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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E리제 Oct 06. 2015

시작

00. 하루에 하나씩 글 쓰기

무엇이든 새로 시작하거나 계속하기에 지쳐있는 나 자신에게 숙제를 선물로 주기로 했다. 무슨 주제라도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쓸 것, 대신에  여기에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글을 쓸 것.


매일을 놓치고 헤매는 연속이기에 이 과정 또한 그러리라 생각한다. 주제를 정해놓고도 어떻게 글을 이어갈지 혹은 주제자체를 정하지 못해 헤맬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지껏 살아오면서 헤매기만 하는 애매한 삶을 너무 오래 끌어왔다. 이제는 뭐라도 매일을 선택과 결정하는 법을 연습해야만 한다. 더 이상 글을 잘 쓰고 촌철같은 사고의 칼날을 번뜩이는 자들을 숭앙하기만 해서는 내 인생에는 아무 보탬이 되지 않는다. 서툴고 무디더라도 또 가끔 엄한 곳을 휘두르더라도 나의 무언가를 단련해야만 하는 것이다. 뭐, 한껏 비장하게 말해버렸지만 사실 정말 엉성할 것이다.


그동안의 내 행적을 뒤돌아 봤을 때, 나는 그림자처럼 움직이기를 좋아했다. 이제는 더 이상 가상이라 부르기 민망한 가상현실이 주는 신분적 해방감을 십분 누리며 살아왔다. 무슨 취미활동을 하든 나는 각각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관리한다. 오직 가상현실만이 허락하는 '리셋'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마다 또 다른 미로를 파놓곤 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선별하여 보여주는 것, 그것이 가능하다. 나는 누군가가 내 연결고리들을 추적하여 나 자신의 모순성에 대해 알아차리는 것이 무척이나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글이라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 객관적이기 위해서는 나의 어떤 주관적인 느낌만으로 글을 쓸 수 없다. 당연히 나는 어떤 사실이나 논리에 내 삶의 기억을 그대로 투영해야만 한다. 각기 다른 미로 속에 꽁꽁 싸매고 숨겨둔 이야기들을 원시적인 상태로 돌려놓는 작업도 종종 필요할 것이다.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될까. 사람들이 비난하거나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수없이 고민할 것이다. 더 이상 도피하지 않기 위해 뻔뻔한 용기를 내야만 당당해질 수 있으리라.


또 매번 길게 풀어 쓰는 것에 자신이 없었기에 손으로 셀 수 있는 단 몇 개의 문장만으로-혹은 140자 이내로-쓰는 것에 익숙하기에 '한 편'이라는 제약 또한 하나의 훈련이고 도전인 셈이다. 대학을 준비하면서도 1500자 이상의 논술은 쓰고 지우느라 바빴었지. 


지레 포기하고 방치해두었던 바람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이제 뭐든 더 이상 미루기는 그만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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