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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Jul 10. 2021

무소유와 메타버스

우리는 단 한순간도 소유했던 적이 없다

 2020년 설 연휴를 앞두고 독서 모임의 책이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로 정해졌습니다. 그녀의 첫 번째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의 디테일에 감탄했던 터라 기대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책을 구입하려 보니 한국어는 두 권이고 영어는 한 권이라 영어 원서를 택했습니다. 창의적인 게으름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예일대 출신 작가의 고급진 어휘 선택과 표현을 익히는 것이 좋았습니다. 고작 1년 어학연수 다녀와서 회화를 가르친다고 겉보기만 소란스러운 튜터들과는 격이 다른 영어였습니다. 코로나19로 독서모임은 취소되었지만, 매일 10장씩 달달 암기하며 읽으니 한 달이 채 되기도 전 책거리를 할 수 있습니다. 감성적으로 소유하다 보면 기하급수적인 해외 이삿짐 비용이 나온다는 것을 경험한 후 필요가 없는 것은 과감히 처분합니다. 깨끗하게 잘 읽었으니 필요한 이웃에게 당근 하려 보니 마침 책을 구한다는 글이 보여서 나눔 할 수 있었습니다. 신간으로 물물 교환하면 더 좋았겠지만 대체 가능한 대상을 찾기는 정말 어렵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그녀의 강연과 대담을 찾아보면서, 왜 글을 쓰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종이책이나 pdf 전자책을 팔아도  권에    혹은 만원 남짓한 돈을 인세로 받는데커피  잔을 마시 사라지는 적은 돈입니다. 어차피 떼돈을 벌지 못한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라도 하는 것이 맞습니다.   브런치  무료로 글을 올려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조회수 보면   명이 읽고 가는데 하트를 눌러주거나 댓글을 남겨주는 분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에 한두  글을 올리는 것은 대나무 숲처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속시원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소속감을 느끼고, 소유하고, 타인에게 사랑받는 것 등이지요. 그런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 진 때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가족을 제외하고 학교, 밋업, 영화, 전시, 직장 등 삶의 많은 것들이 랜선 공동체로 바뀌었습니다. 과거 미디어는 콘텐츠 제작자의 일방적인 정보전달이었다면, 라이브는 쌍방 소통이 핵심입니다. 대형 TV를 놓고 드라마를 보거나 홈쇼핑,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가더라도 시청자는 겉도는 객체일 뿐입니다. 하지만 랜선 투어나 라이브 쇼핑은 마주 앉아서 묻고 답하는 소통부터 본질이 다릅니다. 시간과 비용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없으면 가차 없이 OUT입니다. 아직도 식사나 차를 하자며 의미 없는 약속으로 선후배를 호출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꼰대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유행에 발맞춰 무의미한 모임을 일괄 정리했습니다. 굳이 내가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면 당신은 대체 가능한 존재일 것입니다.


 태초에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가 있었습니다. 인간은 부동산 소유권과 임대권을 사고팔았지만 땅은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있었고요. 언제부터 약속이나   땅따먹기를 구획을 하고 문서를 교환하고 돈을 받기 시작했을까요. 쉽게 깨어지는 사랑은  어떤가요. 연애시절 자유로웠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우리는 사회적 약속을 했습니다.  사람은  것이고 죽을 때까지 서로 사랑하겠다고 맹세를 하고 종이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과 영혼을 온전히 가졌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입니다가상화폐가 만질  없고 가질  없어 허망할지 모르지만 사실 부동산이나 사랑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최초의 트윗에 가치를 부여하고 스타의 애장품에 경매를 하는 것은 유사한 맥락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1/n 비용을 지불하는 회식이나 동창회 모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들의 시간이 일대일 대응이   있단 말인가요! 필요해서 소집한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돈을 지불한다는 행위가  작위적입니다. 하루 먹고 마시고 입고  곳으로 충분했는데, 인간은 사라지지 않는 화폐를 만들면서 소유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정말 가지고 어서 막상 수중에 들어오니   정도는 기쁘다가  이상 설레지 않습니다. 남들도 사고 싶어 하니 나도 호기심과 경쟁심에 끝내 얻었지만, 냉정하게 따져 애초에 나에게는 필요 없었던 물건이었습니다. 마트에서 대량으로 식료품을 구입해 쟁여두다가 보면 유효기간 내에   먹고 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도 있다는데 죄송스러운 마음에 하루 단식을  적도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용하지도 않고 쌓아둔 물건들을 정리하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육체와 영혼이 일용할 양식이거늘, 돈은 썩어서 없어지지 않았던 탓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던 것일까요. © Lisa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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