸음으로 사무실 복도를 따라 걸었다. 파티션 위로 빼꼼 올라온 직원들의 눈이 일제히 나로 향한다. 자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고 소리없이 입모양으로 대화를 나눈다. 메신저로 내가 정대리와 나눈 대화를 이미 공유했을지 모르는 이들의 따가운 눈총을 나는 보이지 않는 것처럼 무시하며 걸었다. 더이상 웅성거리는 소리와 따가운 눈빛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드르륵. 드르륵.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한다. 발신자는 지영이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회사에 올 거라는 소식을 전했었는데 오늘은 얼굴을 보지 못했다 싶었다.
“어디야?”
통화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묻는 지영이의 목소리는 다급해 보였다. 잠시 들르러 온 내게 다급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1층. 이제 막 밖에 나가려고 했는데.”
“잠깐만 기다려.”
자기 말대로 지영이는 순식간에 출입구에 나타났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든 그가 게이트를 빠져나와 잰걸음으로 내 앞에 섰다.
“회의를 하필 지금 한다고 해서.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
“뭐가 그렇게 급해?”
그는 들고있던 종이가방을 내민다. 흰 바탕 한가운데에 간단한 로고가 작게 박힌 종이가방이었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초콜릿이야. 그저께 이 가게 갔다가 몇개 샀어. 언니 이 초콜릿 좋아하잖아.”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견디고 겨우 돌아온 내가 건네받은 첫 번째 선물이었다. 나는 웃음이 났다. 거창하고 대단한 선물이 아니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억해뒀다가 기뻐하기를 바라며 전해주는 선물이라서. 그리고 그런 작은 일을 위해 급하게 뛰어내려온 지영이가 반갑고 고마워서.
나는 얼굴 가득 저절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모자 아래 숨겨두었던 눈을 들어 지영이의 얼굴을 본다. 아까부터 눈 앞에 어른거리던 붉은 상처 잔상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릿하다.
“고마워. 잘 먹을게.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잘못한 거, 서운하게 한 거 있으면 미안해. 용서해 줘.”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하는 지영이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갈게.”
“전화할게. 조심히 가.”
“그래.”
쨍쨍한 햇살 아래 택시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마스크를 벗는다. 그리고 방금 지영이가 건네준 초콜릿 포장을 뜯는다. 야트막한 상자 안에는 귀여운 하트모양의 초콜릿이 줄지어 담겨있다. 나는 상자 모서리의 첫번째 하트를 꺼내 입에 넣었다.
달다. 부드럽고 달콤하다. 쌉쌀한 끝맛이 자극적이다.
이제 막 아문 시뻘건 흉터 아래 나는 초콜릿을 다섯 개나 꺼내먹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초콜릿을 따라 내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나는 개의치않고 또 초콜릿을 집는다.
초콜릿을 우물거리는 사이 저 멀리 내가 부른 택시의 불켜진 갓등이 나타난다. 택시가 천천히 내 앞에 와 서고 나는 마스크를 들고 있던 박스 안에 구겨넣고 차에 올라탔다. 내가 뒷자리에 올라타자 인사를 건넨 택시기사가 룸미러로 뒷자리를 몇 번 흘끗댔고, 나는 고개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어쩐지 시원한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마스크를 벗고 맛있는 초콜릿을 먹으면서.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