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해운대구 워케이션을 다녀왔습니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 연말연시 해외 출장도 취소하면서 서울을 지켰는데 잠시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아름다운 곳이 많으니 이번에는 새로운 마을로 숙소와 업무공간을 잡았습니다. 해운대 송정마을인데 '송정'이라는 지명은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송(松)’자가 붙은 지명이 있는 곳에는 침범하지 못했기에 국내 곳곳에 왜군들을 피하기 위해 ‘송정‘ 명칭이 붙여졌고,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송정 마을도 이때 생겼다고 합니다. '블루라인 파크’ 전차를 타고 미포역에서 이동하면 송정역에 다다를 수 있었고, 일 년 내내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제가 2023년 요트조종면허를 취득하게 된 일등공신이 바로 부산의 관광벤처기업 <요트 탈래>의 김건우 박사님 덕분이니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콜라보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맑은 날에는 다릿돌전망대나 해월전망대에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고, 우천 시 운치가 있지만 갈 수 있는 지역이 제한됩니다. 해운대구 워케이션 업무공간으로 송정과 청사포 중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숙소 근처이자 식사가 편한 송정 홀리라운지로 업무공간을 예약했습니다. 워케이션에서 숙소와 관광바우처가 제공되기에 업무공간 체크인 확인이 필수입니다. 김해공항 국내선으로 가뿐하게 도착해 업무공간으로 달리니 차로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아침이라 교통도 원활하고 날씨도 좋아 해운대구는 휴식하기에도 일하기도 좋았습니다. 출장을 가면 맛집서치는 필수인데, 마침 업무공간 건물이 소문난 블루리본과 레드리본 맛집이라서 먹고 싶은 메뉴 (어란파스타, 들깨고사리파스타, 오로라에이드)를 미리 정해서 갔습니다. 저는 J라서 디테일이 완벽한 출장 계획을 짜야 안심합니다. 와인 1병 콜키지가 무료이니 단체 워크숍이라면 미리 챙겨가심 좋겠습니다.
숙소는 인덕션 취사와 드럼 세탁까지 가능한 오피스텔이었고 해변가 앞이면서 아래층에는 상가들이 있어 편리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는 개별 온돌 난방을 틀 수 있어서 따뜻하고 스타벅스가 지척에 있어 커피 수혈이 필요할 때 달려가기에 좋았습니다. 워케이션을 오신 디지털노매드 외국인도 많이 계시고, 무엇보다도 번잡하지 않아서 쉬고 충전하고 일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가에서 발을 담그고 물멍 하기도 좋았고, 아침 해파랑길을 산책하면서 땅과 바다의 기운을 듬뿍 받고 돌아왔습니다. 얼굴에 뭘 바르지도 않았는데 반들반들 광채가 나고 건강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얗고 빨간 큼직한 동백꽃이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부산 출장은 매년 한 두 번씩 왔지만 꼭 방문하는 아지트 같은 장소가 있습니다. 고은사진미술관과 프랑스문화원에서는 양질의 전시회가 열려 잠시나마 정중동을 즐기기 좋습니다. 이번에는 독일 현대사진작가 요셉슐츠와 이탈리아의 현대사진작가 파올로 벤투라의 전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루프랩부산이 기획한 태국 미디어아트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가족의 죽음과 태국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최근 제가 대한민국에서 겪은 경험들과 공통점이 많아 한참을 머무르며 영상을 감상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크고자란 고향이 부산이기도 하고,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어르신들의 사투리가 정겹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프리뷰에 참석하기 위해 벡스코로 향했습니다. 매년 아트부산을 보러 왔었는데 올해는 서비스가 별로였습니다. VIP Black이었음에도 5월 8일 오후 2시까지 줄 서서 대기하며 입장을 했고, 작가 스튜디오 방문 등 VIP 프로그램은 다 마감되어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문의했더니 늦게 신청한 저를 탓하더군요. 뿐만 아니라 현지 컬렉터 친구까지 초대해서 방문한 저녁 오프닝 파티 명단에 누락되어서 입뺀을 당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알아서 몸을 사렸어야 했나 봅니다. 결국 상반기 구매 예산은 하반기로 이월시키고 씁쓸함만 남았습니다. 아트페어는 많고 소장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수고롭게 두 번 걸음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날씨도 좋지 않았기에 이튿날 워케이션 늦은 체크아웃을 하고 온천에 들렀다가 상경했습니다. 하반기에 한 번 더 3박 4일 워케이션을 올 수 있으니, 지스타가 열리는 11월 중으로 스케줄 잡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