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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로 Feb 03. 2021

삶의 로딩 시간을 줄이는 방법

카페에서

1.

 참으로 오랜만에 카페에서 글을 씁니다. 어느 시점까지 이것은 참으로 일상적인 일이었었으나, 어느 시점부터 이것은 참으로 비현실적 인일이 되어버렸었습니다. 그 시점을 계기로 우리의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는 흐릿해지고, 급기야는 전복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익숙해져야만 했습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은, 외면이 아닌 체념이라는 문구가 문득 떠오릅니다. 어쨌든 전 그 현실을 잘 받아들인 편이었고, 그에 따라 최애 글쓰기 장소였던 카페를 가볍게(?)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현재, 오랜만에 카페에 와서 문득 생각에 잠깁니다. 왜 전 카페에 오는 것을 좋아했을까요? 


2. 

 카페의 분위기를 좋아하는가? 아니다 흔한 프랜차이즈나 허름한 동네 카페도 딱히 가리지 않는다. 커피를 좋아하는가? 물론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긴 하는데, 요새는 잠을 잘 못 자서 매일 먹으려 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리고 커피맛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카페에서 글이 잘 써져서 좋아하는가? 음, 애매하긴 한데 글이 잘 써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다. 집에서도 잘 써질 때가 있었다. 아, 그렇다면 너는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자문자답은 여기까지. 마지막 질문은 쉬이 반박할 수가 없었네요. 여태까지의 추정들 중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일종의 '허세'라고 조롱하셔도 할 만은 없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러한 사유로 카페에서 글이 좀 잘 써지긴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조금 더 사랑하기 위해 지금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3.

 자문자답에 따른 이유 해제(解除)를 마치고, 또 생각을 이어갑니다. 기왕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는 김에 최대한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요. (*제가 경영학 전공이라 단어 선택이 좀 멜랑꼴리 할 수 있는데, 그냥 이곳에서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뜻입니다.) 

 그럼 글을 쓰는 데에 있어 높은 생산성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대한 많은 글을 쓰는 것을 뜻할까요? 글자 단어 수로 원고료를 받아 최대한 많은 단어를 쓰려 노력했던 '마크 트웨인'의 시대에 사는 것도 아니고, 제가 추구하는 방향도 아닙니다. 그러면 최대한 많은 감정이 농축된 짙은 글을 쓰는 것을 뜻할까요? 물론, 쓸 수 있다면 좋지만 까닥하다간 한 글자도 못 쓸 수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전 위대한 시인은 되지 못할 것 같네요. (...) 그럼 마지막으로 주어진 글과 관련된 일감을 최대한 처리하는 것을 뜻할까요? 아, 전 아직 글을 써서 돈을 받고 있지 못합니다. 슬프지만 현실이죠. 

 자, 결론을 내보자면 효율적인 글쓰기란, 감정이 농축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녹아있는 글을 적당한 분량을 써내는 것을 뜻합니다.(*물론 저만의 기준입니다) 어차피, 모든 글은 적당히 수정을 거쳐야지만 완성이라는 정상에 다가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고는 사실 산 중턱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 등산로 입구 막걸릿집 정도 왔을 수준이라 보기도 합니다.


4.

 어쨌든 오늘도 저는 최대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글쓰기를 하고, 이러한 저의 모습을 사랑하기 위해 카페에 왔습니다. 그리고 이내 좋은 자리를 잡았습니다. 노트북과 짐을 놓고 카운터로 가 커피를 주문합니다. 다시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충전 어댑터를 연결합니다. 진동벨이 울립니다. 커피를 받으면서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다시 자리에 앉고, 켜져 있는 화면의 커서를 옮겨 워드를 실행합니다. 아,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내 노트북이 멈췄습니다. 살짝 짜증. 커피를 한 입 마시며 진정하고, 재부팅을 합니다. 다시 작동한 워드는 느리게나마 정상 동작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한참 동안이나 쭉쭉 써 내려가다 문득 해야 할 일이 생각이 납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필수 덕목인 ‘CTRL + S(저장)' 말이죠. 가볍게 버튼을 누릅니다. 야, 워드가 멈췄습니다. 더한 짜증. 커피를 두 입 마시는 동안 화면을 노려보며, 자동 복원의 가능성을 노립니다. 젠장, 오류 메시지가 떴네요. 끝입니다. '진작'이 섞인 문장을 내뱉으며, 워드 대신 한글을 켭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혹시나 싶어 이번엔 바로 저장 키를 눌러봅니다. 네, 문제없이 작동합니다. 걱정을 한 술 덜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카페에 온 지 벌써 30분이 지난 시점입니다. (???) 가볍게 시간낭비를 해치운 본인이 원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를 글의 주제로 활용한다면 그 감정이 덜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로딩 시간이라는 주제를 잡고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5.

