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와 동수

우리가 선생님들에게 혼난 이유

by 이동수

무슨 일 때문인지 학교는 정신없이 청소를 시켰다. 공부가 너희들의 전부 다라고 매일같이 외치던 선생님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죽어라. 청소를 시켰다. 우린 당연히 투덜거렸지만 그건 그냥 액션에 불과했다. 왜냐면 정말 미친(?)놈 몇 놈 제외하고는 우리 중 대부분은 수업에서 해방된 것이 좋았고 즐겼다. 청소를 왜 시키는지는 관심 밖이었다.


우린 이삼일을 그렇게 청소하고 선생님들은 우린 강당에 모이게 했다. 한여름에 천 명이 넘는 인원이 모인 강당은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우린 장난칠 기운도 없었고 여기저기서 더위에 지쳐 짜증을 내는 아이들의 쌍소리가 강당을 채웠다. 소란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학생부장 선생님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단상 위로 몇몇 아이를 불러올렸고 구타와 욕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조용히 시켰다. 지금도 이상한 게 왜 우린 매번 누군가 맞고 욕을 먹어야 조용히 했을까? 뻔히 그럴 줄 알면서도.

학생부장님의 와일드 한 사전 교육은 우린 석상처럼 부동자세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근엄한 표정의 교장 선생님이 등장하셨다. 학교를 찾아오신 분들을 길게 소개하고 6.10 만세 운동을 이끈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내용의 교장 선생님의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사이 우린 학생부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히죽거리고 떠들고 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교장 선생님 말씀 후 손님으로 오신 분의 강연을 듣기 전 우리에겐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이 시간에 싸우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나와 싸우기로 한 친구는 강당에서 줄 서는 문제로 티격태격하다 학생부 선생님에게 걸려 들고 있던 몽둥이로 머리 한 대씩을 맞았었다. 다행히 한 대만 때리시고 들어가라 하셨지만 우린 서로를 탓하면 끝나고 가만 안 둔다고 서로 째려보며 행사가 끝나기만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차분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여름의 더위와 학생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그리고 선생님들의 숨 막히는 감시는 우릴 더 본능적으로 행동하게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린 서로 짜증을 풀 만한 대상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쉬는 시간이 주어지자마자 우린 몇몇 친구들의 호위와 응원을 받으며 강당 뒤로 갔고 몇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우리의 싸움은 수십 명이 모여 있는 것을 본 학생부 선생님들의 등장과 함께 자연스레 끝났고 우린 선생님의 몇 대의 주먹질과 함께 학생부실로 끌려갔다.


처음으로 가 본 학생부실은 그 자체로 무서웠다. 학생부장 선생님은 우리의 반과 이름을 물으셨는데 상대가 나와 이름이 같았다. “양동수”였다. 그것과 상관없이 학생부장 선생님은 오늘이 어떤 날인데 싸우냐고, 너희는 학교에 똥칠하는 놈이라고 하셨다. 오늘 장학사가 오는 중요한 날인데 너희가 싸우는 걸 그분께서 보셨다면 이 학교를 뭘로 생각하시겠냐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내가 아는 장학사는 알포스 도테의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장학사’ 뿐이었다. 그래서 장학사가 뭔지도 모르지만 교장 선생님마저도 꼼짝하지 못하는 대단히 높고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분이 학교에 오는데 나는 철없이 싸웠다니 정말 잘못했구나 싶었다.


선생님의 매타작 후 우린 학생부 문 앞에서 꿇어앉은 채 반성문을 썼다. 점심도 못 먹고 4시간 이상을 꿇어앉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내 잘못이 워낙 크다고 생각과 학생부 선생님들이 뿜어내는 검은 아우라에 겁을 먹고 찍소리도 못한 채 최선을 다해 반성문을 썼다. 선생님들의 감시를 뚫고 보니 양동수도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 없이 반성문을 쓰고 있었다. 정말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과 최선을 다해서 써야 이 지옥같은 곳을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반성문을 썼다.


반성문에 어떤 말을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름도 같은 데 철모르고 싸워 학교를 부끄럽게 한 점을 신랄하게 자아비판 했던 기억은 분명히 난다. 반성문을 받고도 가타부타 말이 없으셨던 선생님은 한참 후 1주일 동안 수업이 끝나고 학생부에 와서 반성문 쓰고 가라고 하셨다. 징계할 것을 이번 한 번만 특별히 용서하니 고마운 줄 알라는 은혜로운 말씀을 듣고 집에 가려고 일어서려는데 발목이 펴지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비틀거리자 쇼하지 말고 빨리 가라고 하셨다. 우리는 발목을 주무르고, 손가락에 침을 무쳐 전기를 풀며 학생부실을 감사하며 나왔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서로를 위로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옥 속에서 거의 만 하루를 같이 보낸 전우애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풀려난 시간이 선생님들의 퇴근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친구와 주먹질을 하며 싸운 것은 정말 잘못한 행동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친구와 싸운 것을 혼낸 것 같지는 않다. 친구와 싸운 것이 나쁜 짓이 아니라 학교에 중요한 손님이 오는 데 그분들이 보면 안 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혼낸 것 같다. 언젠가부터 학생보다는 학교의 위신을 더 중시하는 학교라는 생각이 들자 선생님들의 나를 위한 말씀도, 정의로운 말씀도 의심하게 되었다. 그 당시 선생님들이 “왜 싸웠니?”, “다친 데는 없니?”라고 먼저 물어보셨다면 나의 학교 생활은 조금 더 즐겁지 않았을까 싶다.


가끔 나도 학생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또는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학생들을 혼내는 경우가 있다. 그러고 나면 나 역시 내가 싫어했던 선생님이 되었구나 하는 자괴감이 빠져들곤 한다. 나에게 혼나고 돌아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가끔 내 친구 “양동수”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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