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봇의 시대
이제 테크를 모르면 생각 없이 휩쓸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반도체 회로를 만들거나 로켓을 쏘아 올릴 고급 과학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가전이나 쇼핑몰에 어떤 기술이 들어갔는지는 알아야 호구가 되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저 맞춤형 광고에 감사하고 예산 걱정 없이 트렌디한 소비를 할 수 있다면 굳이 이 글을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줄어들지 않는 화수분 적금, 연금 수혜자이거나 좀비처럼 살아도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굳이 기술을 배운다는 것이 복잡하고 귀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좋았으면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후기를 남기고, 불편했다면 어떤 면에서 그랬는지 솔직하게 피드백을 해주는 것입니다. VOC (Voice Of Customer)는 마케팅의 시발점이자 빅데이터가 생성되는 지점입니다. 온 택트 & 언 택트 시대에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오래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검색에도 전문가가 있습니다. 지난 주말 비행기로 부산을 거쳐 울산에 다녀왔습니다. 국적항공사 통합으로 내년이면 마일리지를 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고, 전용기의 시대에는 마일리지는 필요가 없어지겠지요. 똑같은 키워드로 나란히 앉아서 동시에 검색했는데 남편과 나의 검색 결과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맞습니다. 브라우저의 검색엔진은 그동안 검색을 하고 접속했던 데이터가 쌓여서 각자에게 최적화된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지요.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면 검색 결과가 이전과는 완전 딴판으로 나오는데 쿠키 (cookie)가 리셋되었기 때문입니다. 과자를 먹을 때 쿠키 가루가 떨어지듯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소소한 기록이 남게 됩니다. 브라우저 로그인을 하면 동일한 단말기를 쓰듯 작동합니다. 재미로 검색한 시시콜콜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공용 PC를 사용할 때에는 쿠키나 히스토리가 남기에 늘 주의해야 합니다.
마케팅과 세일즈의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재화나 서비스를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서 하는 것임은 알겠는데 막상 하려면 막막합니다. 광고를 해보아도 기대만큼 효과가 바로 오지도 않고요. 과녁을 예로 들어봅시다. 방향과 속도라는 두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마케팅은 전자에 세일즈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방향이 틀렸으면 아무리 속도가 좋아도 과녁을 빗나가고, 방향이 맞더라도 속도가 형편없으면 과녁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어떤 것을 파느냐에 따라서 방법도 달라집니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으로 판매를 일으키려면 낚시형이 맞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코로나 19 등 검색 타이밍에 노출되어야 합니다. 반면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판매하려고 한다면 이 방법은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sns나 광고 등으로 내가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 알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명품, IT 설루션, 미술품, 아파트처럼 단기간에 구매가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정기적인 뉴스레터나 세미나 등으로 충성고객을 얻기 위해서 브랜딩을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회사에 따라 개인이 아닌 회사를 상대로 영업하는 비중이 높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B2B와 B2C는 본질은 같습니다. 물리적인 거리로 오프라인에서 불가능했던 것들이 온라인에서는 모두 가능해집니다. 마케팅 업무 종사자라면 익숙한 펀넬 (funnel)이나 코호트 (cohort)는 월 단위로 분석해 보아도 충분합니다. 아직 어떤 회사에서는 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지 보고 (daily report)는 의미 없는 행동에 불과합니다. 꼰대 거나 멍부 (멍청하고 부지런한) 사장이라면 직원들이 하루 종일 노는지 불안하니까 시간대별로 심하면 30분 단위로 작성을 요구하는 곳도 있습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몇 주에 걸쳐할 일을 한 시간에 마치고 놀고 있는 직원이 있다면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20년이 넘게 성장하지 않는 회사에는 사장을 꼭 닮은 중간관리자가 고여서 썩은 물처럼 있기 마련입니다. 본인 SNS도 장기간 방치해 두고 엉망진창이면서 소셜미디어 홍보를 대담하게 맡겨달라는 사람들이 있어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주변에 그런 곳이 있다면 타산지석 삼아 변질되지 않도록 늘 살피고 반성하며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과거 의도하지 않게 큰 세일즈를 여러 번 일으킨 경험으로 돌이켜 볼 때 마케팅의 본질은 사람입니다. B2B 사업이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담당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나 반대급부가 의외의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거창해 보이던 사업에도 B2C와 중복되는 지점이 발생합니다. 빅딜을 성사시켜도 담당자가 얻는 베네핏이 없다면 월급이나 받으며 허송세월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 몇 백만 원에 영혼까지 부어 넣기를 기대한다면 오산입니다. 그리고 당신 고객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합니다. KYC (Know Your Customer)는 암호화폐 거래나 금융에서 쓰이는 개념입니다. 개인정보를 넘어서 인맥이나 취향을 알 수 있다면 언제 무엇이 필요한지 니즈 (needs)를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명해져야 합니다. 명함 같은 기본적인 사항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겠고요, 크롤링을 통한 이메일이나 sns 분석으로 최근 무엇이 달라졌는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누구나 거치는 생로병사의 전환점을 겪고 있다거나 적어도 구매경력이 있는 고객이라면 절대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마케팅 자동화를 해주는 다양한 봇 (bot)이 나와 있기에 개인 혹은 회사에 맞는 서비스를 골라 커스터마이징 하면 편리할 것입니다. © Lisay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