 우리는 많은 일들을 함에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긴 로딩 시간(=준비시간)을 갖습니다. 이에 따라, 제한적인 시간에 특정한 일을 수행할 때, 특히 알아야 하는 것은 이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보통 본격적으로 일을 수행한 총시간에 이 시간을 포함시키곤 합니다. 예를 들어, 1시간 공부를 했다고 해도, 30분을 자리를 잡고, 커피를 가져오고, 책을 펴고, 노래를 고르는 일들에 시간을 썼다면 참으로 비효율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공부했냐고 물어보면 1시간을 공부했다고 답변하곤 합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공부를 딱 30분만 하기로 결심하고, 30분은 그냥 놀거나 자는 것이 더 낫습니다. 하지만, 로딩 시간은 누구든 가질 수 박에 없는 일이기에, 이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시선을 돌려봐야 합니다.


6.

 우리는 왜 이렇게 긴 시간 준비를 하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저는 과감하게 그 일을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진리이기도 합니다. 극소수의 사람을 빼놓고는 공부나 일이라는 행위를 진정하고 싶어 할리가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대부분 '반드시' 해야만 일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긴 준비시간을 갖고서라도 이 일들을 쳐내곤 합니다. 자발적인 비효율의 추구라 할 수 있습니다. 단적으로, 우리의 피곤을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7.

 그럼 이러한 불상사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그 일을 진정으로 좋아하면 됩니다. 농담 같지만, 사실입니다.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의 긍정적인 부분 그리고 수행에 따른 빛나는 결과를 믿고, 스스로 이를 단단하게 믿는 방법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생계문제로 일을 하는 경우에도 그러합니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두 번째 방법을 추가로 활용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로딩 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것도, 세부 방법들에 익숙해져서 무의식적으로 줄이는 지경에 이르러야 합니다. 


8.

 세부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콤보 만들기‘입니다. 우선, 본인이 로딩 시간 중에 의식 없이 여유 있게 했던 준비동작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행동들을 연쇄적으로 혹은 동시에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콤보'를 구성합니다. 이는 A라는 행동을 하고 '아 이제 책 펴야지'라고 생각하다가, ’아 맞다! B도 해야지 ‘하고 그때서야 B를 행하는 버릇이 있는 경우 효과적입니다. 이제는 A를 하는 순간 바로 B를 하고, 이후 바로 공부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만약 더 필요한 준비동작이 있다면 B에 이어 C를 바로 시행하면 됩니다. 준비 행동을 규정하는 게 자칫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막상 해보면 우리가 늘 하던 행동일 뿐이니 쉽게 적응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에는 집에서 글을 쓸 때 ’ 글을 쓰기로 결심! - 커피를 한 잔 타면서, 무슨 글을 쓸지 생각한다(A) - 커피를 놓고, 책상 위를 즉시 치운다(B) - 컴퓨터에서 글 쓰는 화면 외에 모든 창을 다 닫는다(C) - 시작!‘의 순서가 될 수 있습니다. 3가지 행동 모두 글을 쓰는 도중에 해결되어 있지 않다면 너무나 신경 쓰이는 행동이기에, 저는 콤보를 만들어 한 번에 해결하곤 합니다. 


9.

 두 번째는 ‘빠른 적응‘입니다. 저처럼 첫 번째 방법에 숙련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카페와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늘 30분 동안이나 글을 못쓴 저와 같이 말이죠. 이러한 상황에는 짜증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의도적인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빠른 적응‘이 이때 쓰이는 방법입니다. 비슷한 것으로는 ’미친 긍정‘ 혹은 ’오히려 좋아‘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본인의 불상사와 짜증을 긍정으로 가볍게 눌러버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다음을 생각하면 좋습니다. ’내가 아무리 혼자 짜증 내봤자 시간이 지연되는 것 말고는 아무 효과가 없다.‘ 

 실례로, 저는 앞에서 살짝 짜증이 나는 시간 동안, 이를 글의 주제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글감을 바로 떠올려 노트북이 고쳐진 직후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연습할수록 익숙해지는 방법이며, 업무뿐만 아니라 평소에 마인드 컨트롤할 때도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10.

미천한 재능과 부족한 경험을 농축해 그럴듯한 진액을 건져서 많은 이들에게 나눠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매번 합니다. 글에는 분명한 효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문장이라고 할지라도 독자는 본인의 시간을 작가에게 투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많은 격언에서 아껴 쓰라고 난리인 그 시간을 말이지요. 그래서, 제 글을 읽으면서 얻은 팁을 통해, 추후에 본인의 시간을 더욱 아껴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정도면 원고료로 충분합니다.



*

요약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본인의 준비시간을 인지하고 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며, 이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준비시간 중 하는 일 들을 연쇄적으로 한 번에 해결하는 ‘콤보 만들기’라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빠른 적응’을 하는 방법이다. 이는 ‘미친 긍정’ 혹은 ‘오히려 좋아’로 불러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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