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진학의 기준
중3이 되고 어느 학교로 갈지 정해야 할 시점이 되자 나는 기숙사 있는 학교를 우선으로 생각했다. 딱히 집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집이 아닌 아이들만 있는 곳에서 생활하고 싶었다. 중학교 진학할 때도 동네에서 나만 뚝 떨어진 학교로 배정되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던 나는 친구들 중 같은 생각을 하는 아이들을 찾았고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나와 친구는 꼭 붙어 다니며 서로의 생각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강화해 나갔다. 결국 우리가 발견한 학교는 수도공고였다. 이 학교가 그 당시 기숙사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거길 나오면 빨리 취업이 돼서 내 손으로 돈을 벌고 내 힘으로 살아가는데 유리해 보였던 것 같다. 나는 수도공고 진학을 결심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당연히 별 말이 없을 줄 알았는데 뭔 헛소리냐고 하셨다. 부모님은 넌 인문계에 꼭 가서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했다. 나는 나도 빨리 돈 벌고 싶다고 했으나 공고를 나와 자동차 정비공장에 다니고 있던, 내 편이 돼 줄 거라고 생각했던 형마저도 쓸 데 없는 소리 말고 인문계 가라고 하는 데는 어쩔 수 없었다. 자식 하나만이라도 버젓이 키우고 싶은 마음, 동생만이라도 공부에 한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음은 나중에서야 알았다. 내 독립생활의 꿈이 이루어지기까지 난 계속 기숙사 생활을 동경했다. 10년 후 그 꿈이 이루어지던 날 나는 한숨도 못 잤다. 하지만 10년을 꾼 꿈이 깨지는 데는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비교적 단순한 길 밖에 없던 그 당시 학생들에 비하면 요즘 학생들에게는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진학 지도도 열심히 하지만 그렇다고 진학지도에 대한 개별적 만족도가 높은 것 같지도 않다. 나처럼 잘 모르는 아이들끼리 주고받는 정보만으로 미래를 결정하는 아이가 지금은 없다고 자신할 수 없다. 아이들이 도피가 아니라 도전하는 진학이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