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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May 24. 2021

NFT의 본질

팬덤에 기여하는 방식

철이 없었죠,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살았으니...

 태초에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그리고 시스템을 만드는 개발자가 있었습니다. 다이버전트에게 ‘당신의 정체성을 밝히라’ 면 상당히 곤란합니다. 2003년 일본에서 정식 데뷔를 했으니 아티스트가 분명하고, 국내외에서 예술계에서 밥벌이를 하며 20년 가까이를 보냈습니다. red, green, yellow 색깔별로 람보르기니를 모으지는 않았지만 버지니아 울프가 이야기하는 <3기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어 재능을 타고나서 중고등학교 때 영미권에서 살다 온 교포 친구들이 반에 한 두 명씩 있었는데, 그들보다 영어, 불어, 한문 등을 더 잘했습니다. 그리고 90년대 자바스크립트가 나왔을 때 프로그래밍 전공이던 언니의 어깨너머로 문법을 익혔습니다. 당시 300만 원이던 웹사이트 제작 알바를 재미 삼아하면서 배낭여행비를 벌었던 기억이 납니다. 눈 깜짝할 사이 20년이 훌쩍 흘러버렸으니 아쉬울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개발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2017년 무렵이었습니다. 해커톤이나 커뮤니티 모임, 밋업도 활발할 때라 창피함을 무릅쓰고 익히고 또 연습했습니다. 우뇌가 익숙해지니 좌뇌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삐그덕 거리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앱 다섯 개를 출시하고서 주니어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습니다.


예술가와 개발자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기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개발자들 역시 예술을 모르는 문외한이 많습니다. 그런데 NFT가 돈이 된다고 하니 두 집단이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하려고 모입니다. 새내기부터 몸값이 높은 스타 작가도 있고 초보부터 고수까지 섞여 있습니다. 처음부터 퀄리티 있는 사람을 모으기도 쉽지 않고 큰 그림을 설득시키기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뭔지 알 수 없는 오합지졸로 결과물을 만드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릅니다. 대충 만든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도 없고, 토큰으로 구입한 작품은 만져보지도 못했으니 실체가 무엇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NFT 아트 프로젝트의 시초라고 하면 단연코 2017년 출시된 크립토키티 (CryptoKitties)를 꼽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를 교배해 돌연변이를 만드는 게임으로 알려졌지만, ERC-721라는 기술적인 개념이 들어 있습니다. 이더리움 플랫폼에서 ERC20 토큰을 사용해 고양이를 사고팔고 가스비를 지불하며 교배합니다. 태어나는 고양이는 저마다 생김새가 다른데, 이 돌연변이 고양이와 매핑되는 ERC-721 토큰은 쪼개질 수 없는 묶음 (class)이고, 그 희소성으로 가격이 천차만별로 매겨집니다. 때문에 현금이나 금 같은 유동자산이 아닌 부동산이나 주식, 예술품 등과 어울리는 조합으로 분류됩니다.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면 재미도 있고 언젠가는 가치가 오르겠지만, 남들을 따라 영끌해서 구입하다가는 블록에서 없어지지는 않지만 대략 폭망을 피할 수 없습니다.


코인과 토큰의 차이

 코인이라 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필두로 고유한 메인 넷을 가진 다양한 알트코인들이 있습니다. 설계될 때부터 채굴량이 한정되게 하거나 채굴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반면 토큰은 다른 메인 넷을 통한 Dapp (분산화된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 혹은 재화 등의 기능성 유틸리티로 사용됩니다. 참여자가 많아야 생태계가 유지되기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ICO나 에어드롭 등 이벤트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록체인은 소수점으로 쪼개는 것이 가능하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이력을 남기는 등 기술적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코인과 토큰은 태생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코인은 골드처럼 그 자체로 희소성을 지닌 자산이기에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1차 시장입니다. 반면 NFT 토큰은 물물교환을 하거나 지불하기 어려워 경매 방식으로 가격이 등락합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접근성이 좋은지 주식이나 채권처럼 개인차가 있을 것입니다. 사고파는 사람들이 하나 없어 프로젝트가 망하더라도 소유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영혼 같다고 할까요! 그러나 가상공간의 소유권을 증명할 뿐, 만질 수 없는 '그림의 떡'입니다. 가상공간에 전시되고 거래되지만 작품은 소모되지 않고 오로지 디지털 데이터의 형식으로 안전하게 저장됩니다.



이제는 팬덤이다

 플랫폼이 달라진다고 실력이 없는 사람이 일류 작가로 둔갑되지는 않습니다. 플랫폼의 장점을 살려 자신의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전공과 무관하게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크립토아트 플랫폼에서 최고가를 달리는 작가 마이크 윈켈만 (Mike Winkelmann, b.1981)는 독학으로 5000일의 매일매일 디지털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비플 (beeple)이라는 부캐로 더 알려진 그의 작품은 2021년 3월 11일 크리스티 옥션에서 6930만 달러 (약 780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Metakovan이라는 가명을 밝힌 낙찰자에 따르면 실물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작품을 주고받지도 않았기에 "마치 도둑을 맞은 것 같다, (I feel like I got a steal,)"라고 인터뷰했는데 “말한 대로 마지막 전송 중이다, (As we speak, I’m sending the last transaction,)”라며 이더리움을 보냈습니다. 낙찰을 받더라도 실물을 전달받거나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얼떨떨합니다. 나중에 재판매를 할 때 분할 혹은 일체형의 방식으로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메타펄스 (Metapurse)라는 NFT 펀드를 거래하는 플랫폼의 설립자로 알려졌는데, NFT 아트는 지식과 자본을 요하는 진입장벽이 높은 소셜 네트워크인 셈입니다. 


기술이 민주화를 가져다줄까

 자율주행, 자동화,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의 효용이라면 기술의 진입장벽을 낮춰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운전을 하고, 숫자에 어두운 사람들도 세무나 월급 등을 주고받는데 불이익이 없어야 합니다. 나아가 지식의 편차나 나이의 적고 많음, 지적 능력의 차등으로 투표권을 상실하거나 취업에 차별을 받는 불합리한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인간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서 부를 축적하고 자신들의 힘을 기르는 데에 쓰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법이든 지식이든 아는 것은 힘이요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되었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호구가 되기 좋은 조건이 되었습니다. 내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때에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정의로운 행동일까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 반대쪽으로 기울어보면서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물리적으로 모이는 밋업 (meet up)은 가고 메타버스 (metaverse)가 열리면서, 분산화가 아니라 기술과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계층이 이를 좌우지한다는 모순점도 있습니다. 결국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개발자가 되거나 이도 저도 어렵다면 자본가가 되는 방법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Lisa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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