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시장 어귀에 군고구마 장수가 생겼다. 워낙 좋아하는 거라 입덧할 때도 군고구마가 그렇게 먹고 싶어 남편과 찾아 헤맸었다. 군고구마를 보니 절로 군침이 돌았다. 3개에 5000원. 주머니에 딱 삼천 오백 원이 있었다. 요즘에는 시장에서도 카드나 제로페이를 쓰다 보니 현금을 챙겨 다니지 않는다. 먹고는 싶고 오천 원은 없고, "혹시 2개도 파시나요?" 나는 용기 내어 물어보았다.
"그럼 얼마를 받아야 하나." 아주머니는 난감해했다.
"삼천 오백 원에 주시면 안 될까요?"
"삼천 원만 줘요."
아주머니는 종이봉투에 군고구마 2개를 넣어 건네며 따뜻하다며 손에 잡고 가라고 했다. 군고구마 덕분에 집까지 오는 내내 손이 따뜻했다. 샛노란 군고구마는 찐득하고 달콤했다. 어찌나 맛있던 지 3개를 다 사 오지 못한 게 한이 될 정도였다. 내일은 기필코 군고구마 살 돈을 챙겨 가리라 다짐했다.
다음 날, 주머니에 만원을 챙겨서 아이와 함께 시장을 갔다. 전날 먹은 달콤한 군고구마가 계속 떠올랐다. 그날은 아이가 타코야끼를 사달라고 해서 타코야끼부터 사고 군고구마를 사 올 생각이었다. 아뿔싸. 휴대폰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시장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타코야키는 카드로 결제할 예정이었고, 만원으로 고구마를 사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휴대폰을 두고 오는 바람에 수중에 있는 돈은 달랑 만원뿐이었다. 망설이다가 결국 아이의 간식인 타코야끼부터 구입했다. 그리고 내 손에는 2500원만 들려 있었다. 군고구마를 사기에는 또 부족한 돈이었다. 군고구마를 포기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식탐이 많은 사람인지라 쉽게 포기가 되지 않았다.
"저 혹시 1개도 파시나요?" 나는 오늘도 진상 고객이 되고 말았다.
"하하. 아이가 한 개만 사자고 해요?"
"그게 아니고요. 카드를 두고 나왔는데 하필 남은 돈이 이거뿐이에요."
"이거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맛있게 먹어요."
아주머니는 종이봉투에 고구마 한 개를 쏙 넣어 손에 들려주었다.
그다음 날 지갑을 통째로 들고 군고구마를 사러 갔다. 그날따라 군고구마 기계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옆 과일가게 사장님께 여쭤보니 군고구마 기계에 가스 주입을 못했다고 했다. 오늘은 판매 안 하니 나중에 오라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난 또 군고구마를 사러 시장에 갔다. 이번에는 5000원어치 꼭 사오리라! 하필 한 아저씨가 나를 앞질러 성큼성큼 걷더니 내 앞에서 군고구마를 3개 사갔다. 조금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다. 딱 내 앞에서 입장이 마감이 되거나, 물건이 품절이 되거나 하는 일들이 있지 않은가.
"군고구마 세 개 주세요." 나는 당당하게 오천 원을 내밀었다.
"이런, 두 개밖에 안 남았는데 어쩌나."
아주머니는 천 원을 거슬러 주었다. 뭐 2개에 3000원을 내고 산 적도 있고, 선물로 받은 적도 있고, 오늘은 2개에 4000원. 고무줄 같은 군고구마 가격은 나로 비롯한 것이니 누굴 탓하랴.
옆에서 아이가 말했다.
"엄마랑 군고구마는 인연이 없는 듯해."
언제쯤 제대로 된 고구마 3개를 살 수 있을까? 군고구마도 연이 닿아야 살 수 있는 거였던가...이성에 대한 집착을 해본 적이 없거늘 어쩌다 보니 군고구마에 대한 집착이 생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