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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Sep 07. 2020

리더의 착각 3

리더의 사과는 무능함을 의미하는가?


리더의 자존심이 밥 먹여 주나?


초임장교 시절 이야기다. 임관 후 소정의 교육을 받고 특공부대로 배치를 받았다. 소대장 임무를 수행할 때다. 어느 날 야간 훈련이 있었다. 적의 침투를 차단할 목적으로 중대가 야간 매복작전을 하게 되었고, 나는 소대 책임지역을 부여받았다. 해가 질 무렵을 전후로 하여 이동을 개시하였다. 어둠이 깔릴 때쯤 해서 본격적으로 야간 이동을 하였다. 소대 책임지역에 도착하여 전투준비를 할 시간을 고려하여 출발하였다. 산을 돌아 넘어갔는데 목표지역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 지금쯤은 나와야 하는데....'

한 참을 가니 비슷한 지역이 나왔다. 야간이라 쉽게 가늠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야간훈련 경험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어둠에 가려진 지형이었지만 내 생각에 정확한 지점에 도착했다고 생각하고 소대를 전개시켰다. 생각보다 1시간 빨리 전개하여 준비를 마쳤다. 이때 중대로부터 무전이 왔다. "귀소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나는 지정된 지점에 도착하여 전개하였다고 답하였다. 그런데 인접 소대와 접촉을 했는지 묻지 않는가? 인접 소대는 확인을 못했다고 했다. 중대장은 다른 소대에게 확인을 했는지 우리 소대의 위치를 다시 물었다. 나는 자신 있게 중대에서 지정한 책임지역에 있다고 답했다. 중대장은 어떤 감이 있었는지 소대 위치를 다시 확인하고 보고하라고 했다. 나는 야간에 지도와 나침의를 가지고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앗! 이런" 우리 소대는 중대에서 지정해준 지점보다 한 참 후방에 있었다. 산 하나를 더 넘어가야 되는 상황이었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어쩔 수 없었다. 자존심이고 뭐고 빨리 서둘러서 가야 되었다. 흩어져 있던 소대원들을 모아서 다시 출발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패기의 젊은 소대장의 자존심은 짓눌릴 때로 짓눌렸다. 다시는 소대원들 앞에 서기 어려울 듯한 마음이었다. 그런 무거운 마음으로 소대원들 앞에 서서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번에 제대로 도착하지 못하면 끝이다.' 나침의에서 눈과 마음을 땔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중대에서 지정한 시간보다 많이 늦게 도착했다. 조용히 소대를 전개시키고 전투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다음날 아침에 중대장으로부터 호출되어 혼쭐이 났다. 소대원들 보기에도 부끄러웠다. '아! 이렇게 하고도 소대원들 앞에 서서 지휘할 수 있을까? 내 자존심은...'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멈출 줄 몰랐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주어 담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끈 채 소대원들 앞에 섰다. 소대장의 부족으로 힘들게 했음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지형 연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소대장이 중대장으로부터 혼쭐이 난 것을 알아서인지 소대원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실수하지 않는 자는 진보할 수 없다." -테디 루즈벨트-

한 번의 실수는 용서되지만, 두 번의 실수는 무능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만큼 리더에게 실수는 무겁다. 마음의 부담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배움의 자세로 살았다. 자신이 없으면 미리 정찰을 해서 지형을 숙지했다. 지금도 누군가를 새로운 장소로 안내해야 할 때는 미리 다녀오기도 한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탁월한 능력가가 아니니 노력으로 부족함을 채워나가야 했던 힘들었던 시절이 스쳐간다.

“지도를 보면 머릿속에 실제 지형이 그대로 그려졌고, 처음 가는 곳이라도 일단 지도를 본 후에는 상상한 그대로 실제 지형이 펼쳐졌다”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대령-

故 김영옥 대령의 독도법 능력이 나에게도 있었다면.... 덜 힘들었을 것인데.


자신의 실수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부하를 배려해 준 리더가 있다. 바로 '링컨 대통령'이다.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권위를 지키는 것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부하에게 사과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링컨이었다. 그 행동이 오히려 리더의 권위를 지켜주었다. 그 일은 남북전쟁 당시 남군과의 싸움이 한창이었을 때 일어났다.

