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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ligitis Apr 05. 2016

나의 그리스 이야기

국민소득 3만 불, 요트를 소장할 때

그리스는 요트를 만들어 세계로 수출한다 © Lisay G.

 2007년 그리스를 방문하는 한국인은 드물었습니다. 미술관, 관광지에 가면 "일본인? 아니면 중국인?"이라고 묻는 사람이 많았는데, 매번 설명하기 번거로워 고개만 저었습니다. 해가 지는데 시간이 없어서 혼자 정신없이 파르테논 신전을 구경하다가 길을 잃었을 때에도, 중국 단체관광객을 발견하고 중국 가이드의 도움으로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서양인들에게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의 아시안을 세분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이자 신화로도 유명하고, 1980년대 국내총생산 (GDP) 세계 1위를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선조가 물려준 어마어마한 문화유산과 세계를 제패했던 해운업이 그 비결입니다. 1968년 선박왕 오나시스가 전 캐네디 대통령과 사별한 재클린 여사와 재혼한 것은 유명했지요. 일찍이 유럽연합 (EU)에 가입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도 성공적으로 치렀던 나라가 2010년 구제금융을 겪는 모습은 믿지 못할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재건 중이었던 폐허 속의 파르테논 신전을 걷다 © Lisay G.

 돌무더기 폐허에 가까왔던 파르테논 신전은 당시 재건이 한창이었습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 여신을 모시기 위해 대리석으로 지어진 건축물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천년이 넘게 번영한 그리스 신화와 문명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약탈과 전란으로 폐허가 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런던 대영박물관 (The British Museum)이 소장하고 있는 56점의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상을 돌려주자는 운동이 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조각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영국 지식인들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1965년 한일 문화재 협정으로 1432점에 달하는 한국의 문화재가 반환되었지만, 16만 점이 넘는 문화재가 여전히 해외에 산재해 있는데 가장 많은 숫자가 일본에 있습니다. 대영박물관을 비롯해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파리의 루브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은 위대한 듯 보이지만, 전시품의 습득과정이 전쟁이나 야만적으로 약탈한 것이라는 진실을 대면할 때면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어 집니다.

그리스의 대표 3개 섬을 방문하는 투어 중 © Lisay G.

 요즘 인기몰이를 하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있습니다. 우르크라는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전쟁 속에 피어나는 젊은 커플들의 전우애와 사랑을 담았는데 그 촬영지가 그리스 자킨토스 섬입니다. 자킨토스 섬은 관광 산업이 발달하였고 나바지오 해변이 유명합니다. 선남선녀 배우들보다 뒤편으로 보이는 풍경에 설레면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역시 그리스이더군요. 2007년에는 직항이 없어 두 번이나 경유를 해서 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경유하는 현지 항공사를 이용했는데, 낡은 의자가 통째로 떨어져서 승무원을 호출했습니다. 스튜어디스가 오시더니 마음에 드는 빈자리 아무 데나 앉으라고 해서 얼마나 웃었던지요... 그리스는 6천 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00여 개의 섬을 제외하고 무인도나 암초입니다. 그중 가장 큰 섬이 에게해 남쪽 크레타섬입니다. 실제로 보아도 잉크를 풀어놓은 듯 비현실적인 바다와 눈처럼 하얀 기암절벽의 눈부신 자연을 마주하면서 복 받은 나라라고 내심 부러웠지 말입니다.

그림 같은 에메랄드빛 바다에 푹 빠졌다 © Lisay G.

 당시 주중 그리스 대사관 인턴으로 근무하던 26세 청년이 그리스 전 장관님 통역 차 출장에 수행했습니다. 해외 대사관에 근무할 정도이니 8개 국어를 한다거나 실력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그리스 조각같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베이징에서 비행기에 함께 타 아테네로 가는 과정에서 몇 가지 해프닝이 있습니다. 그리스 남자는 가부장적이라 한국 남자와 비슷합니다. 녀석이 뜬금없이 제 나이를 묻는 것입니다. 어디 무례하게 나이를 물어? 그리고 제가 기내식을 남기자 유치하게 전 장관님께 이르겠다고 합니다. 지구 상 어디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며 말입니다. 누가 대사관에 근무하지 않는다고 할까 봐서.. 장시간 비행을 마치고 가방을 내리는데 집 열쇠가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녀석이 열쇠를 주워 건네며 한다는 말, "이게 천국으로 가는 열쇠니?" 제 상상을 뛰어넘는 선수 멘트에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그 후 아테네에서 마법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술에는 문외한이었지만 다른 분야는 뛰어난 친구였습니다.  

야외 카페에 앉아서 담소를 즐기는 사람들 © Lisay G.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It's all greek to me!)"라는 표현도 있듯 그리스어는 매우 어렵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국제교류 전시 차 그리스를 방문한 첫인상은 좋았습니다. 전 장관님의 댁에 머물면서 수행하는 분들 덕분에 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리스어는 유추하거나 알아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장관님 조카가 아테네 국립대학에서 미술사 박사과정을 하고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조각처럼 아름다운지 사람에 매료되어 넋을 잃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리스에서 먹던 '지중해식 식사'가 기억에 남는데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 요구르트와 생선을 곁들입니다. 샐러드이건 튀김이건 올리브 오일을 흥건히 두르고 레몬즙이나 요구르트를 뿌려 먹는 것이 핵심입니다. 처음에는 황금색 기름이 넘실거려 거부감이 들었지만, 일주일 내내 먹으니 로션이나 에센스를 바르지 않아도 머릿결과 피부가 좋아지고 아토피가 없어지는 등 기적 같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리스 음식은 '약이 되는 음식 (food as a medicine)'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후 식탁에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좋은 천일염이 늘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감람나무 (olive tree)가 지천에 있어서 올리브 오일을 약으로 여긴다니, 건강을 생각한다면 가까이 두라 권하겠습니다. © Lisa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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