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12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인성
Apr 06. 2021
못 읽은 편지
모퉁이길 돌아서면
어느새 초겨울의 짧은 해가 저물고
달빛 부스러기 환한 강둑길 흔들림 속
남겨진 이야기 도란도란 내려앉는다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림마저 잊었을 때도
계절은 어김없이 와 성큼 다가선다
바람은 급한 사연 품고 어딘가로 달려가고
부시시 눈 비비며 늑장 부리는 너
불어갈 바람의 흔적이라도 알고 있는 걸까
이유 없이 나는 떠날 준비를 하며
뭔가 쏟아질 듯한 냉한 하늘 바라보다가
궁금하게 밀봉된 편지 한 통 앞에 머뭇거린다
문득 내 앞에 놓여 있던 길이 사라지고
여기저기 사람들도 사라진다
기다리던 눈은 내리지 않았다
마무리 짓지 못한 우리의 이별, 불을 지필 수 있다면
밟고 밟아 단단히 길이 된 땅에서도 다시 꽃 한 송이 피울 것이다
들판 위에 서 있는 이름 모를 나무도
한 계절 쌓인 사색 무더기만큼의 색깔을 가졌다
너와 나에겐 그 짙음만큼 못 다한 이야기가 맴돌았다
이 겨울, 분명해질 수 있는 것은
새로 태어나기 전 아득함만큼의 고요이다
지난 기억을 담은 밀봉한 편지 앞에서 나는 머뭇거린다
keyword
편지
바람
사연
이인성
소속
직업
소설가
이인성의 브런치입니다. 무술인. 시인. 소설가입니다. 글을 쓰며 스스로 치유 받고 있습니다.
구독자
26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흑백 사진 속의 가을
놓을 수 없는 사랑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