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꼰대!

자기만 옳은 사람! 꼰대!

by 이동수

“학교에 피해를 끼쳐 죄송합니다.”

출산휴가를 들어가는 선생님이 교감선생님에게 하는 말이 자리가 가깝다 보니 들렸다. 자리에 앉아 죄지은 사람처럼 두 손을 모으고 말하는 선생님을 쳐다보는 모습은 상당히 고압적으로 보였다. 난 참지 못하고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뭐가 죄송해요. 법으로 보장된 선생님 권린데.”

“그래도... 업무 처리에 지장을 주고, 특히 수업받는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들은 다 이해할 거예요. 본인이랑 아이 건강에만 신경 쓰세요.”

교무부장의 주제넘음을 말없이 듣던 교감선생님도 교무부장 말이 맞다며 학교 걱정, 아이들 걱정하는 선생님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하셨다. 그러나 선생님의 표정은 계속 어두웠다. 선생님을 안심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선생님을 교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선생님, 선생님은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투철하네. 하지만 태어날 아기에 대한 엄마로서의 소명감도 중요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어요."

"선생님, 저 교사로서의 소명감 그리 투철하지 않아요. 그저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

"왜?"

"아무튼 좀 그래요."

선생님은 울먹거릴 뿐 자신을 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왜 저러지?’하면서도 내 마음대로 소명의식이 투철하고 출산을 앞두고 좀 예민해진 탓이려니 하고 그냥 넘겼다.

출산휴가 들어갈 날은 다가오는데 대체 강사를 구하지 못하자 선생님의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난 수업 운영 담당부장으로서 강사를 못 구할 때를 대비한 플랜 B를 빨리 만들어 선생님을 편하게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플랜 B라고 해봤자 별다른 건 없었다. 강사가 구해질 때까지 해당 교과 선생님들이 50% 정도 수업을 해서 학생들의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전교사가 1~2시간씩 보강을 들어가는 거였다. 먼저 해당 교과 선생님들을 만나 양해를 구하니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다른 교과 선생님들은 당연히 협조적일 것이지만 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난 한 명이라도 그런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 우호적 여론을 만들기 위해 여선생님들 그중에서도 고참 선생님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선생님들도 애 낳아보셨으니까 이 시기가 중요하다는 거 알잖아요. 선생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이 부장, 뭘 어떻게 도와?"

"강사가 구해질 때까지 1주일에 수업 한두 시간 정도 더 들어가 주시면 돼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선생님들에게 출산휴가의 중요성이라든지 뭐 그런 이야기 좀 해주시면 좋죠."

"알았어. 세상 좋아졌어. 나 때는 학생들 걱정에 출산휴가 다 못 쓰고 나왔잖아. 교사는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말에 분명 비아냥이 들어있었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충격이었다. 출산을 경험한 사람이 저렇게 말하다니... 출산을 경험하지 못한 선생님들은 아니 경험할 수도 없는 남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싶었다. 무엇보다 나 못했으니 너도 하지 말라는 것은 정말 고약한 심보였다.

"선생님 어머니나 시어머니는 일하다가 밭에서 나았다고 안 해요? 시대 좋아져서 병원에서 낳고 몸조리도 편하게 한다고..."

"뭐야! "

"고참으로서 아니 같은 여자로서 내가 못한 거 후배들은 할 수 있게 챙겨줘야지 그게 뭐예요. 출산휴가 다 쓰면 소명 의식이 부족한 것처럼 얘기하세요. "

내가 언제 그렇게 이야기했냐고 성질내는 선생님을 무시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좀 더 부드럽게 그리고 유연하게 말하지 못한 것인 후회된다. 불쾌했다. 그 선생님이 선생님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씩씩대면 교무실로 내려오니 옆에 앉은 선생님이 왜 그러냐고 했다. 난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약간의 과장을 섞어 말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그 선생님이 여선생님들 모인 자리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해서 출산휴가 들어가는 선생님이 울고 그랬어요라고 말했다. 난 그제야 왜 출산휴가 들어가는 선생님이 편하게 생각하라고 해도 그렇게 어두웠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몇 년 후 그 고참 선생님은 후배 교사들에게 충고를 하다가 선생님이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씩씩댔다. 난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을 화해시키거나 설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고 자신의 과거에 머무는 사람을 요즘 꼰대라고 하는 것 같다. 자신의 경험만을 고집하여, 나도 했으니 너도 하라는 생각을 그 당시 나 역시 그들을 꼰대라고 비난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꼰대’였다. 출산에 대한, 인권에 대한 천박한 인식만 갖고 있으면서 그저 법적 권리라는 것에만 집착했다. 그리고 내가 선이고 당신은 악이라 접근했다. 그러다 보니 설득하기보다 비난했다. 그리고 난 꼰대가 아니라고 난 너희들과 다르다고 내 멋대로 생각했다. 나의 그러한 사고방식과 행동이 곧 ‘꼰대’ 임을 안 지금 나의 꼰대질에 당한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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