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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Feb 01. 2020

Ruby 하는 여자

우아하게 코딩하는 법

 2018년 첫 Git을 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0년이 넘게 맥킨토시 컴퓨터를 사용했지만 정작 Linux 콘솔은 열어볼 일이 없었지요. 익숙한 소프트웨어로 이미지 영상 편집이나 3D 모델링을 했기에 명령어라고는 Flash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action script를 쓰거나 홈페이지를 에서 html, css를 읽는 정도면 충분했으니까요. 다운로드 업로드는 GUI에서 드래그 앤 드롭, 클릭만으로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2년 전 파이썬의 기초와 데이터 분석을 배우면서 아이들부터 비전공자들까지 코딩을 한다니 파이썬의 창시자 귀도 반 로썸 (Guido van Rossum, 1956)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언제나 로우 코드 (low-code)로 생활 코드나 시민 개발을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개발자들의 세계는 달랐습니다. 모든 변경사항과 디테일을 기록하고 자신의 영역표시를 한다거나 불필요한 미팅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제 취향과 맞았습니다. 그런 본성을 숨기고 외향인으로 20년을 지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요. 초보개발자로 Vi나 Nano 같은 쓸모없어 보이는 구닥다리 에디터도 사용해 보고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개념도 익히게 되었습니다. 리눅스의 아버지이자 깃의 창시자 리누스 토르발즈 (Linus Torvalds, 1969)는 헬싱키 대학 재학 시절 취미로 Linux를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하게 됩니다. 모바일 OS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안드로이드의 기반이 되었으니 대단한 업적이지요. 토르발즈가 호주 여행을 갔다가 꼬마 펭귄에게 물린 기념으로 펭귄 턱스 (Tux)는 리눅스를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되었습니다. IBM의 눈과 꿀벌 로고도 상징하는 바가 많기에 디자인은 IT와 상당한 연관성을 지닌다 하겠습니다.      

2020년 얼떨결에 코딩 강의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말이 입문이지 근원적인 질문이 쏟아질 것을 예감했습니다. 제가 코딩을 처음 배울 때를 기억하기에 불안감은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더해갔습니다. 언어를 배울 때 문법보다 중요한 것은 왜 배우는지 당위성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C나 JAVA를 배워본 적이 없기에 다른 언어와 비교해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고, 제가 익숙하게 제2외국어를 습득했던 방식을 택했습니다. 어차피 언어이니까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를 배우듯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일주일 동안 파이썬 기초로 챗봇을 구현하는 것이었기에 전체 아키텍처를 디자인하고 대화를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기획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듯 완벽한 개발자가 되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오조오억 개의 에러를 찾아줄 수 있는 초능력이 제게 있을 리 만무했고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아는 지식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낯선 환경을 맞닥뜨렸을 때 발휘되는 지능과 창의성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프로그래머의 최고의 친구'라는 슬로건을 자랑하는 언어 루비는 파이썬과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저는 두 개발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루비와 파이썬을 개발하지 않았나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네덜란드는 예로부터 일본과 문화적인 교류가 활발했으니 근본적으로 무관하지는 않겠지요. 오랫동안 사용한 자바나 C언어, 파이썬이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 등 서양인이 만들었다면, 루비는 동양인 유키히로 마츠모토 (Yukihiro Matsumoto, b.1965)가 개발한 언어입니다. API가 일본어로 되어 있다 보니 일본어에 친숙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Ruby on Rails이라는 웹 전용 프레임워크로 사용이 매우 편리합니다. 무엇보다도 알면 알수록 파이썬과 유사해 두루 익혀두면 쓸모가 많습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이 분분하지만 2013년 직접 만나본 바로는 엄연한 검은 머리의 동양인 혈통입니다. 비록 개발언어가 영어로 쓰이지만 기계를 관통하는 이론은 동양철학이 우세합니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 특성상 뭐든 대세가 되어버리면 다른 것을 찾는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시작을 알 수 없는 파이썬 열풍이 그렇습니다. La French Tech Seoul 덕에 접하게 된 Ruby는 이름처럼 우아하고 보석처럼 희소가치 있는 언어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루비를 쓰는 개발자라면 어렵지 않게 6자리 연봉을 받을 수 있지요. 몇 달을 무리해 파이썬과 씨름하느라 스트레스로 이석이 떨어져서 세반고리관의 림프를 따라 돌면서 현훈을 겪었습니다. 골다공증의 일환으로 중년 여성들에게는 흔한 일이라 칼슘을 채우기로 했습니다. 건강보조제는 선호하지 않기에 방어회로 양질의 칼슘을 섭취했습니다. 삼겹살보다 고소하고 기름진 두툼한 회를 신선한 야채를 곁들여 주식으로 먹으니 좋아졌습니다. 이제 다 지나갔으니 담담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언어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가족사이에도 궁합이 있습니다. 억지로 유행을 따르려고 끙끙대기보다 나에게 맞는 언어와 천직을 하루빨리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 Lisa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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