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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로 Jun 01. 2020

고정관념은 대체 누가 고정해 놓은 것일까?

'난 아닌디?'가 아닐텐디?

 2020년 4월, 강원도 원주 인근에서 한 택시가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자 A 씨의 왼쪽 중지와 약지가 택시 문 사이에 끼면서 바로 절단되어버리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때마침 인근 정류장에서 이를 목격한 한 간호학과 학생이 바로 달려와 응급처치를 시작, 인근 약국 및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더해져 무사히 적절한 응급조치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찾아온 119에 의해 A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응급조치 덕분에 성공적으로 손가락 접합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실제 뉴스이고, 아주 훈훈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 그러면 여기서 잠깐 퀴즈. 이 뉴스를 읽으면서, 택시 운전자 A 씨와 간호학과 학생의 성별을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혹시 택시 운전자는 남성, 간호학과 학생은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나와 같이 생각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정도 말이 전개되었으면 예상할 수 있듯이, 퀴즈의 정답은 택시 운전자 A 씨가 여성 / 간호학과 학생은 남성이었다.


 이처럼, 우리의 머릿속에는 길고 단단한 나사 8개를 써서, 잘 조여놓은 듯한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흔히들 '고정관념'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 고정관념은 대체 누가 ‘고정’해 놓은 것일까? 그것도 나사를 정성스레 하나하나 꽉 조여가면서 말이다. 우리 모두 이 행동의 책임을 다른 쪽에 돌리고 싶은 충동이 들겠지만, 결론은 피할 수 없이‘나’이다. 바로 우리가 우리의 머릿속에 이 관념을 고정해 놓은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간접적으로 겪은 상황과 생각들을 통해 생성된 생각의 결정체. 그것이 바로 고정관념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구태의연해진 격언으로 ‘고정관념을 벗어나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고정관념은 벗어나야 할 무엇인가 부정적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고정관념은 이처럼 ‘좋고/나쁘다’의 개념이 아닌, ‘발전 가능성이 크다/적다’의 개념으로 따져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불호, 나가서는 선악의 개념을 모든 일에 쉽게 적용하는 것은 항상 유의해야 한다. 막 적용하다 보면 본인의 종교적 신념과는 관계없이, 본인이 '악'이 돼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필자는 무교. 결코, 농담이다). 


 격언은 식상하지만, 고정관념을 벗어 낫을 때의 효과는 확실히 탁월하다. 생각의 외연이 넓어지고, 세상을 한층 더 다양한 방식으로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창의적'이라는 호칭 또한 어렵지 않게 습득할 수 있고, 때로는 이러한 모습이 많은 이들의 호감을 사기도 한다. 본인의 입장에만 매몰되지 않고, 상대방에 입장에서도 다양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인맥으로 또 다른 창의적인 길들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사람들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자명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고정관념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들이 있을까? 그래도 머릿속 나사를 2~3개 정도는 풀어놓고 산다고 자부하는 필자의 입장에서(*1~2개는 사실 퇴사하면서 풀림),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쯤 따라 해 봐도 좋고, ‘이게 뭐야? 장난해?’하고 무시해도 좋다. 인생은 짧으니, 우리 모두 마음 내키는 대로 하자. 아 참고로, '고정관념을 벗어난다는 것'과 '창의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을 사실상 동의어라고 생각하고 글을 썼으니, 이를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첫 번째는 ‘의도적인 루틴 비틀기’이다. 우리는 많은 일들을 ‘하던 대로’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익숙한 길 / 익숙한 행동 / 익숙한 반응 등, 모든 일을 그저 익숙하게만 쳐내다 보면 삶은 자연스레 뻔해짐과 동시에 소소한 삶의 재미들은 사라지며, 틀에 박힌 뻔한 사람이 되고야 만다. 

 그리고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추천하는 방법이 바로 루틴 비틀기이다. 한 달에 하루(빈도는 다다익선) 정도는 의도적으로 본인의 일상을 비틀어보자! 평소 이동시에 지하철을 탔었다면, 오늘은 일부러 버스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보자. 평소 등 하교/출퇴근 시에 A라는 길을 이용했다면, 오늘은 일부러 좀 돌아가더라도 B라는 길도 이용해보자. 때로는 본인이 하지 않던 일이라도, 일단 한번 도전해보자. 심지어, 최근에는 이러한 과정을 도와주는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틂의 효과는 명확할 수도, 전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색다름을 통한, 약간의 재미는 100% 보장할 수 있다. 본인이 뻔한 삶을 살지 않고 있다는 뿌듯한 느낌은 별개의 서비스랄까? 평소 2시간 걸리던 출퇴근 거리를 8시간 걸려서 걸어서 가라는 말이 절대 아니니,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가끔 본인 스스로의 루틴을 비틀어보자.


 두 번째 추천 방법은 ‘창의력 광합성’이다. 본인이 보유한 평범한 삶의 에너지를 창의적인 에너지로 전화하기 위해서, 사람들 또한 광합성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식물의 경우 광합성을 위해 빛이 있어야 한다면, 우리는 훨씬 다양한 것들로 광합성을 해낼 수 있다. 이때의 기준은 '본인'이다. 본인이 창의성을 얻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들이면 무엇이든 효과적이다. 다만, ‘평소에 자주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만 유의하자.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사용하는 광합성의 원천 두 가지 정도를 소개해보겠다.

 우선 한 달에 한 번은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방문하고 있다. 또한 가급적이면 사전 지식이 없고 낯선 곳으로 가려 애쓰는 편이다. 아쉽게도 본인이 미술 전공자는 아니기에, 이런 경우 카탈로그나 오디오 가이드를 참고해도 작품들이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그 작품과 시간 자체를 즐기려 노력한다. 한 달의 하루 정도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움을 광합성의 원천으로 삼으려 하는 편이다.

 다음 방법으로, 책을 읽을 때의 지키고 있는 원칙을 언급해 보려 한다. 책 읽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너무 당연한지라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이 원칙은 지금 읽은 책이 문학(소설, 시 등) 계열의 책이었다면 다음 책은 반드시 비문학 계열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책이 없어서 같은 ‘문학/비 문학’ 계열 중에 골라야 한다면 세부 주제를 바꾸는 것 정도로 타협해도 무방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모두는 익숙한 것 만을 하고 싶은 경향이 있고, 이는 책을 읽을 때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지금 읽고 있는 분야가 흥미로워서 같은 분야만 읽고 싶어 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잘 찾아보면 더 재밌는 분야의 책들도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새로운 재미를 위한 가능성을 찾기 위해, 다음 책은 항상 지금 책과 다른 분야에서 골라보는 걸 추천한다.




 사실, 고정관념의 나사를 풀던 말던, 결국 선택은 본인의 자유이다. 삶을 영위해나가는 방식은 다양하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삶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의 삶이 재미없다고 느끼고 있으며 새로운 일들을 추구하고자 하는 당신이라면, 한 두 개 정도는 풀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필자의 경험상 푼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이 전혀 없었으며, 좋은 효과들만 가득하였었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은 결국 내가 고정시켜 놓은 것이므로, 본인 나름의 푸는 방법만 잘 사용하면 스스로 나사를 풀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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