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해외생활의 커다란 즐거움

by 영오

일요일이면 9시부터 아이와 함께 티브이 앞에서 1박 2일을 기다린다.

KBS World 채널에서 9시에 본방을 하고 5시에 또 재방을 해주기 때문이다.

전에는 한국 채널이 있는 줄 몰랐는데 포르투갈 티브이에 KBS world와 아리랑티브이 두 채널이나

있다는 걸 알았을 때의 기쁨은 정말로 컸다.

한국에서는 잘 보지도 않던 공영방송의 드라마며, 예능이 이토록 반가울 수 있는 건

다 해외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통 알아듣기 힘든 언어가 난무하는 티브이 속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친숙한 언어가 들린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사실 외국에 살고 적응을 할 때는 일부러 한국방송은 피했다. 이왕 보더라도 어학에 도움이 되는 영어나

포르투갈 방송을 보려고 했고, 애한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빨리 이곳 언어를 익혀서

이곳 생활에 적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KBS World 채널을 발견했을 때 내 안에 있던 그리움의 빗장이 풀려버렸다.

외국만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되는 심정과 비슷한 감정이리라.

그렇게 처음에는 오후 5시에 하는 걸 챙겨보다가 아침에도 한다는 걸 알고는 일요일에는 하루 두 번을

내내 1박 2일만 본다. 게다가 월요일에 재방을 하면 그것도 또 본다. 한 회를 세네 번 반복하다 보면 지겨울 때도 있지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웃다 보면 나름 행복해진다.


1박 2일은 KBS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다. 원년멤버 김종민이 18년이 되었으니 한 프로그램이 18년을 이어져왔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창 인기가 있을 때 잠깐 봤을 뿐 1박 2일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무한도전 이후로 예능을 보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해야 할 것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났었다. 그런데 이제 완전히 새로운 언어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다 보니 고향언어가 그렇게 정겨울 수 없다. 별거 아닌 것도 다 재미가 있고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렇게 보게 된 1박 2일은 어느덧 우리의 일주일 루틴 중 가장 중요한 루틴이 되었다. 방송이 되는 일요일은 중요한 약속을 잡지 않고 오전 오후 방송을 두 번 본다. 그리고 주중에 재방을 하면 또 보고 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보다 보니 진짜 너무 재미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나를 깨달으면 속으로 좀 울컥한다. 내가 이렇게 웃었던 게 얼마만인가, 그리고 나 이렇게 활짝 웃고 싶었던 마음이 컸었나 싶어 코끝이 찡하다.


작년 연말 방송에서 해외팬들이 손 편지를 보낸 걸 멤버들이 읽고 감동받는 모습을 보았다. 그 방송을 보면서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마치 한국의 가족을 만나는 것처럼 멤버들을 만나는 게 반갑고 그들이 하는 게임과 벌칙이 재미있다. 누구 하나 화려하거나 완벽하지 않지만 어설퍼서 더 정이 가는 그 사람들을 보는 게 기다려진다. 정말로 영원히 끝나지 않았음 싶은 마음까지 든다. 아마도 내가 이민자라는 배경이 있어서 더욱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리라. 하지만 꼭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오래된 무언가가 주는 친근함과 추억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그래서 지금도 일요일이면 전국의 많은 부모님들이 전국노래자랑을 보시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지금은 일요일마다 1박 2일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우리의 최애 프로그램, 영원히 흥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오늘도 그들의 레이스를 보면서 함께 웃고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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