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SE리제 Oct 14. 2015

브런치라는 공간의 특별함

05. 이토록 명확하고 상냥한 독방(讀房)

#브런치 라는 공간은 특이하다.


제일 먼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 흔한 '좋아요'나 '추천'이 없다는 점이었다. 

좋은 글이 있어도 간편하게 누를 만한 버튼이 없어 한동안 눈과 손이 방황하였다. 개인소장을 하고 싶다면 단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공유' 혹은 '구독'.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되었지만 몇 번 써 보고 나니 금방 더욱 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기능의 장점은 이러하다.


첫째, 공간을 폐쇄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 보통의 경우 좋아요나 추천을 누르기 위해서는 해당 사이트나 어플 서비스에 대한 가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런 필요성을 없애버리고 본래 자신이 사용하던 공간으로 공유해가게 함으로써 브런치 자체를 확장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버렸다. ¹

둘째, 작가에게는 '좋아요'에서 해방시켜준다. 평가받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은 심리적으로 나를 안정시켜주었다. 나 같은─페이스북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도 읽은 사람은 많은 것 같은데 '좋아요'²  수가 많지 않으면 뭔가 잘못 썼나 의심해보게 되는─사람에게는 오히려 좋든 말든 누군가는 읽어주리라는 믿음이 훨씬 건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누군가 나의 글을 봐주고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를 유저들에게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유저들을 '작가'로 불러준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형태이든 글을 매개로 하는 사이트들은 '블로거', '트위터리안' 등 유저의 지위는 있으나 그 역할은 자유롭게 놔둔다. 브런치는 그러나 유저의 역할을 작가, 즉 글 쓰는 사람으로 한정해버린다. 이 전통적이고 정식적인 호칭이 주는 무게감은 확실히 달콤하다. 나 같은 워너비 글쟁이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타이틀임에 틀림없다. 결과적으로는 보다 양질의 글들을 생산하도록 독려하기까지 하는 역할을 한다. ³


더불어 구독이라는 아주 직관적인 단어가 주는 해방감도 있다.

구독자(購讀者)들은 원천적으로 나에게 오직 '읽을 것'만을 요구하는 들이다. 작가만큼이나 명확한 정체성을 지닌 이 단어는 애초에 일방향성을 띨 뿐만 아니라 워낙에 형식적이어서 'follow'라든지 '이웃', '친구' 등의 명칭에서 안고 있는 애매한 친교성을 배제한다. 쉽게 말하자면 누군가 내 글을 구독한다고 해서 반드시 나도 내 호감도와 상관없이 예의상 구독을 하거나 이웃 인사를 가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지 않는다. 덕분에 오직 내가 글 쓰는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고 나아가 유일한 매개체인 나의 글에 더욱 책임감을 갖게 된다.


흥미로운 건, 따로 꾸미지 않아도 예쁘게 보이도록  프로그래밍된 기능 등 여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은 거의 모든 브런치의 특징이 모두 글에만 집중하도록 치밀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군더더기 없이 오직 '작가의, 작가에 의한, 작가를 위한' 혹은 '글의, 글에 의한, 글을 위한' 공간의 탄생이다.



¹ 브런치의 단점 한 가지는 공유되는 루트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덕분에 어제는 뜻밖의 체험을 해야 했다.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4번째 발행한 글의 조횟수가 순식간에 10,000개를 넘어섰다. 어느 루트로 공유되었는지 몰라 왠지 모를 공포에 떨고 있었는데 소셜 네트워킹에 빠삭한 후배 덕에 브런치가 카카오 채널(아니 이런 게 언제 생겼지?)과도 연동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제 알게 되었다.

 → 오늘 글 발행 후 통계 페이지를 보니 유입 경로가 상세하게 표시되는 걸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발 빠르군. 내 생각을 읽나?     .

² 앞으로 '좋아요' 기능에 대해서는 또 서술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³ 이와 함께 제대로 된 맞춤법 검사 기능을 지원하는 것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매우 만족.

작가의 이전글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