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거래처에서 주고받은 기프트카드가 많아 어찌어찌하다가 프리퀀시 한 판을 완성하게 되었다. 더 이상 마시고 싶지도 않은 비주얼의 고열량 미션음료 3잔까지 클리어하면서 말이다. 17장을 완성하고 증정품 예약하기 메뉴를 넘겨 보던 중 양말과 파우치 버튼이 활성화된 것이 보였다.
"17잔 완성 후, 추가 e 스티커 5개로 선택할 수 있다며?"
'e 쿠폰 발행하기'도 누르지 않았는데 '증정품 예약하기'가 활성화된다는 것도 아이러니했다. 결국은 17잔을 완성하면 아무거나 예약할 수 있다는 뜻 같은데, 위와 같이 굵은 글씨로 적어 놓았으면서 어떻게 양말이 바로 예약된다는 것인지 참 이상했다. UX 디자인을 잘못했거나 앱 버그일 수도 있으니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 예약을 눌러보기로 했다. 눈 깜짝할 사이, 17장 중 15장이 차감되더니 미션 스티커 두 장이 남고, MSGM 양말 세 켤레가 예약되었다. 주말이니 당연히 내일 수령하러 가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 확인해 보니, 예약일이 오늘이 아닌 어제였다. 그리고 '스티커는 환불되었고 노쇼로 일주일간 예약이 불가하다'며 페널티가 걸려 있었다. 곧장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고객의 부주의로 심야 오픈매장 업무 종료 직전에 당일 예약이 되었으니, 노쇼한 당신 잘못이다. 그리고 적힌 문구는 17장이 완성되면, 양말 또는 파우치 예약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안타까우나 1주일 후 다시 예약하고 수령 바란다.
어? 외국인도 아닌 대한민국 네이티브 스피커인 내가 한글을 잘못 이해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인지, 아님 이따위 마케팅에 낚인 것인지 의문이었다. 담당자는 짜증을 내며 건방지고 불친절한 태도로 한 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언론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보자. 무슨 영광이 있겠다고 10년 동안 스타벅스에서 골드 레벨을 유지한 내가 멍청한 바보였구나 후회가 들었다. 당장 자동충전을 해지하였고, 충전 금액과 프리퀀시를 털고 새해부터는 두 번 다시는 스타벅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진작 보이콧했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손정현 대표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직원들이 월급은 받아가고 일을 얼마나 엉망으로 하는지 모르겠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지도 않고 앵무새 같은 답변만 반복하니, 매출은 늘어도 영업이익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내가 스타벅스를 좋아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구멍가게가 아니라 테크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습관처럼 커피를 마셔왔지만 사실 원두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체질에도 맞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미국 스타벅스의 최초 시작이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고, 선결제를 통한 블록체인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였고, 앱과 사이렌오더로 비대면 기술 혁신을 했기 때문이다. 상품권이나 쿠폰을 발행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위조가 불가하면서도 겹치지 않게 난수표를 발행하는 데에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유효기간을 두거나 비활성화 처리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스타벅스 미국 본사에서는 전기차 충전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스타벅스 코리아에서는 커피와 굿즈를 팔고 있으니 객단가가 몸집을 감당하기 버거운 구조이다. 요즘 스타벅스를 가면 혼밥을 하며 전자기기를 보는 중장년들이나 6070 어르신들 사랑방이 되어버렸다. 90년대와는 다르게 이젠 힙하지 않은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신다면 차라리 동네 카페를 가면 아늑하고 서비스도 더 챙겨주신다. 난 이제 대기업 호구에서 탈출하고자 한다. 굿 굿바이, 스타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