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레이먼드의 저서 <성당과 시장 (The Cathedral and the Bazaar)>은 오픈소스 철학을 대변하는 유명한 글입니다. 레이먼드는 리눅스 커널 개발과정과 패치 메일이라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개발한 경험을 들어 오픈 소스 개발의 효율성을 설명합니다. 1997년 5월 리눅스 회의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1999년 동명의 책으로도 출판됩니다. 저자는 두 가지 방식의 오픈소스 개발 모델을 비교 대조합니다. 성당 모델은 출시 때에만 소스 코드를 공개하고 그 사이에는 제한된 개발자들만 소스 코드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시장 모델은 소스 코드가 인터넷에 공개된 상태로 개발됩니다. 리눅스 커널 프로젝트의 리더였던 리누스 토발즈가 이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보는 눈이 충분히 많다면, 찾지 못할 버그는 없다"는 리누스 법칙이 핵심입니다. 많은 사람이 테스트하고 훑어볼 수 있도록 코드가 공개되면 버그는 빨리 잡힙니다. 반면 성당 모델은 허용된 개발자들만 소스 코드를 볼 수 있어 버그를 잡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개발 모델과 비슷해 보입니다. 이후 많은 개발 프로젝트가 시장의 열린 개발 모델을 사용하게 됩니다. 넷스케이프가 커뮤니케이터와 모질라 프로젝트가 그 예입니다. 성당 모델은 상용 소프트웨어의 전형적인 개발 방식입니다. 오피스나 포토샵 같은 상용 소프트웨어는 출시할 때 소스가 같이 제공되지 않지요.
오픈소스의 명분은 좋지만 분명 한계도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천재 프로그래머들이 재능을 공여하는 장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반면, 국내에서는 프리랜서 개발자들의 밥그릇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글로벌에서 20년간 활동하다 보니 네트워크가 좋습니다. 제 실력이 10에 불과하다면 친구의 능력은 100을 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친구를 통해 나를 검증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실력보다 더불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투자는 투기는 무엇이 다를까요. 투자는 내가 이득을 봤다고 손해 보는 사람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는 상생의 투자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투기는 다르지요. 남의 손해를 취함으로 나의 이득을 챙기기에 초보라도 쉽게 분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공개되면 대중의 눈으로 펀딩을 샅샅이 살핍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투자 여부를 판단합니다. 인맥과 직관을 동원해 온라인 IR을 읽고 멤버들의 이력을 살피다 보면 이상한 점이 걸러집니다. 마치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검증된 성당과 시장 모델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학력이 높거나 학벌이 좋아서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평균 이상의 사람들은 안정이나 명예를 선호하기에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택할 겁니다. 신분제도는 사라졌지만 대다수가 자발적으로 재벌가 노비를 꿈꿉니다. 입사를 하고 공식적으로 노비가 되면 어깨에 힘을 줍니다. 실패한 취준생을 비웃기도 했겠지요. 신분제를 타파하자고 외친 것이 불과 몇 세기 전인데 어찌 된 일일까요. 월급으로 자녀를 키우겠지만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납득할 수 없다면 연봉 5천만 원부터 5억 원까지 하루하루 영혼을 팔다가 죽으면 그만입니다. 10년 쪼이면서 직장생활을 하고도 노예근성에 떠나지를 못합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내돈내산으로 여행을 쏘다니고 기뻐할 때, 부자들은 감가상각이 없는 부동산, 귀금속, 골동품, 미술품, 주식, 채권으로 돈을 불립니다. 복리의 마법을 알게 되면 쇼핑보다 큰 행복이 생깁니다. 하루살이처럼 번 돈을 모조리 쓰지 않았다면 누구나 종잣돈은 있지요. 소비성 저축을 반복한다면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인생은 긴데 무엇이 중요할까요. 영육과 재정이 건강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정보를 습득해야 합니다. 학창 시절 모범생이 사회적 성공까지 보장하지 않으니 재미있는 세상이지요. 봄이 성큼 다가온 주말입니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기도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입니다. © Lisay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