어느 날, 수도방위 경비를 담당하던 스콧 대령이 링컨 대통령을 찾아왔다. 스콧 대령의 아내가 아픈 남편을 간호하러 워싱턴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체사픽 베이 증기선 충돌사고로 사망한 직후였다. 대령은 슬퍼하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아내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연대장에게 휴가를 신청했으나 워낙 전쟁이 급박해서 그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연히 휴가를 가야 한다고 생각한 스콧 대령은 국방장관에게 직접  휴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장관 역시 그의 요청을 거절했다. 결국 대령은 링컨 대통령을  찾아가게 되었다. 토요일 오후, 마지막 접견객으로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선 스콧 대령은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같이 화를 낸 링컨 대통령이었다.
"잠시만이라도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나? 밀려드는 요청에 조금도 머리를 식힐 수가 없어. 왜 이 문제로 여기까지 오나? 인사과에 가란 말일세. 서류나 휴가 문제는 인사과 담당이잖아!"
"연대장도 국방장관도 휴가를 허락해 주지 않아 부득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면 못 가는 거지!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국방장관이 어련히 보내주지 않았겠나? 위계질서와 명령은 지키라고 있는 것일세! 게다가 지금 나보고 국방장관의 결정과 규칙을 번복하라는 말인가? 지금 내가 할 일 없이 노는 사람처럼 보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네. 그깟 휴가 문제 따위로 낭비할 시간이 조금도 없단 말일세!"  
대통령의 역정은 계속되었다.
"자네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인가?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지금 슬픔으로 가슴이 무너질 걸세. 그렇다고 다들 자네처럼 나한테 와서 하소연을 하는가? 나는 지금 내 일만으로도 벅차네. 휴가 문제는 인사과에서 처리하라고! 그리고 인사과에서 안 된다고 하거든 그냥 참게. 전쟁이 끝날 때 까지는.... 지금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으니까!"
링컨 대통령의 분노에 스콧 대령은 크게 좌절하여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다음날 새벽녘, 스콧 대령은 막사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문 앞에 링컨 대통령이 서 있었다.
"스콧 대령, 어제저녁 나는 사람도 아니었네. 정말 할 말이 없네."
링컨 대통령은 스콧 대령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어제는 너무 심신이 지쳐 있었네. 그렇다고 해도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아내를 잃어 실의에 빠진 사람을 그렇게 험하게 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밤새 후회하면서 뒤척이다가 용서를 청하러 이렇게 왔네."
링컨 대통령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러고 나서 이미 국방장관에게 연락하여  부인의 장례식에 갈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해두었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대령을 자신의 마차에 태워 친히 배웅해주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뉘우치고 진정성 있는 반성적 태도를 보이는 리더의 모습에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그런 리더의 모습은 오히려 부하(팔로워)의 마음을 사게 되고 결속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프랑스 나폴레옹이 군대를 이끌고 진격하던 중 앞에 있는 산을 가리키며 군대에 돌격 명령을 내렸다. 죽을힘을 다해 산을 오른 병사들은 적(敵)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러자 나폴레옹은 "이 산이 아닌가 봐" 하였다.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 산을 오르느라 지친 군사들을 이끌고 내려왔다. 다른 산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올라갔지만 거기에도 적은 없었다. 그때 나폴레옹이 한 말. "아까 그 산이 맞는가 봐!" 이 말을 들은 병사들은 놀라 까무러쳤다. 한 번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정도의 포용력은 가지고 살아간다. 그래서 리더의 실수도 용서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데 실수를 감추려고 하는 리더들이 있다. 그런 리더들에게는 용서할 마음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 번 실수했을 때 통렬한 반성을 하고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산이 아닌가 봐'를 반복하는 리더는 무능하다고 판단할 테니까.

리더는 길잡이다. 망망대해에서 길을 찾는 배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는 등대와 같다. 혼자 갈 때는 갈지자로 갈지라도 별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뒤에 따르는 팔로워들이 있을 때는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시작 전에(출발 전에) 철저한 준비와 연구가 필요하다. 중간과정에는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예전과 비교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장비와 도구도 발전했고, 지식도 리더만의 전유물이 더 이상 아니다. 팔로워들도 리더 못지않는 정보들을 가지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많이 깨졌고, 심지어는 역전된 것도 있다. 그러니 실수를 줄이기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 협력하지 않는 리더는 실수로 팔로워들을 고생시킬 뿐이다. 리더의 실수에 대한 사과가 결코 권위의 상실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도, 무능함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실수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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