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쉬어가기
문득 많은 전깃줄 위에 걸린 신호등이 보였다. 초록색 오선지 위에 초록색 음표가 나란히 걸렸다.
그 악보 위를 달리다.
동네 소공원 옆.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예쁜 카페를 발견했다. 내부에 꽃도 많이 키우는 것 같았다. 아메리카노 2천 원이라니 한 번 가봐야지.
아름다운 동화나라, 우거진 수풀. 해리포터의 낡은 공중전화 부스처럼 그렇게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던 상상의 벽.
많은 평범한 컷 중에 건진 한 장의 사진. 내가 이렇게나 카메라를 모른다. 같은 장소, 같은 카메라라도 셔터 속도와 조리개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진다. 빛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필요한 분야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들어도 그만큼 잘 다룰 수 있어야 한 눈에 보아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도 좋아하는 스타일의 한 폭이다. 집에 들어오는 아파트 길목, 나물을 펼쳐 말리고 있었다. 생활 속에도 이렇게나 멋진 추상화가 있다.
산책 나간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어떻게 변했는지 내일 다시 돌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