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J Aug 31. 2020

본업을 가장한 IT 기업

X, Y, Z 세대가 사는 법

 스타벅스, 도미노피자, 아마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코로나로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급부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일차원적으로 커피를 팔고 피자를 팔고 책을 파는 기업으로 알고 있다면 오산입니다. 철저히 기술 중심적인 IT 기업이었기에 팬데믹 위기에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거나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스타벅스의 쿠폰을 한 번쯤은 받아본 적이 있을 겁니다. 편리하고 단순해 보이죠, 그런데 동네 커피숍을 방문해 보면 기술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아직도 종이에 도장을 찍어 고객을 관리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습니다. 그나마 오는 사람이 적으니 괜찮은데 만일 맛집으로 소문이라도 나서 줄이라도 서는 날에는 큰일입니다. 분실이나 위조에서 자유롭지 않고 고객의 데이터가 전혀 수집되지 않으니까요. 번거롭고 원시적입니다. 사업 확장을 위해 큰 금액의 상품권이라도 발행하려고 한다면 더 난감합니다. 종이에 도장이나 사인을 해서 나눠준다고 해도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적용된 기술이 13자리 난수를 발행해서 글로벌 고객에게 쿠폰을 보낼 수 있는 데다 안심하고 선금 카드를 구입하거나 결제를 할 수 있는 보안기술입니다. 사이렌 오더나 DT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한눈에 볼 수 있으니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차이입니다. 


 글로벌 기업을 거론하기 곤란하다면 국내 스타트업을 예로 들겠습니다. 강남 워킹맘들 사이에서 대박이 난 라스트 오더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 앱 하나면 알뜰하게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퇴근길 앱을 켜 위치기반으로 근처에서 마감세일을 하는 가게들과 편의점, 레스토랑, 백화점 리스트까지 메뉴가 뜹니다. 나와 가족들이 먹을 것들을 골라 결제하고 현장에서 픽업을 하면 되니 참 편리합니다.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쇼핑 가능한 시간이 제한적이라 30~80%까지 할인된 가격에 커피에서 베이커리, 동네 맛집 외 치킨까지 득템을 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사장님 입장에서도 남아서 버릴 위기에 처한 음식에 수요를 찾아 줄 수 있으니 지구도 구하고 환경도 지키고 일석이조입니다. 세대를 넘어 가치소비를 하는 밀레니얼에게도 선한 영향력은 전파되고 있습니다. 자본금 35만 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25억 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받은 건실한 스타트업입니다.  

 자본금 296만 원의 프레시 코드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맛있고 건강한 샐러드를 만들어 파는 F&B 기업 같지만, 사실은 거점 배송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샐러드 한 개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물류를 혁신한 스타트업입니다. 샐러드는 거들 도구일 뿐이지요. 탄탄한 IT 기술이 바탕에 있었기에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계절마다 신메뉴를 선보이며 다양한 콜라보를 시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없었던 방식으로 말입니다. 공유 오피스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원하는 지점으로 샐러드 배송을 받고 미팅이 끝나고 식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라운지에서 바로 취식할 수 있는 점이 편리합니다. 편의점 냉장 배송과의 협업으로 동네 편의점에서 주문한 샐러드나 주스를 오늘 받아볼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를 등록해 두고 비밀번호로 결제할 수 있는 간편 결제 기능으로 결제 때마다 번거롭게 신용카드 앱을 열고 닫지 않아도 되어 편리합니다.

 Z세대를 겨냥한 인테이크 스타트업은 특이합니다. 서울대 벤처창업 동아리에서 만난 청년들이 용돈을 모은 자본금 200만 원으로 설립해 1년 만에 매출 20억을 가뿐히 돌파했습니다. 손에 들고 마시는 죽, 슈가로로, 키토 제닉 등 1인 가구를 위한 싱글 푸드와 기능성 식단을 출시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었죠. 처음 홈페이지를 둘러보는데 저 같은 옛날 사람은 '보리굴비'와 '버터 카레' 밖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굽고 찌는 번거로운 생선요리를 레토르트로 만들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바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었죠. 몇 번을 주문해서 먹어보니 패키징은 아쉽지만 배송 과정만큼은 빠르고 투명합니다. 주문이 들어가고 상품 준비 중, 배송 중 등 일련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도미노 피자가 IFTTT라는 플랫폼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지요. 세대를 넘어 숨겨진 도전정신과 호기심을 자극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의식주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나 패션에 치중했던 옷은 편안함이나 기능성이 중요해졌습니다. 잠만 자는 곳에 불과했던 집은 삼대가 어우러져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재택 업무까지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생존에 밀접한 음식은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눠먹을 수 있도록 기술을 품고 거듭나고 있습니다. 변화의 물살에서 고집스럽게 관성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휩쓸려 내려갈 것이고 열린 마음으로 서핑을 할 준비가 되었다면 변화를 즐기면 됩니다. 생물학적인 나이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타문화에 대한 감수성이 세대라는 페르소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정아버지는 구순이 가까우셨지만 수제버거와 생면파스타를 좋아하십니다. 그런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은 저 역시 나이는 잊고 젊은 친구들이 좋아서 어울립니다. © Lisay 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